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장순원 기자
2013.06.24 18:20:54
경제적 실익 크지 않다‥넉넉한 외화곳간도 고려
스왑 계약 앞두고 기싸움‥국민정서 감안한 듯
[이데일리 장순원 기자] 정부가 일본과 맺은 30억달러 규모의 통화스왑 계약을 끝내기로 한 것은 경제적 효과가 크지 않은데다, 국민 정서를 고려한 판단으로 해석된다.
◇ 한-일 스왑자금 한 번도 쓴 적 없다
우선 이번에 종료되는 스왑계약은 지난 2005년 금융협력 차원에서 맺었다. 규모도 30억달러로 크지 않다. 게다가 엔화와 원화를 서로 교환하는 계약이다. 엔화가 국제통화이긴 해도 위기가 닥쳤을 때 달러화를 확보하는 것과는 차이가 크다. 실제 지난 금융위기 때 미국과 맺은 스왑 자금은 우리가 위기를 벗어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반면 한일 통화 스왑 자금은 한 번도 사용한 적이 없다.
일부에서는 최근 미국의 출구전략이 가시화하면서 국제 금융시장이 요동치는 상황에서 스왑 계약을 유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우리 외환시장 안전판으로서는 역할이 제한적이란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또 우리가 스왑 계약을 연장하자 요청하면 우리 외화유동성이 넉넉지 않다는 의구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고, 과거와 달리 우리 외환 보유액이 3000억달러가 넘는데다, 경제체질이 탄탄해졌다는 자신감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외환 당국 관계자는 “(한일 통화스왑 계약을 통해) 달러 단기 유동성을 공급받는 것도 아니고, 설령 30억달러 정도 유동성을 확보한다고 해도 우리나라 외환시장의 불안을 누그러트릴 수 있는 규모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 스왑 연장 앞두고 신경전‥국민정서 고려한 듯
경제적인 요인 외에 국민 정서도 고려한 조치로 보인다. 한일 양국이 협력적 관계를 구축했던 2011년 10월엔 700억달러까지 늘렸다. 하지만, 작년 8월 이명박 전 대통령의 독도 방문을 계기로 양국관계가 급랭하면서 스왑 규모가 130억달러로 줄었다.
이번에도 스왑 만기를 앞두고 양국의 기 싸움이 계속됐다. 일본 언론들은 한국의 요청이 없는 한 스왑 계약을 연장하지 않는다며 신경전을 벌였고, 우리 외환 당국도 “서로 필요하면 맺는 계약일 뿐 한쪽이 일방적으로 요청한다고 해서 될 일이 아니다”라며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당국은 경제적인 요소만을 고려했다고 선을 긋고 있지만 국민 정서를 고려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게 외환 당국 안팎의 의견이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며 외화유동성 확보차원에서 스왑을 유지했지만, 결국 경제적인 실익도 없고 양국 관계가 악화할 때마다 이슈가 되자 정치적 부담을 줄이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이번에 30억달러 규모의 통화스왑이 종료되면서 양국 간에는 100억달러 규모의 치앙마이 이니셔티브(CMI) 통화스왑 계약만 남게 됐다.
◇ “스왑 계약 영향 크지 않을 것”
시장에서는 한일 통화스왑 종료 영향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작년 10월에 570억달러 규모의 한일 스왑 계약을 종료했을 때도 무덤덤하게 넘어갔다. 다만, 최근 국제 금융시장이 요동치는 상황에서 심리적인 불안감은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정영식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금융시장이 불안한 상황이나 스왑 규모가 크지 않아 별다른 충격파는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은 관계자는 “금융경제 여건과 최근 상황을 고려했을 때 연장 필요성이 크지 않았다”며 “양측이 충분히 협의해 결정한 사안으로 필요하다면 스왑 계약을 다시 논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