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일 이사 취소에 술값까지”…포장이사 플랫폼 ‘주의보’

by김형일 기자
2024.11.12 14:11:05

일정 변경한 업체…위약금 지불도 거부
약정에 없는 사다리차 비용 요구 사례도
피해구제 요구 사례 1493건…합의는 37.7%

[이데일리 김형일 기자] 포장이사 플랫폼들이 이사 당일 일방적으로 일정을 변경하고, 작업자 술값까지 요구하는 일이 심심찮게 발생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무관.(사진=게티이미지뱅크)
12일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울산에 사는 최모 씨는 190만원에 포장이사 계약을 하고 계약금 10만원을 지불했다. 그러나 이사 당일 업체 측은 이사 진행이 어렵다며 일방적으로 일정 변경을 요구했다.

결국 최 씨는 더 비싼 비용을 부담하고 다른 업체를 불러 이사를 마쳤다. 이후 원래 업체에 계약 불이행에 따른 위약금을 요구했지만, 업체는 이를 거절했다.

약정에 없는 비용이 청구된 사례도 있다. 210만원에 포장이사를 계약한 피해자는 업체로부터 사다리차 비용 15만원, 작업자 술값 5만원을 요구받았다. 모두 약정에 없는 내용이었다.

소비자원에 따르면 지난 2021년부터 작년까지 접수된 포장이사 서비스 관련 소비자 피해 상담은 1만949건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피해구제 건은 1493건(13.6%)이었다.



피해구제 신고 사유는 화물 훼손·파손이 1044건(69.9%)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계약 위반 152건(10.2%), 분실 101건(6.8%), 부당요금 53건(3.5%)으로 뒤를 이었다. 부당요금은 계약 사항에 포함된 이사 비용 외에 추가 요금을 요구하는 것을 뜻한다.

그러나 피해구제는 어려운 실정이다. 피해구제 사례 가운데 업체 측 배상이나 수리보수, 환급, 계약이행 등으로 합의 처리된 사례는 563건(37.7%)으로 절반에도 못 미쳤다. 사업자 주소지가 불명확하거나 사업자가 연락을 회피해 합의가 안 된 사례도 있었다.

소비자원은 “최근 이용 고객이 늘고 있는 포장이사 서비스 플랫폼 실태를 조사했다”며 “사업자의 법적 지위나 분쟁 해결 기준을 고지하지 않거나, 업체가 정보를 제대로 제공하지 않는 등 피해 사례를 확인해 개선을 권고했다”고 말했다.

소비자원이 최근 3년간 포장이사 서비스 플랫폼을 이용한 소비자 6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33.5%는 ‘피해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이중 손해배상을 받은 비율은 18.9%로 미미했다.

배상받지 못한 이유로는 ‘배상 절차가 까다롭고 불편해서(51.5%)’가 가장 많았다. 이와 관련해 소비자원은 소비자 친화적이고 실효적인 분쟁 해결 기준, 절차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