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재가동 한 달] '속 빈 강정' 개성공단, 먹구름 가득
by김성곤 기자
2013.10.16 15:11:53
[이데일리 김성곤 기자] 개성공단 재가동 한 달에도 123개 입주업체들의 사정은 여전히 어렵다. 당장 경협 보험금 반환 문제가 발등의 불이다. 또 남북관계 냉각에 따라 경영정상화 문제도 꼬이고 있다. 개성공단이 지난 4월초 이전으로 돌아가는 완전 정상화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다.
개성공단기업협회는 경협 보험금 상환 문제와 관련해 언급을 피하며 통일된 입장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업체마다 사정이 다르기 때문. 그만큼 민감한 문제다. 보험금을 수령한 48개사도 ‘행동통일’을 위한 별도 대책회의를 가졌지만,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개성공단기업협회에 따르면, 123개 입주업체 중 보험금을 수령한 업체는 48개사로 총 1692억원이다. 나머지 48개사는 보험금을 수령하지 않았고 27개사는 보험에 가입하지 않았다.
| 개성공단 잠정중단 이후 제3국으로 거래선을 돌렸던 독일 바이어 ‘미앤프렌즈AG사’ 관계자들이 신발제조업체 삼덕통상을 방문해 공장을 둘러보고 있다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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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정부도 뾰족한 대책은 없다. 정부가 경협 보험금의 상환유예 또는 분할납부를 허용할 경우 특혜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 보험금을 수령하지 않은 업체와의 미묘한 갈등은 물론 개성공단을 제외한 남북경협 기업인들과의 형평성 논란도 예상된다. 이 때문에 경협 보험금을 예정대로 상환하고 다른 방식의 지원책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문제는 보험금을 반환하고 싶어도 여유자금이 없다는 것. 현 상황에서 입주업체들이 정부의 배려 없이 금융권에서 돈을 빌리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보험금을 반환하지 못하면 최대 9%에 이르는 연체이자도 부담이다. 한국수출입은행은 지난 9월 17일 보험금 수령 업체에 내용증명을 발송, 기한 내에 납부하지 못하면 ▲30일 이내 연 3% ▲60일 이내 연 6% ▲90일 초과시 연 9%의 연체금을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개성공단 피해기업에 이자놀이를 하고 있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 입주업체 대표는 “직장 다니는 사람이 5개월 이상 봉급을 받지 못하면 살림살이는 빤하지 않겠냐”며 “6개월 동안 공장을 제대로 돌리지 못했는데 일시 상환은 역부족이다. 참 난감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지난 4월초 이전으로 돌아가는 개성공단의 완전 정상화도 시급하다. 전기 개통과 출입은 자유롭지만, 기업들의 경영 정상화까지 걸림돌은 여전하다. 자사 브랜드를 가진 업체는 그나마 났지만, 외주를 받고 있는 업체는 상대적으로 타격이 크다.
옥성석 개성공단기업협회 부회장은 “9월 16일 재가동 이후 남북 근로자는 출근하고 있지만, 기계가 다 쌩쌩하게 돌아가는 건 아니다. 가동률이 50%에도 못 미친다”며 “이탈했던 바이어가 오더를 푼다 해도 4월초 이전 수준을 회복하려면 적어도 6개월 이상에서 1년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개성공단 기계·전자 부품소재 기업인들이 지난 15일 발표한 긴급 호소문에는 이러한 사정이 잘 드러난다. 이들은 “개성공단 부품소재 분야 45개사의 공장가동률은 평균 47% 수준”이라며 “개성공단이 안정된 분위기로 개선되지 않으면 정상적인 수주와 경영이 어려워 회사를 유지하기 어렵다”며 남북 당국의 적극적인 협의와 노력을 촉구했다.
아울러 개성공단의 재가동에도 남북이 이미 합의한 사항들에 대한 논의가 진척이 없는 것도 걸림돌이다. 통행·통신·통관 등 이른바 3통 문제 개선은 요원하고 공동투자설명회 개최도 무산됐다. 이산가족 상봉 행사 연기,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실명 비난 등 북한의 비난 공세가 강화되고 있는 것도 부담이다. 일부 업체의 경우 남북관계가 악화되면서 바이어들이 주문을 취소하거나 줄이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개성공단의 발전적 정상화를 위한 토대는 마련됐지만, 남북 간 이견으로 갈 길은 여전히 멀다”며 “남북대화 채널의 지속 유지 또는 격상을 통한 신뢰회복이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