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파수 경매대가 높아지면 요금인상?..학계는 "말도안돼"

by김현아 기자
2013.06.18 17:03:56

전병헌 의원 "정부 정책기준 미비로 대가 올라 요금인상 될 것"
학계 "할당대가는 매몰비용..요금에 별 영향 없어"..승자의 저주여부는 이통사 손에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롱텀에볼루션(LTE) 주파수 경매 대가가 높아지면 통신요금이 오를까. 언뜻 보면 통신서비스의 원가가 늘어나니 국민이 내는 요금도 오를 것 같다.

그러나 학계와 연구계는 “과다한 경매비용이 요금인상의 요인이 되진 않는다”는 입장이다.

18일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전병헌 의원(민주)은 “미래부 장관이 생각하는 적절한 주파수 대가는 뭔가”라면서 “과도한 경매대금을 추징하면 국민 부담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전 의원은 또 “정부의 정책 기준 미비로 (SK텔레콤(017670), KT(030200), LG유플러스(032640) 등) 3사 간 경쟁이 치열해져 경매 대가가 오르면, 통신 요금 안정성에 찬물을 끼얹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비단 전 의원만이 아니다. 통신사업자연합회는 2008년 경매제 도입논의 당시 “과다한 경매대금은 통신사업자들의 재정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며 경매제 도입을 반대한 바 있다.

그러나 이는 학계의 정설이 아니다.

경매제 정책을 연구한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은 경매제가 국가 희소자원인 주파수의 특혜할당 시비를 잠재우고, 경제학적으로 가장 효율적인 분배가 가능하다고 주장해 왔다.

2008년 경매제 도입 공청회에서 박민수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그룹장은 “경제학적으로 보면 할당 대가는 일회성 납부금(매몰비용)이어서 시장에서 결정되는 요금에 별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라고 통신사 주장을 반박했다.

또 “할당대가를 부과했던 3G 요금이 할당대가 없이 출연금만 냈던 2G보다 비싸지 않았고, 주파수 할당 대가가 포함되는 무형고정자산 감가상각 비중이 총괄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그다지 크지 않다”고 덧붙였다.

최근 열린 방송통신3학회 공동 세미나에서도 비슷한 이야기가 나왔다.



김용규 한양대 교수(경제학과)는 “경매제를 통해 적정 주파수를 확보하면 기업 입장에서는 통화량을 감당하기 위한 다른 투자를 줄일 수 있으니 요금이 꼭 올라가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결국 합리적으로 경매가 이뤄진다면, 주파수 경매 대가가 요금을 인상시킬 요인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만 여기에는 전제가 있다. 통신 3사 모두 자사의 서비스 전략에 꼭 맞는 주파수에 베팅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남(경쟁사)을 못하게 하려고 내게는 별 쓸모없는 주파수의 가격만 높인다면, 국민 입장에선 요금인상 요인이 될 수도 있다. 결국 정부가 아니라 통신회사 손에 달린 것이다. 전 의원 질의는 정부가 아니라 이통사에 맞춰져야 옳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