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현대건설 인수 급물살.."14일까지 MOU체결"

by이학선 기자
2011.01.04 20:17:26

(종합)14일까지 현대차그룹과 MOU 체결..다음달 본계약체결 일정
채권단, 이행보증금 반환할 듯..현대차그룹 가격재협상 가능성도
현대그룹, 불복..항고 예정 "법정에서 시시비비 가리겠다"

[이데일리 이학선 원정희 좌동욱 안재만 이준기 기자] 법원이 현대건설(000720) 매매 양해각서(MOU) 효력을 유지해달라는 현대그룹의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현대건설 매각이 다시 `급물살`을 탈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건설 채권단는 "법원이 채권단 기대에 부응하는 결정을 내렸다"며 환영하면서 예비협상대상자인 현대차그룹과 매각 협상을 서두르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또 현대그룹에 대해서는 MOU 이행보증금을 돌려주고 현대건설 경영권 방어를 위한 중재에 노력하겠다는 `유화책`을 제안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최성준 수석부장판사)는 4일 현대건설 매매 MOU 효력을 유지하고 현대차(005380)그룹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지정하는 것을 금지해달라고 현대그룹이 제기한 2가지 가처분 소송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MOU 해지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채권단이 절차상 빠뜨린 절차가 있고 MOU상 해지사유도 명백하지 않아 법적 공방이 팽팽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법원이 채권단 손을 들어준 것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채권단이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하지 않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내보인 이상 법원도 재산권 행사를 침해할 수 있는 결정을 내리기가 부담스러웠을 것"이라며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져 실사와 같은 불필요한 매각 절차를 진행할 필요도 사라졌다"고 설명했다.

유재한 정책금융공사 사장은 "법원판결을 존중한다"며 "주주협의회 논의를 거쳐 후속절차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그룹도 법원 결정이 나온 직후 공식 입장문을 통해 "법원의 결정을 환영한다"며 "법과 입찰규정에 따른 당연한 결론"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번 결정으로 채권단의 조치가 정당하다고 판단된 만큼 현대차 컨소시엄은 채권단과 후속절차를 진행해 조속한 시일 내에 현대건설을 글로벌 초일류기업으로 도약시키겠다"고 덧붙였다.


채권단은 내일(5일) 예비협상자(현대차그룹)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는 안건을 주주협의회에 상정해 오는 7일까지 동의절차를 밟을 계획이다. 특히 현대차그룹과 매매 MOU를 다음주말(14일)까지 체결한 뒤 실사 등 후속 절차를 거쳐 다음달 중순까지 본계약을 체결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마디로 속전속결로 현대건설 매각문제를 마무리하겠다는 것이다.

현대차그룹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위해서는 주주협의회 의결권 기준 75%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외환은행 정책금융공사 우리은행 등 운영위 소속 3개기관이 모두 동의하고 있어 부결될 가능성은 사실상 제로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11월 본입찰 당시 현대건설 매각대상 지분 34.88%를 5조1000억원에 인수하겠다는 제안서를 제출했었다.

채권단이 이같이 속도를 내는 것은 이날 법원의 가처분 신청 기각으로 향후 소송과 관련된 불확실성이 상당부분 사라졌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볼 수 있다.



채권단은 현대그룹이 본안 소송을 제기하더라도 현대차그룹과 매각협상을 진행할 계획이며, 법원 판결 전 매매계약을 종료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또 현대그룹이 채권단을 대상으로 손해배상청구소송과 같은 민사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있지만 이런 민사소송은 매각절차 자체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으로 전망했다.

채권단 관계자는 "현대차그룹과 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법원 판결을 전제로 하는 조건부 계약을 체결할 수 있을 것"이라며 "통상적인 M&A 사례를 보면 손해배상 문제는 제기될 수 있지만 딜을 되돌리는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다"고 전했다.


현대그룹이 MOU를 체결하면서 채권단에 낸 2755억원의 이행보증금은 돌려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당초 채권단은 법원이 가처분 신청을 기각하면 자신들이 배임 등에 저촉될 수 있다며 이행보증금을 돌려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그러나 법원은 매각주간사나 채권단도 MOU해지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며 이를 감안해 이행보증금 몰취여부를 결정해야한다고 주문했다.

특히 채권단의 이행보증금 몰수에도 불구하고 현대그룹이 어떠한 법적 소송도 제기하지 않기로 한 특약(부제소특약)은 효력이 없다고 법원은 판단했다. MOU해지의 책임이 채권단에 있음에도 이를 상대방(현대그룹)에 전적으로 전가시킬 수 있는 불공정한 내용이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선 채권단도 협상의 여지를 열어두는 분위기다. 채권단 관계자는 "더이상의 소모적인 논란이 없어야한다"는 전제를 달았지만 "현대그룹이 채권단에 합리적인 요구를 해올 경우 법적으로 허용하는 범위내에서 적극 협의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채권단과 현대차그룹 양측 모두 법원 결정에 환영의사를 밝혔지만 둘 사이에도 풀어야할 과제 또한 적지 않다. 무엇보다 현대차그룹이 가격을 깎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운 것. 채권단은 지금도 현대그룹과 현대상선(011200) 지분문제를 협의할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만약 현대차그룹이 이를 문제 삼아 현대건설 인수가격을 낮추자고 요구하면 채권단으로서도 재협상 테이블에 나서야하는 난처한 상황에 몰릴 수 있다. MOU상 현대차그룹은 최대 3%까지 인수가격을 낮춰 요구할 수 있다고 한다.

채권단 고위 관계자는 "현대상선 지분 문제 때문에 (현대차그룹이) 가격을 낮춰선 곤란하다"며 "현대차그룹을 우선대상자 선정할때부터 이러한 점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로선 채권단과 현대차그룹간 MOU 및 본계약 체결 가능성이 높지만, 순탄치 않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당장 현대그룹은 법원결정에 크게 반발하며 항고의지를 밝혔다. 이 경우 현대건설 매각이 장기화할 가능성도 있다. 

현대그룹은 "채권단의 주장과 논리가 법원에 의해 여과없이 받아들여졌다는 점은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항고를 통해 법정에서 시시비비를 가릴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