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고사 위기' 철근가공업체, 18일 임시총회 열고 생산중단 결의

by김성곤 기자
2013.11.07 15:07:15

[이데일리 김성곤 기자] 고사 위기에 처한 국내 철근가공업체들이 오는 18일 생산중단을 결의하는 등 물리적 실력행사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7일 한국철근가공협동조합(이사장 이성진)에 따르면, 국내 철근가공업체들이 최근 종합·전문 건설업체와 현대제철, 동국제강, 대한제강 등 국내 7대 제강사를 상대로 벌인 철근가공비 단가 현실화를 위한 협상이 아무런 소득 없이 결렬됐다.

조합은 지난 8월 임시총회에서 현행 4만원대 초반의 철근 가공비를 톤당 최저 6만원선으로 인상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상생 결의안을 채택한 뒤 9월과 10월 두 달 동안 대형 건설사 및 철강사들을 상대로 협조공문을 발송하고 협상을 진행해왔다. 이 과정에서 당초 제시액이었던 톤당 가공비 6만원에서 물러나 5만원과 5만5000원선을 제시했지만 이마저도 무위로 돌아갔다.

철근가공조합은 이와 관련, 지난 5일 열린 이사회에서 오는 18일 서울 영등포에서 임시총회를 개최, 공장 가동중단 여부를 묻는 찬반투표 실시를 결정했다. 이번 총회에는 전국 60여 개 이상의 철근가공업체들이 참석할 예정인데 가동중단 여부를 묻는 투표는 통과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대형 건설사 및 제강사와 가격 협상을 진행했지만 두드려도 문은 열리지 않았다”며 “심하게 표현하면 아예 협상 파트너로 인정조차 하지 않았다. 전형적인 대기업의 형태”라고 비판했다.



철근가공업체의 수익성 악화는 심각하다. 10년 전에 비교할 때 인건비는 200% 이상 상승했지만, 철근 가공비는 30~40% 하락했다. 이는 업체들의 난립과 저가 수주 경쟁도 원인이지만 대형 제강사들이 철근가공업에 뛰어들면서부터 상황이 심각해졌다.

특히 대형 제강사들이 철근 가공분야를 철근 판매의 서비스 개념으로 상정, 건설사 등을 상대로 최저가로 사업을 수주한 뒤 계열사에 일감을 우선 몰아주고 나머지 분야를 중소 업체에 재하도급을 주면서 가격을 후려친 것. 을의 위치에 놓인 철근가공업체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저가 불공정 계약을 수용해왔다.

이 때문에 거의 대다수 업체들이 한계상황에 내몰리면서 적자구조가 누적돼왔다. 최근 4개 업체가 이미 파산절차에 들어간 것은 물론 일부 업체는 철근가공업을 접고 공장부지의 매각 또는 임대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철근가공업체들이 생산중단에 들어가면 건설현장에서 발생할 조업 차질이다. 제강사나 건설사도 현장에서 직접 철근을 가공할 수는 있지만, 비용이 두 배 가량 드는 것은 물론 공장부지와 설비 등을 갖추는 데만도 최소한 1년 반 이상의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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