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 모아 대포통장 개설·유통해 38억 챙긴 일당 검거

by이슬기 기자
2018.02.08 12:00:00

대포통장 불법도박사이트에 유통해 38억여원 챙겨
지역 선후배 모아 유령법인 62개 설립·대포통장 388개 개설
선후배로만 조직하면 뒤탈 적어…변심 막고자 4~5명씩 합숙시키기도

법인대포통장 등 관련 압수품(사진=서울지방경찰청 제공)
[이데일리 이슬기 기자] 지역 선후배끼리 뭉쳐 유령법인을 설립하고 대포통장을 수백 개 개설한 뒤 불법 도박사이트 등에 유통해 38억여원을 챙긴 일당이 경찰에 검거됐다. 유통 총책임자는 불특정 다수가 아닌 지역 선후배에게 명의를 대여받으면 변심 등 ‘뒤탈’이 적은 것을 이용해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공정증서원본불실기재 및 전자금융거래법위반 등의 혐의로 대포통장 유통 총책임자 한모(34)씨 등 관리자 3명을 구속하고 명의대여자 김모(24)씨 등 3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9일 밝혔다.

이들은 유령법인 62개를 설립해 대포통장 총 388개를 개설한 뒤 속칭 ‘장세트(통장,도장,보안카드 등)’를 150만원씩 받고 불법 도박사이트 운영자 등에게 판매·유통해 약 38억 상당의 금액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관리자들은 ‘명의를 빌려줄 경우 매달 30만~50만원을 주겠다’는 식으로 지역 선후배들을 유인했다. 유통 총책 등 관리자들은 불특정 다수에게 명의를 대여받는 것보다 평소 알고 지내던 이에게 명의를 대여받을 경우 변심 등 ‘뒤탈’도 적고 경찰의 단속도 피할 수 있다는 점을 노려 인천지역 선후배들로만 조직을 운영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조사결과 관리자들은 명의를 대여해준 선후배들이 조직에서 이탈하는 것을 우려해 4~5명씩 합숙생활을 하도록 유도하고 풋살장에서 주기적으로 회합도 가진 것으로 밝혀졌다.



또 명의대여자 김모(23)씨가 배당금이 적은 데에 불만을 품고 법인 대포통장 및 카드 등을 이용해 5억원 상당을 인출해 도주하자 이들 조직은 주변 폭력배까지 동원해 추적한 뒤 폭력을 행사해 금액을 회수했다.

이들 조직은 또 대포통장 유통 혐의로 수사기관이 출석을 요구할 경우 꼬리자르기식으로 수사망을 피하도록 조직원들에게 교육했다. 이들은 경찰 출석 시 “대출을 받기 위해 법인을 설립했는데 나도 대출을 받지 못했다. 나도 사기 피해자”라고 답할 것을 교육해 법적 처벌을 피해온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관계자는 “법인 통장이 유통된 도박 사이트 등에 대해서는 계속 수사 중”이라며 “대포통장의 생성 및 유통과정을 근절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단속을 전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