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호남고속철도 노반 침하 현상, 부실 공사 때문"

by정다슬 기자
2020.12.17 14:00:00

개통 전부터 침하현상 발생했지만
6년 넘게 근본 조치 없고 임시방편으로 대처
시험면제 받은 가드레일 모두 '불량'으로 나와
결빙취약지역 선정도 부실

광주 송정역을 통과하는 호남선 KTX. 해당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사진=코레일]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호남고속철도의 노반 침하 현상 원인이 부실공사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철도공단은 개통 전부터 이 같은 현상을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6년째 제대로 된 원인 규명을 하지 않았다. 감사원은 부실시공을 한 건설사업자 등에 대해 벌점 등 제재를 부과하고 노반 침하가 발생하기 않도록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감사원은 17일 시공과 안전 관리가 소홀할 경우 재난과 대형 교통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큰 호남고속철도 노반, 방호울타리(가드레일), 결빙 취약구간 도로포장 등 3개 시설을 중심으로 감사를 실시했다고 밝혔다.

호남고속철도 노반침하 현상은 국정감사 등에서도 반복적으로 지적될 만큼 문제가 되고 있다.

국토부는 호반고속철도 1단계 구간 개통 전인 2014년 9월부터 10월까지 민관합동으로 안전점검을 실시했고 점검결과 8개 공구의 성토 노반(9.1km)에서 침하가 발생했던 사실을 확인했다. 이에 국토부는 2015년 1월 철도공단에 침하를 보수하고 당시 진행 중이던 ‘침하안정평가 용역’을 통해 침하 원인을 규명한 뒤 이에 따라 시공사 등에 벌점을 부과하는 등 제재에 나서라고 통보했다.

이같은 통보에도 철도공사는 지난 3월까지 침하의 원인을 조사·분석하거나 부실시공 여부를 확인하지 않았다. 대신 침하발생 구간 대부분을 레일을 들어올리는 방식으로 임시방편을 했을 뿐이다.

2020년 6월까지 호남고속철도 전체 연장 182.3km 중 허용 침하량 30mm를 넘어선 구간은 13.6%에 해당하는 24.8km이다. 특히 침하로 선로 진동이 발생하는 2-1공구 내 2km 구간은 2018년 2월부터 감속 운행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감사원은 이번 감사에서 성토 노반의 높이가 10m 이상이면서 침하량이 큰 2-1공구, 3-4공구를 표본점검 대상으로 선정하고 시추조사 등을 통해 시공상태를 조사했다. 그 결과 위 2개 공구는 공구시방서의 기준에 맞지 않은 성토 재료를 사용했고 고르게 다지지 않아 틈새 등이 있는 것으로 관찰됐다.

감사원은 국가철도공사 이사장에게 노반 침하 원인이 규명된 호남고속철도 2개 공구는 근본적인 보수·보강 방안을 마련하고 부실시공한 건설사업자를 제재하라고 요구했다. 또 허용기준을 초과하는 침하가 발생한 나머지 15개 공구에 대해서도 원인을 분석해 적정한 조치를 요구하라고 했다.

국토교통부 장관에게도 지도·감독 업무를 철저히 하고 철도공단과 협의해 호남고속철도 허용 침하량을 초과한 노반 침하에 근본적인 보수·보강 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이밖에도 감사원은 국토부 규정에 따라 지주의 수평지지력 시험을 면제받은 가드레일 중 5건을 표본으로 선정해 검검한 결과, 5건 공사 모두 가드레일이 성능 기준이 미달했다고 밝혔다.

국토부는 2012년 11월 ‘도로안전시설 설치지침’을 개정하면서 실물 충돌시험장과 공사 현장의 비탈면 경사만 같으면 공사 현장에서의 수평지지력 시험을 생략하는 면제 규정을 두고 현재까지 운용하고 있다. 이같은 조건으로 최근 3년간 국토부에서 해당 시험을 면제받은 건설공사는 100건 중 88건, 지방자치단체에서 면제받은 건은 33건 중 31건에 달한다.

만약 충돌사고가 일어날 경우, 대부분의 가드레일이 제대로 된 보호막이 되지 못할 우려가 있는 것이다.

감사원은 성토부 도로 노측에 성토부 가드레일이 설치할 때는 비탈면 경사와 관계없이 도로공사 현장에서도 가드레일 지주의 수평지지력 시험을 실시하도록 해당 지침을 개정하라고 했다.

결빙으로 인한 교통사고를 막기 위한 사업에서도 허점이 드러났다. 국토부는 운전자 등이 결빙 취약구간을 미리 알고 안전하게 운행할 수 있도록 안내 표지판을 설치하고, 도로 포장 홈파기 등 안전시설을 설치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결빙 취약지역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평가항목을 기초로 한 제대로 된 평가가 이뤄지지 못하고 각 도로관리청이 임의로 취약하다고 판단한 일부 구간만을 대상으로만 평가했다.

또 각 도로관리청 담당자가 잘못 입력한 기초자료를 제대로 검증하지 않거나 배점 기준과 다른 점수로 평가한 사례, 평가점수를 임의로 조정한 사례도 확인됐다.

감사원은 중앙고속도로 등 3개 노선 등 모든 구간을 대상으로 결빙 취약구간을 재평가한 결과 결빙 취약구간 지정대상 59개소 중 결빙 위험이 있는 40개소(32.68km)가 누락됐다고 확인했다. 기존에 지정됐던 취약구간 중 총 21개소 중 2개소는 지정대상 기준 점수에 미달했으며 6개소는 구간 범위 및 연장(시점~종점) 차이가 발생했다.

국토부 장관에게 결빙 취약구간 평가·지정 업무를 철저히 하고, 결빙사고 예방사업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도록 모든 도로시설 구간을 평가 대상에 포함하고 정확한 기초자료를 확보해 결빙 취약구간을 재평가·지정하는 방안을 마련하도록 통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