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 메이저, 유가 하락에 아프리카 사업 `올스톱`

by송이라 기자
2015.04.28 13:47:03

셸·토탈, 서아프리카 투자결정 연기..비용절감 차원
효율성 개선.."배럴당 80달러만 되도 과거 110달러 효과"

출처=블룸버그


[이데일리 송이라 기자] 유럽 최대 에너지기업 로얄더치셸과 프랑스 석유기업 토탈이 수십억달러 규모의 서아프리카 개발 계획을 연기하기로 했다. 유가 하락으로 인한 비용절감 차원에서다. 뼈를 깎는 비용절감에 업계 분위기는 움츠러들었지만, 한편으로는 생산성이 더 높아졌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7일(현지시간) 유가 하락으로 기업 내 현금흐름이 원활하지 못하면서 해외 석유 프로젝트들이 줄줄이 연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셸은 세계 최대 해양 프로젝트인 나이지리아 연안의 ‘봉가사우스웨스트’(Bonga South West) 프로젝트에 대한 최종 투자결정을 내년까지 미루기로 했다. 당초 투자금액은 120억달러 규모였다.

봉가사우스웨스트는 1000미터 심해에서 석유와 가스를 뽑아내는 나이지리아 최초 심해개발 프로젝트로 이미 10년 전부터 생산에 들어가 지금까지 5억만배럴의 석유를 생산했다. 이 프로젝트에는 물 위에 떠있는 세계 최대규모의 생산 플랫폼 건설사업도 포함돼있다.

그러나 셸이 투자결정을 연기하면서 이 모든 사업계획도 차질이 생겼다. 카타르 석유와 합작해 설립키로 했던 65억달러 규모의 세계 최대 석유화학 공장 건설도 무산됐다.

프랑스 석유기업 토탈도 앙골라 파즈플로어 필드 연안의 위성개발 프로젝트 지니아2(Zinia2) 투자결정을 연기했고, 12.5%의 지분을 갖고 있는 봉가사우스웨스트 프로젝트에 대한 비용 지출도 재검토할 계획이다. 토탈은 미개척지 개발사업 프로젝트 투자 연기로 올해 10억달러를 절감할 방침이다.



패트릭 푸얀 토탈 최고경영자(CEO)는 지난주 “우리는 이번 유가하락을 기회르 삼아 비용구조를 처음부터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주요 석유기업들은 서아프리카가 미래 석유 생산을 위한 주요 원천이 될 것이라는 전망에 대규모 자본을 투입한 투자를 계획했지만, 유가 하락으로 비용절감 압박이 커지면서 이마저도 미루게 된 것이라고 FT는 분석했다.

비록 유가하락 때문에 기업들은 허리띠를 졸라맸지만, 비용절감 노력은 긍정적인 효과도 가져왔다.

지난해 여름부터 유가는 40% 이상 하락해 현재 배럴당 56.99달러 수준이다. 이에 대형 에너지기업들은 올들어서만 자본지출은 10~15% 가량 줄였다. 기업들은 유가 생산이 가능한 ‘손익분기점’(break even)까지 비용을 낮춘다는 목표다.

지난 9개월간 뼈를 깎는 노력을 한 에너지기업들의 생산성은 되레 더 좋아졌다. 그동안 늘 유가가 생산비용보다 훨씬 높아 비용절감 유인이 없어 느슨하게 운영해온 사업들도 이번 기회에 다시 돌아봤다는 설명이다.

다니엘 엘진 미 시장조사업체 IHS 부회장은 “석유산업은 배럴만 좇다 이제는 효율성을 좇는다”며 “유가가 높았을 때 비용 효율성은 우선순위가 아니었지만 유가가 떨어져 비용을 따지면서 효율성은 더 좋아졌다”고 말했다. 그는 유가가 배럴당 80달러까지만 올라도 과거 배럴당 110달러였을 때만큼 수익성이 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