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미성년자 중독 유발 콘텐츠’ 잡는다…조사 대상은?
by방성훈 기자
2024.05.17 17:26:11
알고리즘 반복 노출로 '토끼굴' 효과 유발 여부 조사
"미성년자 보호·예방 등 DSA 규정 준수 여부도 볼 것"
법 위반 확인시 전세계 연간 매출의 최대 6% 벌금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유럽연합(EU)이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의 알고리즘이 미성년자의 온라인 콘텐츠 중독을 유발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모회사인 메타를 상대로 조사에 착수했다.
16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는 이날 성명을 내고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의 알고리즘이 어린이들에게 ‘토끼굴’ 효과를 유발하는지 여부를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어린이가 부적절한 콘텐츠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적절한 연령 확인 절차를 제공해야 한다는 법적 의무를 메타가 준수하고 있는지 여부도 조사할 것”이라며 “미성년자를 위한 높은 수준의 개인정보 보호, 안전 및 보안을 보장하기 위해 적절하고 비례적인 조치를 취하고 있는지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덧붙였다.
토끼굴 효과는 소셜미디어(SNS) 사용자가 온라인 피드와 주제에 점점 더 깊이 빠져드는 현상을 뜻한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의 알고리즘과 시스템이 미성년자들에게 특정 성향의 콘텐츠를 반복적으로 노출, 편향된 콘텐츠에 중독 또는 행동장애 상태에 놓이도록 만들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게 EU 집행위의 판단이다.
EU 집행위는 메타가 미성년자의 정신적·육체적 건강을 지키기 위해 적절한 보호 및 예방조치를 취했는지 등과 관련해 디지털서비스법(DSA) 위반 여부를 들여다볼 예정이다. DSA는 온라인에서 가짜뉴스 및 유해 콘텐츠츠가 확산할 경우 플랫폼에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지난해 8월 발효됐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은 EU 내 월간 활성이용자 4500만명 이상을 보유해 지난해 4월 ‘초대형 온라인 플랫폼’(VLOF)으로 지정됐으며, DSA 시행 이후 규제 대상에 포함됐다.
메타가 DSA를 위반한 것으로 밝혀지면 전 세계 연간 매출의 최대 6%에 해당하는 벌금을 물을 수 있다. 아울러 이번 조사는 DSA에 따라 메타를 상대로 하는 두 번째 조사인데, 반복 위반으로 결정나면 최악의 경우 EU 단일시장에서 이용 금지 처분이 내려질 수도 있다고 FT는 전했다. 앞서 EU 집행위는 유럽의회 선거를 두 달 남짓 앞두고 지난 4월 SNS 플랫폼 운영 기업들이 가짜뉴스 확산을 방치했을 가능성을 두고 관련 조사에 착수했는데, 메타 역시 조사 대상에 포함됐다.
메타는 EU 집행위의 이번 조사에 앞서 “우리는 어린이를 보호하기 위한 도구를 개발하는 데 오랜 시간을 투자했다”고 주장했지만, 티에리 브르통 EU 내수시장 담당 집행위원은 “메타가 DSA 준수를 위해 충분한 조치를 취했다고 확신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EU 집행위는 DSA 시행 이후 빅테크를 견제하려는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다. EU 집행위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전쟁에 대한 가짜뉴스 확산과 관련해 엑스(X·옛 트위터)를 조사하고 있다. 틱톡을 대상으로도 ‘좋아요’를 누르면 바우처 및 기프트카드 등을 제공하는 보상 프로그램과 관련해 중독성 여부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다만 틱톡은 조사 개시 이후 관련 서비스를 중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