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국채금리 급등·분기말 수급…장중 환율, 연고점 넘어 1350원 턱 밑[외환분석]
by이정윤 기자
2023.09.26 14:29:53
환율, 8월 17일 1343원 이후 최고치 경신
달러인덱스 106선 넘어, 연중 최고 수준
달러·엔 환율은 148.95까지 올라 연고점 경신
외환당국 “분기말 수급 영향…시장 상황 주시”
시장 전문가, 단기 환율 고점 1360원 전망
[이데일리 이정윤 기자] 원·달러 환율이 장중 연고점을 훌쩍 넘어 1350원 턱밑을 추격하고 있다. 미국의 고금리 장기화 가능성이 고조되며 미국 국채 금리가 급등한 데다, 분기 말 결제 수급에 환율 끌어올렸다. 여기에 위안화와 엔화 약세가 심화되며 단기적으로 환율은 1360원까지도 오를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26일 서울외국환중개에 따르면 이날 환율은 오후 2시 25분 기준 전 거래일 종가(1336.5원)보다 12.0원 오른 1348.5원에 거래 중이다. 지난 8월 17일 장중 고점이었던 1343.0원 이후 최고치를 경신한 것이다.
이날 환율은 역외 환율을 반영해 전 거래일 종가보다 3.3원 오른 1339.8원에 개장했다. 이후 1340원 위에서 움직이던 환율은 오전 11시께 상승 폭을 급격히 확대하더니 1349.5원까지 올랐다. 이는 지난해 11월 23일 장중 1355.3원을 기록한 이후 약 10개월 만에 최고 수준이다.
연방준비제도(연준·Fed) 긴축 장기화에 따른 미 국채수익률 상승과 연방정부 셧다운(연방정부의 일시 업무 중단) 우려가 커지면서 달러가 강세를 보였다. 간밤 미국 국채 금리는 급등했다. 10년물 국채수익률은 한때 4.5%를 웃돌면서 2007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30년물 미 국채수익률은 장중 4.67%까지 올랐다. 이는 2011년 이후 최고치다.
이에 글로벌 달러화는 초강세다. 달러인덱스는 이날 새벽 1시 26분 기준 106.05로, 106선을 넘어서며 올 들어 최고치다. 또 지난 12월 1일 106.08 이후 10개월 만에 최고 수준이기도 하다. 달러·위안 환율은 7.31위안대로 소폭 하락세다.
추석 장기연휴와 분기 말을 앞두고 롱(매수)포지션이 유리한 환경을 차지하고 있어 수입업체 결제수요에 환율이 더욱 상승 압력을 받았다. 1340원 위에서 외환당국의 개입 경계감도 무너트리는 듯한 모습이다. 외환당국 관계자는 “아무래도 분기 말이 되면서 수급 영향이 있는 듯 하다”며 “시장 상황을 계속 보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엔화 약세가 심화하며 달러 강세를 부추기고 있는 모양새다. 달러·엔 환율은 장중 148.95까지 오르며 연고점을 경신했다. 달러당 150엔을 돌파했던 지난해 10월 하순 이후 약 11개월 만의 최저치다. 전날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과도한 (환율) 변동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계속 긴장감을 높여 주시하겠다”고 말했다. 반면 같은날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BOJ) 총재는 “통화정책 가이드라인에 외환을 직접적으로 목표하진 않는다”고 말해, 정책 엇박자를 드러내며 엔화 가치는 더욱 떨어졌다.
국내은행 딜러는 “미국 국채 금리가 계속 튀면서 달러인덱스도 올라갔다. 달러인덱스가 계속 오르면 달러·엔 환율도 150엔까지 오를 수 있다”며 “시장 심리가 완전히 망가진거 같다. 이런 분위기가 얼마나 갈지 예측이 안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커지자 외국인 투자자도 국내 증시에서 순매도하며 환율 상승을 지지하고 있다. 외국인은 코스피 시장에서 140억원대, 코스닥 시장에서 1000억원대를 팔고 있다. 이에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도 1% 이상 하락 중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환율이 연고점을 경신한 만큼 단기적으로 환율은 1360원까지 추가 상승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문정희 국민은행 연구원은 “국채금리 최고치에 시장의 불안심리가 커졌고, 여기에 추석 전 차익실현에 주식시장이 조정을 보이면서 환율이 더 쉽게 올라간 거 같다”며 “환율이 급격하게 올라온 만큼 오후엔 되돌림이 있을 거 같다”고 말했다.
문 연구원은 “결국 미국 국채금리 반락, 증시 조정이 언제쯤 바닥을 잡을 건지가 중요하다”며 “1360원까지 환율 상단을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백석현 신한은행 연구원은 “유로와 엔화 약세가 글로벌 달러 강세를 더욱 부추기고 있다”며 “지난 4월 말부터 환율이 1343원을 트라이하다가 번번이 꺾였는데 연고점 돌파했으니 1360원까지는 갈 것 같다”고 전망했다.
백 연구원은 “트레이더들이 이런 상황에선 상단을 계속 테스트할 테니까 오후에 지금보다 더 오를 여지도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