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부유층, 경제제재 피하러 이스탄불·두바이에 몰려
by이현정 기자
2022.03.29 11:30:21
터키·UAE, 러에 우호적 대응 취해
우크라 침공 전부터 매매 증가세 두드러져
대러 금융 제재로 ‘암호화폐’ 통해 거래
[이데일리 이현정 인턴기자] 러시아 부유층이 서방의 경제 제재를 피해 재산을 은닉하고자 터키와 아랍에미리트(UAE)에서 부동산을 매입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8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러시아 부유층 일부가 터키의 이스탄불과 아UAE의 두바이 등에서 적극적으로 부동산 투자를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전부터 러시아인들은 두 나라에서 부동산을 구매해왔지만 최근 몇 주간 그 규모가 급증했다고 부동산 관계자들은 전했다.
이스탄불에 위치한 골든사인(Golden Sign) 부동산 회사의 공동설립자인 굴 굴은 “우리는 최근 러시아인들에게 매일 7채에서 8채씩 중개하고 있다”라며 “그들은 주로 현금이나 금으로 거래하며 터키에서 은행 계좌를 개설하기도 한다”라고 말했다.
터키에서 외국인 고객을 대상으로 건설 및 부동산 매매 회사를 운영하는 이브라힘 바바칸은 러시아 고객이 전에는 주로 지중해 안탈리아 지역과 같은 휴양지를 선호했다면 현재는 투자를 목적으로 이스탄불과 같은 대도시에서 부동산을 사들이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로이터는 서방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며 가한 경제 제재를 회피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짚었다. 터키와 UAE 역시 러시아의 공격을 비판했지만, 터키는 유엔(UN)의 제재 외에는 동참하지 않고 있으며 양국 모두 러시아와 비교적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러시아와의 항공편도 여전히 운행하고 있으며 외국인 부동산 구매자들에게 거주 장려금도 제공해 러시아인들과 그들의 재산에 피난처를 제공하고 있는 셈이다.
터키와 UAE에 대한 러시아 부유층의 투자 증가는 투자매매는 전쟁과 서방의 경제 제재 부과 전 긴장감이 고조되던 때부터 두드러진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침공 전까지 러시아인들이 터키에서 부동산 509채를 매입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터키 통계청에 따르면 이는 전년 대비 두 배에 이르는 규모다.
다만 러시아인 대부분은 국외에서 부동산을 구매할 의지가 있더라도 제재 위반을 경계하는 은행 때문에 인출과 이체에 제약받고 있으며 비자 카드와 마스터카드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없다. 이에 따라 암호화폐를 활용하는 러시아인이 늘고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터키의 알렉스 시하노글루 부동산 중개업자는 “현재 거의 모든 거래는 암호화폐로 이뤄지고 있다”라며 “이는 러시아인들이 직면한 경제적 어려움에 대처하는 주요 통로가 됐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