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장순원 기자
2015.07.27 15:52:52
성장정체·수익성악화 돌파위해 덩치 불리기
저금리 상황서 M&A 실탄 마련하기도 쉬워
[이데일리 장순원 기자] 글로벌 ‘헬스케어’ 업계의 합종연횡이 속도를 내고 있다. 급변하는 경영환경 속에서 덩치를 키워 경쟁력을 높이려는 발걸음이다.
26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올 들어 현재까지 제약업계에서 1800억달러(약 210조원) 규모의 인수합병(M&A)이 이뤄졌다. 지난주 말에도 이스라엘 제약업체 테바는 보톡스 제조사로 유명한 미국 앨러간의 제네릭 의약품(복제약품) 사업부를 약 450억달러에 인수하기로 하는 등 제약 업계에서 대형 M&A 발표가 이어졌다.
앞서 지난 3월에는 미국 애브비가 백혈병치료제 업체 파머시클릭스를 210억달러에 사들이고 앞서 2월에는 화이자가 복제약 전문업체 호스피라를 168억달러에 인수하는 ‘빅딜’이 성사됐다.
지금과 같은 속도대로라면 올해 제약업계 M&A 규모는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던 지난해(2000억달러) 수준을 넘어설 전망이다.
제약업계의 M&A가 이처럼 활발하게 이뤄지는 것은 급변하는 경영 환경 때문이다. 글로벌 제약기업의 주력제품 특허가 잇따라 만료되면서 복제약(제네릭)과 치열한 경쟁에 직면했다. 성장을 도모하거나 생존하기 위해 변화를 모색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부닥친 것이다.
제약기업들은 특허를 보유한 다른 기업을 사들여 성장동력으로 삼거나 규모의 경제를 이뤄 비용을 낮추는 방법으로 M&A를 활용하고 있다.
테바 역시 효자 상품이었던 다발성 경화증 치료제 ‘코팍손’ 특허보호기간이 끝나면서 저가 복제약과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하는 상황에 내몰렸다. 테바가 이번에 앨러건의 제네릭 부문을 사들인 것도 비용을 줄여 수익성을 높이기 위한 판단에 따른 것이다.
테바는 이번 인수 이후 세계 제네릭 의약품 시장에서 약 21% 이상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할 전망이다. 앨러간으로서는 제네릭 사업부를 정리해 주름 개선 치료제인 보톡스, 알츠하이머 치료제 나멘다를 포함해 돈 되는 사업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
최근 모든 미국인의 보험 가입을 의무화하는 이른바 ‘건강보험개혁법안’(오바마케어)도 건강보험업계의 M&A를 부추기고 있다. 보험업계는 지난 2010년 시작된 오바마케어에 힘입어 민간보험 가입자가 늘어나며 시장이 커지자 고객을 더 끌어들이기 위해 치열한 가격경쟁을 벌여왔다. 이런 가운데 최근 수익성이 떨어지자 몸집을 불려서라도 살아남기 위해 공격적인 M&A 전략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미국 2위 건강보험업체 앤섬이 경쟁 보험사 시그나를 542억달러에 사들이기로 했고 미국 대형 건강보험사 애트나가 경쟁업체 ‘휴매나’를 인수하기로 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특히 글로벌 저금리 상황이 이어지면서 M&A 자금을 조달하기 쉬운데다 성장 동력을 마련하려는 수요도 꾸준해 제약업계 M&A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일부에선 헬스케어 업계 M&A가 이어지면서 회사 가치가 지나치게 고평가됐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의 앤드류 위티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저금리 상황이 글로벌 제약회사들의 무분별한 인수합병을 유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