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SEC, 월가 뒤흔든 '빌황'의 아케고스 예비조사 착수

by방성훈 기자
2021.04.01 11:21:53

“아케고스 불법행위 혐의 특정은 불분명”
옐런 美재무 "헤지펀드 감시·감독 강화할 것"

빌 황 아케고스 캐피털 매니지먼트 대표. (출처=풀러재단)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아케고스 캐피탈 매니지먼트의 대규모 레버리지 거래와 관련해 예비 조사에 착수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블룸버그통신 등이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SEC는 특정 시장 참가자의 거래가 시장에 혼란을 일으킨 경우 예비 조사에 착수하는 절차를 두고 있다. 불법행위가 의심되는 경우, 시장 공정성 및 유동성에 영향을 끼친 경우 등이 이에 해당한다.

소식통들은 “SEC가 예비 조사를 진행하고 있지만 아케고스로부터 어떤 정보를 얻어냈는지는 당장 알 수 없다”고 전했다. 또 이번 SEC 조사에 대해 외신들은 “일반적이며 정기적인 절차”라며 “아케고스 사태 관계자들의 불법행위 혐의를 특정할 수 있을지는 불분명하다”고 내다봤다. 외신들은 이번 조사와 관련해 아케고스와 SEC 측은 논평을 거부했다고 부연했다.

앞서 아케고스는 지난달 26일 레버리지를 통해 투자한 일부 종목의 주가가 급락하자 마진콜(추가 증거금 납부 요구)에 내몰렸다. 그러나 아케고스는 돈을 마련하지 못해 유동성 위기에 몰렸다. 이후 아케고스가 투자한 주식을 담보로 잡고 있던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 크레디트스위스 등 투자은행들은 손실을 줄이기 위해 블록딜 방식으로 주식을 내다팔았다.

해당 물량이 개장 전은 물론 장중에도 시장에 쏟아지자 비아콤CBS와 바이두, 텐센트뮤직 등 해당 종목의 주가가 급락하는 등 증시가 요동쳤다. 이렇게 블록딜 형태로 당일 나온 주식만 300억달러(한화 약 33조 8130억원)에 달했다.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곳은 아케고스에 거래를 중개하고 대출을 해준 크레디트스위스와 노무라홀딩스다. 노무라는 이미 20억달러(약 2조 2600억원) 손실 가능성을 예고한 상태다.



WSJ에 따르면 아케고스를 이끄는 한국계 펀드매니저 빌 황은 지난 2012년에도 SEC 제재를 받은 전력이 있다. 당시 헤지펀드 타이거아시아매니지먼트를 운영했던 그는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중국 은행주를 거래한 혐의로 적발됐다.

당시 황씨는 SEC에 4400만달러(약 496억 4500만원)을 벌금으로 냈고, 부당이익 1620만달러(약 82억 8500만원)를 몰수당했다. SEC는 당시 사건 이후 황씨가 고객으로부터 돈을 받아 자산을 운용하는 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제재했다.

하지만 지난해 4월 SEC는 황씨에게 부과됐던 투자 활동 관련 일부 제한 조치가 해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그는 ‘규제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패밀리 오피스 아케고스를 설립해 자신의 포지션을 공개하지 않고 투자은행으로부터 레버리지를 일으켜 수백억달러 규모로 주식 투자를 해왔다.

도드프랭크법에 따르면 일정 규모 이상의 헤지펀드는 SEC에 등록해야 한다. 거래 기록 역시 당국에 제출할 의무가 있다. 그러나 패밀리 오피스는 이같은 의무가 없다. 아케고스는 황씨 일가의 100억달러 재산을 관리하는 패밀리 오피스다.

한편 재닛 옐런 재무 장관은 이날 금융안정감독위원회(FSOC) 첫 회의를 주도하며 헤지펀드에 대한 규제당국의 감시·감독 기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아케고스를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최근 헤지펀드 활동과 연관된 시장 상황을 논의했다. 일부 헤지펀드의 레버리지가 시장 불안정성을 높일 수 있다는 우려가 드러났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