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장종원 기자
2015.02.17 14:13:26
서울중앙지법, 23일께 원밸류에 매각 허가 예정
인수가격 1000억원대…3년간 임직원 고용보장
원밸류 "중국기업과 제휴 통해 중국시장 진출"
[이데일리 장종원 기자] 기업회생작업(법정관리)으로 벼랑끝까지 몰렸던 휴대폰 업체 팬택이 매각과 청산의 마지막 갈림길에서 또 한번의 기회를 얻게 될 것으로 보인다. ‘제조업 벤처신화’의 주인공으로 25년 역사를 이어온 팬택이 척박한 국내 시장을 벗어나 중국 등 해외시장에서 생존과 재도약을 위한 길을 찾게 될 지 주목된다.
17일 팬택의 법정관리를 맡은 서울중앙지법에 따르면 팬택과 미국계 자산운용사 원밸류에셋이 구성한 컨소시엄간의 인수·합병 계약의 허가 여부를 설 연휴가 끝난 23일께 결정한다.
당초 공개경쟁매각 방식을 원한 법원은 매각 절차 지연에 따른 시장의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설 연휴를 앞둔 이날 수의계약 방식의 계약을 허가할 예정이었지만, 원밸류가 투자신고 절차를 완료하지 못하면서 일정이 미뤄졌다. 다만 절차상의 문제인 만큼 허가는 확정적이다.
계약은 원밸류가 원한 수의계약 방식으로, 인수가격은 약 1000억원 규모로 추정된다. 이와 함께 3년간 임직원의 고용 보장과 함께 휴직 중인 임직원도 모두 복귀시키고, 유상증자 비율 10%를 우리사주형태나 무상으로 직원들에 증여하는 안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원밸류는 법원의 허가가 나는대로 팬택과 최대한 이른 시간에 팬택과 본계약을 체결하고 인수절차에 들어갈 예정이다.
원밸류는 팬택을 인수한 뒤 적극적으로 중국 시장의 문을 두드리겠다고 밝혔다. 척박한 국내 시장보다는 내수시장이 풍부한데다 급성장하고 있는 중국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겠다는 것이다. 원밸류는 중국의 유튜브라고 불리는 ‘Youku.com’, ‘tudou.com’ 등을 운영하는 중국 미디어 그룹 ‘Letv’와 전략적 제휴도 맺었다.
원밸류는 팬택 인수 후 온라인 유통업체 알리바바 계열사인 T몰을 통해 휴대폰을 유통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T몰에서 유통되는 샤오미의 제품 중 30%가 가짜 제품으로 드러나면서 팬택 제품이 이 틈을 활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일각의 기술유출 우려에도 불구, 컨소시엄 인수참여 기업 중 하나인 팀 쉰 투게더MS 회장이 알리바바의 주주이자 인터넷쇼핑몰을 운영 중이라는 점도 중국시장 진출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원밸류는 “팬택이 중국에서 샤오미, 삼성보다 나은 기업이 될 것이며 인도시장도 개척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나친 장밋빛 전망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중국 내수시장이 급성장하고 있지만 화웨이, 샤오미, 레노버 등 중국 기업들에 삼성전자(005930)와 애플 등 글로벌 기업이 경쟁하는 틈새를 국내 기업인 팬택이 비집고 들어가기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프리미엄폰 시장은 애플과 삼성전자, 저가폰 시장은 샤오미, 화웨이 등 중국기업이 장악한 상황”이라며 “저가폰 위주로 승부가 불가피한 팬택이 성과를 낼 수 있을지 낙관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1991년 설립된 팬택은 대기업 경쟁사의 틈바구니에서 한때 국내 스마트폰 시장 2위까지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이동통신사가 주도하고 막대한 마케팅 비용을 투입해야 하는 국내 시장의 특성 탓에 늘 자금 부족에 시달렸고, 결국은 법정관리에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