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사·제재결과 "공개냐, 비공개냐"..논란 분분

by조용만 기자
2004.02.03 16:14:18

[edaily 조용만기자] 금감원이 내년 증권분야 집단소송제 시행을 앞두고 공시·회계감독과 관련한 업무개선 방안을 추진하면서 조사(감리)결과 및 제재내용을 공개하지 않는 방안을 검토내용에 포함시켜 논란을 빚고 있다. 확정되지 않은 조사결과나 제재내용을 공개할 경우 해당기업에 피해를 입힐 수 있기 때문에 가급적 공개에 신중해야 한다는 것이 금감원의 설명이지만 투자자 입장에서는 정보의 비대칭성 문제와 맞물려 이해상충의 소지가 크기 때문이다. ◇조사·제재결과 공개원칙 바뀌나 금감원은 3일 증권 집단소송제 시행과 관련, 외부전문가 등으로 T/F팀(회계공시감독업무 혁신추진단)을 꾸려 오는 3월말까지 회계·공시관련 규정과 심사·감리, 조사·제재 등의 분야에서 개선방안을 확정키로 했다고 밝혔다. 내년부터 자산규모 2조원이상인 90여개 기업에 대해 집단소송제도가 시행되고, 대부분의 소송이 주가조작이나 분식회계 등의 사안으로 제기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사전적으로 공시·회계분야의 투명성 제고와 남소방지를 위한 대책마련에 들어간 것이다. 개선방안중 문제가 된 것은 시세조종에 대한 조사나 회계감리결과, 증선위·금감위의 제재내용에 대한 공개원칙 지속여부. 금웅감독당국은 IMF이후 금융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위원들의 의사 결정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며 증선위와 금감위 논의내용에 대해서는 비공개를 원칙으로 해왔다. 하지만 증선위·금감위에서 논의된 조치와 제재내용 등 결과는 대부분 공개했다. 회계분야의 경우 대부분은 기업이름과 조치내용을 공개했고 주가조작 등의 경우 혐의내용이 확정되지 않아 해당기업이나 선의의 투자자에게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에 대해서는 기업명과 관련자 등을 익명으로 알려왔다. 지난해말 집단소송제 도입이후 소송의 당사자인 기업측에서는 소송남발에 대한 우려가 제기돼왔고, T/F팀 구성후 의견수렴 과정에서도 업계 등으로부터 조사(감리)결과 및 제재내용에 대한 공개원칙을 이대로 지속할 것인지에 대한 의견이 개진됐다. 금감원측은 "혐의가 확정되지 않은 조치사항을 공개할 경우 기업 등이 선의의 피해를 볼 수 있기 때문에 업계에서 공개원칙 지속 여부를 검토해달라고 요청해왔다"고 말했다. 업계에서 조사결과나 제재내용의 비공개를 요청한 것은 증권분야 집단소송에서 금감원의 조치가 소송의 근거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제한적 비공개..재계·시민단체간 논란여지 남아 증권분야 집단소송제는 상장·등록법인의 유가증권신고서나 사업보고서 등의 허위기재와 미공개정보 이용, 시세조작, 부실감사 등으로 인해 주식·채권매매 과정에서 손해를 입었을 경우 소액주주 50명 이상이 전체를 대표해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한 제도로 지난해 12월 국회를 통과했다. 집단소송제는 소송남발을 방지하기 위해 법원의 소송허가 절차를 두고 있는데, 법원이 소송을 허가할 경우 금융감독원으로부터 기초조사 자료를 제출받아 직권조사를 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다. 이 과정에서 금감원의 조사(감리)결과나 제재내용은 법원의 소송판단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업계로서는 소송의 원인이 될 사안은 가급적 공개되지 않는 것이 유리하다. 금감원은 브리핑 과정에서 "조사결과 및 제재내용의 공개원칙 유지 여부도 T/F팀에서 검토될 것"이라며 "선진국의 경우 조사결과나 제재내용에 대해 비공개를 원칙으로 하고 있으며 공개는 예외적으로 이뤄진다"고 밝혀 공개원칙의 변경 가능성을 언급했다. 하지만 언론보도 등을 통해 비공개 검토에 대한 논란이 제기되자 금감원은 "투자자의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나 위법사실이 명백한 경우는 지금과 마찬가지로 조사나 감리결과, 제재내용 등이 대부분 공개될 것"이라고 해명했다. 브리핑 과정에서 그동안의 공개원칙이 비공개원칙으로 바뀌는 것 처럼 오해가 된 부분이 있었다는 것이 금감원의 설명. 황인태 전문심의위원은 "행정상 제재를 하는 경우는 명확성이 전제된 것이기 때문에 공개가 불가피하며 금감원 차원에서는 사실규명이 어려워, 수사기관에 조사를 의뢰하는 경우 등 극히 제한적인 부문에서만 혐의사실 공개여부가 검토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집단소송제가 실시되더라도 업계의 요구대로 주가조작이나 분식회계에 대한 조사결과나 재재내용은 계속 공개될 것이며, 수사의뢰 등 금감원에서 사실을 확인하기 힘든 사안에 대해서만 예외적으로 내용을 공개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금감원이 적극적인 해명에 나섰지만 실제 T/F팀의 업무혁신방안 확정과정에서는 경제5단체와 참여연대 등 업계와 소액주주 이익을 대변하는 단체들의 의견이 반영될 예정이어서 앞으로도 논란의 소지는 남아있는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