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반도체·디스플레이·조선 '대체로 맑음'…자동차·철강 '흐림'

by김소연 기자
2024.12.11 12:00:00

대한상의 2025년 산업 기상도 전망 조사
美 트럼프 출범…업종별 위협·기회요인 엇갈려
정치혼란·미중갈등 따른 불확실성 우려 커져
"국회 ''경제법안'' 처리·정부 ''실리외교'' 당부"

[이데일리 김소연 기자] 내년 인공지능(AI) 산업 성장세에 힘입어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업종은 견조한 수요가 예상된다.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따른 정책 유불리로 조선업종은 호재요인이 큰 반면 자동차·철강은 위협요인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11일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11개 주요 업종별 협회와 함께 실시한 ‘2025년 산업기상도 전망 조사’에 따르면, 반도체·디스플레이·조선·바이오·기계 업종은 ‘대체로 맑음’, 자동차·이차전지·섬유패션·철강·석유화학·건설은 ‘흐림’으로 예보됐다.

반도체산업은 데이터센터, 서버 등 AI 산업 인프라 지속 투자와 AI 기기 시장출시로 인해 고부가가치 메모리의 견고한 상승 흐름이 예상된다. 미국의 대중수출 규제 압박 및 관세 인상 등 불확실성이 존재하나 급격한 시황 악화는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는 올해 수출은 당초 예상치를 상회하며 전년대비 41% 증가한 1390억 달러 내외가 될 것”이라며 “2025년에는 소폭(-2.9%) 감소한 1350억 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고종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략기획실장은 “내년 글로벌 반도체 설비투자는 주요국들의 반도체 지원책에 힘입어 올해대비 7.9% 증가한 1872억 달러로 전망된다”며 “한국 또한 용인반도체클러스터를 중심으로 설비투자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디스플레이산업 역시 스마트폰 AI 기능 적용 본격화에 따른 교체수요, 프리미엄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IT·TV 출하량 증가로 인해 ‘대체로 맑음’으로 예보됐다. 특히 내년 출시될 아이폰17 전 모델에 LTPO(저전력 디스플레이) 패널이 적용될 예정으로, 이전 모델에서 공급경험이 있는 국내 기업의 수혜가 기대된다.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는 2025년 수출은 올해 대비 약 4% 증가한 194억8000만달러를 예상했다. 다만 트럼프발 미·중 무역분쟁 심화에 따른 국내 패널기업 고객사(애플 등)의 중국 내 점유율 감소 우려는 큰 하방리스크라고 봤다.

조선업은 트럼프의 화석연료 부흥책에 따라 에너지 운반선(탱커·LNG운반선) 발주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했다. 건조·수리·선박수출 분야에서 미국과의 긴밀한 협력 기대감이 호재요인이다. 2025년 선박류 수출액은 올해 대비 9.1% 증가한 267억6000만 달러에 달할 것으로 점쳐진다.

바이오 산업은 트럼프 정부의 약가인하 정책기조, 유럽연합(EU)·미국의 교체 처방 장려 등으로 인해 바이오시밀러 분야 국내기업의 글로벌 진출 기회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이 외에도 미국·유럽·아시아 등 글로벌 소재 제약기업과의 지속적인 위탁생산(CMO) 수주 계약 체결, 남아프리카 중심으로 발발 중인 콜레라 등의 백신 수요 급증으로 수출도 증가세가 예상된다.



기계 산업은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 무역정책에 따른 미국 내 중국산 대체효과와 글로벌 반도체 설비투자 증가 등을 통해 수출이 소폭 늘 것으로 기대된다.

자동차 업종은 트럼프 당선에 따라 위협요인이 클 것으로 보인다. 통상 환경 악화, 중국 자동차 산업 팽창이 위협요인이다. 이에 내년 수출은 올해 대비 3.1% 감소한 270만대로 예상했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는 한-필리핀 자유무역협정(FTA) 발효에 따른 5% 관세 철폐, 하이브리드카의 수출 증가세 등 호재요인에도 불구, 대미흑자 비중이 가장 높은 자동차·자동차부품의 추가관세 도입 가능성과 코로나 이후 대기수요 소진으로 인한 주요국의 재고량 증가, 보호무역 정책에 따른 현지화 비중 증가 등 불확실성 요인이 더 크다고 분석했다.

철강산업 역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부과 및 수입쿼터 축소 가능성 우려와 자동차·건설 등 수요산업 부진, 중국의 공급과잉에 따른 원가 이하 수출공세 등으로 인해 ‘흐림’으로 전망됐다. 트럼프 1기 행정부는 2018년 한국산 철강재에 대해 관세 부과 대신 수입쿼터제(물량할당제)를 도입했다. 직전 3년(2015~2017년)의 연평균 대미 철강수출량의 70%를 수출물량으로 정한 것인데, 이 비율을 축소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조규언 철강협회 계장은 “하방리스크가 큰 상황이지만, 철강기업들의 신시장 창출 등 수출확대 노력으로 내년 수출은 올해 대비 1.6%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배터리는 중국에서 과잉생산된 저가 제품이 유럽 등 주요시장에 판매됨으로 인해 우리 수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가장 큰 하방리스크로 꼽았다. 가격경쟁력을 무기로 중국 배터리의 글로벌 시장점유율(중국 제외)은 2021년 18.2%에서 2024년 상반기 38%로 빠른 속도로 확대되고 있다. 다만 최근 주요국들의 에너지저장장치(ESS) 수요 급증에 따른 수주확대, 대중 고율 관세부과에 따른 반사이익은 긍정적 요인으로 전망된다.

김승태 한국배터리협회 정책지원실장은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전기차 구매 세액공제(30D) 폐지 우려, 전기차 의무화 정책 후퇴 등 위기요인을 최소화하는 한편 미국의 탈중국 디커플링 기조 강화에 따른 반사이익, EU의 이산화탄소 배출 규제 강화로 인한 유럽 완성차 업체의 전기차(EV)용 배터리 수요 확대 등 기회요인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업계와 정부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내년 석유화학산업은 누적된 신증설 물량과 구조적 공급 과잉으로 단기간에 드라마틱한 시황 반전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건설 부진도 지속될 전망이다.

강석구 대한상의 조사본부장은 “한층 격화될 미중 무역갈등과 중국의 저가공세에 더해 국내 정치혼란에 따른 불확실성 지속이 업종 전반의 성장세 하락을 부추기지 않을까 업계의 우려가 큰 상황”이라며 “정부의 실리적 외교 노력은 물론 첨단산업 인프라 구축 지원 등 시급한 경제법안들의 국회 처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