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은행장 진영 갖췄다…‘변화의 시대’ 금융권 리더는 누구

by정두리 기자
2022.12.27 16:36:48

내년 키워드 ‘리스크 관리’와 젊은 리더십 통한 ‘혁신’
‘말띠 동갑’ 한용구·이재근, 리딩뱅크 경쟁 본격화
이승열 ‘통합리더’·이석용 ‘융합형리더’

[이데일리 정두리 기자] 신한·하나·NH농협은행 등 주요 시중은행장이 세대교체를 이룸으로써 5대 은행이 새 진영 구도를 갖추게 됐다. 내년 금융권의 키워드는 급변하는 금융환경 속에서 리스크 관리와 함께 새로운 리더십을 통한 ‘혁신’에 방점이 찍힐 것으로 보인다. 동갑내기 말띠인 한용구 차기 신한은행장과 이재근 KB국민은행장은 ‘리딩뱅크’ 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쟁이 펼쳐질 전망이다.

한용구 차기 신한은행장(왼쪽부터), 이재근 KB국민은행장, 이원덕 우리은행장, 이승열 차기 하나은행장, 이석용 차기 NH농협은행장.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하나·NH농협은행 등 주요 시중은행에서 신임 은행장 추천 절차를 마무리 지으면서 5대 은행이 본격적인 내년 경영전략에 돌입했다.

신한은행은 한용구 부행장이 신임 은행장 후보로 추천됐다. 한용구 내정자는 현재 신한은행의 영업채널을 총괄하고 있는 영업그룹장으로, 채널 전략, 여수신 상품, 건전성 관리 등 은행 현안에 정통하다. 특히 지주회사 원신한전략팀 본부장, 신한투자증권 부사장을 거치며, 그룹사 협업체계를 두루 경험해 변동성이 확대되는 위기 상황에 대비할 수 있는 적임자라는 평가다. 한 내정자는 오는 30일 취임식을 통해 리스크 관리 속 영업현장의 혁신을 주문하는 내용을 골자로 내년 경영전략 청사진을 밝힐 예정이다.

이재근 행장 체제 2년차를 맞는 국민은행은 내년 조직개편 및 임원 인사를 이날 단행했다. 고객 니즈 변화에 신속한 대응이 필요한 상품부서(수신상품부, 개인여신부 등)를 플랫폼조직으로 전환해 상품개발자와 IT인력간 유기적 협업을 강화했다. 금융 환경 대응을 위해 전문화·세분화 되어온 본부 조직을 유사·연계업무 수행부서 중심으로 통합해 조직 및 인력 운영의 효율성을 제고했다. 이와 함게 금융소비자 권익을 최우선 보호하기 위해 소비자보호본부를 그룹으로 격상시키고, 이상징후 해외송금의 선제적 차단을 위한 외환거래 모니터링 전담팀을 신설했다.

특히 한 내정자와 이 행장은 은행권 최연소 행장인 1966년생 동갑으로, 내년부터 업계 1위 리딩뱅크 타이틀을 놓고 ‘젊은 리더십’ 경쟁도 예고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신한은행의 ‘영업통’과 국민은행의 ‘재무통’ 대결이 펼쳐졌다는 시각이다. 이 행장의 임기가 1년 남아 있는 만큼 기업 성과를 측정하는 경영 지표 개선에 한층 힘을 쏟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하나은행은 차기 하나은행장으로 이승열 하나생명보험 사장을 내정했다. 1963년생인 이승열 내정자는 2015년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합병 후 외환은행 출신의 첫 번째 하나은행장이라는 점에서 ‘통합’의 상징성을 갖춘 인물이다. 외환은행에 입행해 하나금융지주 및 하나은행 CFO(재무총괄), 하나은행 비상임이사, 하나금융지주 그룹인사총괄 등을 거친 ‘재무통’으로 꼽힌다. 이 내정자가 하나은행 수장에 올라서게 되면 하나은행의 재무건전성 제고 뿐만 아니라 조직관리 면에서도 리스크 관리 능력을 평가받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하나은행은 “이 내정자는 최근 어려운 금융환경 속에서 전략적 방향성과 리스크 관리 능력을 바탕으로 MZ 세대를 포함한 전 조직 구성원들과의 소통, 특히 영업 현장의 의견을 경청함으로써 조직을 이끌어 나갈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농협은행은 차기 농협은행장에 이석용 농협중앙회 기획조정본부장을 추천했다. 이석용 내정자는 농협중앙회 기획조정본부장, 농협은행 영업본부장 및 시지부장, 금융지주 이사회사무국장과 인사전략팀장 등 본부의 주요 보직과 일선 영업현장을 모두 거쳤다. 이 때문에 내부에서는 이 내정자를 가리켜 ‘융합형리더’로 칭한다.

특히 ‘농협맨’인 이 내정자가 정통 경제 관료 출신인 이석준 차기 NH농협금융지주 회장 내정자와 어떤 시너지를 낼지도 주목된다. 금융지주회장에 외부 경제 관료가 선임된 만큼, 초반에는 이 내정자가 법인간 원활한 의사소통 및 시너지 창출에 심혈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다수 시중은행들이 세대교체를 신호탄으로 새 판짜기에 돌입했지만 우리은행의 행보는 더디다. 아직 차기 회장이 아직 결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원덕 우리은행장의 임기는 2023년 12월까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우리은행 내부 정비에는 다소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권이 세대교체를 통해 변화의 물결을 탔다”면서 “내년엔 안정적인 리스크 관리가 주를 이루겠지만, 세부 조직의 신설이나 인력 구성에 변화를 줄 가능성도 크다”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