동지에서 적이 됐던 MB·故 정두언, 10년 만에 간접 재회

by박경훈 기자
2019.07.17 11:49:46

MB, 이재오 대신 보내 고인 조문
이재오 "MB, 평소에 '고인 한번 만나야겠다' 얘기"
"보석 신청받으려면 며칠 걸려 나올 수 없었다"
유승민·박주선·남경필·정몽준 등도 조문

이재오 전 의원이 17일 서울 신촌 세브란스 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정두언 전 의원의 빈소를 찾아 조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데일리 박경훈 기자] 동지에서 적이 된 이명박 전 대통령과 고(故) 정두언 전 의원과 만남은 끝내 이뤄지지 못했다. 이재오 전 의원은 “본인이 영어의 몸이 되지 않았다면 만나려 했는데 참 안타깝다”는 이 전 대통령의 말을 대신 전했다.

17일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차려진 정 전 의원의 빈소는 한산한 모습이었다. 다만 그와 인연이 있던 정치권 인사들은 그의 마지막 길을 못내 아쉬워했다. 가족들에 뜻에 따라 고인의 부검은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

이날 조문을 통틀어 가장 시선을 끈 인사는 이 전 대통령의 뜻을 대신 전달한 이 전 의원이었다. 앞서 정 전 의원은 이명박 서울시장 당시 정무부시장으로 일했다. 2007년 제17대 대통령선거에서는 이명박 후보 캠프의 선거대책위원회 기획본부장과 전략기획 총괄팀장으로 활동하면서 이명박 대통령 당선에 이바지했다. 다만 집권 이후엔 이 전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전 의원과 갈등을 빚으며 권력에서 멀어졌다.

양측이 갈라선지 10여 년 만에 만난 것은 정 전 의원이 고인이 되고서다. 다만 이 전 대통령은 자택으로 한정된 보석조건 때문에 직접 조문을 오지는 못했다.



이 전 대통령을 대신해선 이 전 의원은 “이 전 대통령의 변호사를 통해 아침 일찍 조문을 상의했다”며 “(다만) 재판부에 보석을 신청해 허락받으려면 며칠이 걸려 올 수 없었다”고 전했다. 이 전 의원은 “(이 전 대통령이) 평소에 ‘정 전 의원을 한 번 만나야겠다’는 이야기를 감옥에 가기 전에도 수시로 했다”며 안타까워했다.

이밖에 유승민·박주선 전 바른미래당 공동대표, 남경필 전 경기도 지사, 정몽준 전 의원 등이 그의 마지막 길을 위로했다. 유 전 대표는 “충격적이다. 마지막까지 고인이 혼자 감당했을 괴로움이나 절망감을 제가 다 헤아릴 수 없다”며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는 “2012년 정 전 의원과 저와 똑같이 체포동의안이 올라왔다”며 “본인은 구치소를 갔다 왔으면서도 오히려 저를 위로해줬던 일이 기억난다”고 돌이켰다. 정 전 의원은 “같이 대학을 다녔던 선후배였는데 충격이다”며 “이제 새롭게 시작할 시점인데 안타깝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