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김인경 기자
2014.10.01 15:20:46
달러-원 1060원 돌파에 외국인 매도로 전환
"연기금 매수세 전환..기관 저가매수 나설 것"
[이데일리 김인경 기자] 코스피가 2000선마저 내주고 말았다. 지난 7월 14일 이후 52일만이다. 장중 한 때 1990선 아래로 떨어지기도 했다.
증권업계는 달러 강세에 외국인이 떠나는 가운데 기관투자자와 개인투자자의 구미를 끌만한 종목도 없다며 당분간 지수가 지지부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1일 코스피지수는 전거래일보다 28.55포인트(1.41%) 내린 1991.54으로 거래를 마쳤다. 특히 외국인은 현물과 선물에서 각각 2062억원, 1454억원 을 팔아치우며 지수를 끌어내렸다.
외국인의 매도세는 달러 강세에 따른 신흥국 증시의 매력 저하로 풀이된다. 달러-원 환율이 1060원선을 뚫자 우리 시장에서 돈을 꺼내 투자매력이 높아진 미국으로 옮기고 있다는 평가다. 문제는 이 달러 강세 현상을 완화시킬 만한 카드가 없다는 것.
박형중 유진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최근 달러-원 환율 상승속도가 가파르긴 했지만 방향성 측면에서 보면 빠르다고 보기도 힘들다”고 말했다. 미국의 금리인상이 시기의 문제일 뿐, 기정사실화된 만큼 달러-원 환율이 1100원 수준으로 오를 수 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박 팀장은 “이달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리 인하를 단행하면 엔저에 대한 대응은 되겠지만 달러-원 상승 속도는 더욱 가팔라질 수 있다”며 “코스피로서는 사면초가의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뿐만 아니라 그동안 ‘초이노믹스’ 기대에 유입됐던 외국인 자금도 이탈하고 있다. 지난 6월부터 8월까지 영국을 제외한 유럽 자금 총 1조2900억원이 한국 증시로 유입된 바 있다.
김병연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제 2기 경제팀의 기업소득환류세제와 배당소득증대세제안이 발표되며 배당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며 이들 자금이 유입됐지만 법안 통과가 지연되며 기대감이 약화되자 자금 회수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외국인이 떠나는 가운데 기관과 개인투자자의 구미를 끌만한 종목도 마땅치 않다. 한국 증시를 이끄는 전차의 부진은 여전히 부담스럽다.
김철범 한화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대형 수출주의 실적이 올라줘야 의미있는 반등이 나올텐데 쉽지 않은 상황이며 내수주 역시 역사적인 고점까지 올라와 있어 부담스럽다”며 “올해 안에 반등을 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3분기 실적 시즌을 맞아 이날 삼성전자와 현대차는 전거래일보다 각각 2.36%, 1.05% 약세를 보였다 . 증권사들은 지난달 부터 삼성전자의 3분기 영업이익이 3조원대에 머물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반면 배당매력에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에 힘 입은 통신업종, 중국인 관광객 수혜를 볼 수 있는 호텔 및 레저 등의 종목의 강세는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
이원복 현대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실적 우려 탓에 신저가라 해서 함부러 덤벼들기도 어려운 데다 상승률이 높은 종목은 밸류에이션 부담 탓에 추격 매수하기도 어렵다”며 “투자자들의 선택이 제한적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당분간 지수가 현재 범위에서 머물며 횡보할 것이라는 평가다. 김형렬 교보증권 매크로 팀장은 “지금 반등을 논하는 것은 런닝머신 위에서 목적지를 말하는 상황”이라며 “당분간은 제자리 걸음을 걸으며 새로운 성장 동력을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하루만에 1%대 약세를 보이는 등 하락폭이 과도한 만큼 지수가 반등 기회를 노릴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특히 사흘 연속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내린 연기금이 369억원 순매수로 돌아선 점에 주목할 만 하다.
이민구 NH농협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호재가 없는 시장에서 외국인 매도세가 나오며 하락폭이 다소 과도한 부분이 있다”며 “연기금이 매수로 돌아선 만큼 국내 기관을 중심으로 저가 매수에 나설 개연성이 충분하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