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어지니? 여기가 서울이야

by조선일보 기자
2010.01.07 16:34:34

눈 풍경이 아름다운 곳_서울

[조선일보 제공] 눈이 오면 이제 낭만보다는 '교통체증(滯症)'이 더 생각나는 당신, 먼 곳까지 나들이갈 엄두가 나지 않는다면 서울시내 설경(雪景)을 즐기는 건 어떨까. 집에서 보내기엔 사상 최대 폭설이 피워낸 눈꽃 풍경이 아깝다. 서울의 속살을 소개하는 '아지트 인 서울'(랜덤하우스 출간) 작가 다섯 명에게 이 거대도시에서 눈을 즐기기 가장 좋은 곳을 물었다. 그들이 추천한 6곳의 서울 설경 즐기기.

▲ 눈이 오면 서울도 이렇게 변한다. 하얀 침묵에 말문을 잃는다. 서울 상암동 노을공원 / 조선영상미디어

경복궁과 청와대를 잇는 길, 효자로는 서울에서 산책하기 좋은 길로 손꼽히는 곳이다. 호젓한 효자로를 걷다 아무 골목이나 무작정 찾아들어가면 1980년대 서울 풍경이 고스란히 펼쳐진다. 작은 기와집들 사이로 소복이 쌓인 눈은 자꾸만 발걸음을 잡는다. 단지 미끄러워서가 아니다. 어린 시절 비슷한 골목길에서 눈사람을 만들거나 눈싸움을 했던 추억 때문이다. 부자(父子)가 함께 하는 산책이라면, 아들에게 자신이 어린 시절 어떻게 놀았는지 보여줄 수 있는 좋은 기회다. - 전영미



한옥 처마 끝에 매달린 고드름이 향수를 자극하는 공간. 정독 도서관 입구에서 시작하는 화개길을 거닐다 보면 이삼십 년 된 음식점이 눈에 띈다. 단팥죽과 십전대보탕으로 유명한 '서울서 둘째로 잘하는 집'도 그중 하나. 창밖으로 설경을 바라보며 단팥죽으로 허기진 배를 채우고 골목골목에 숨어 있는 갤러리 카페를 둘러보자. 한옥을 개조한 '갤러리 피프틴', '쿡앤하임'에서 바라보는 마당의 겨울 풍경이 한 폭의 동양화 같다. - 민은실



눈이 세상에 내린 색, 순백은 서글프다. 순수한 만큼이나 쉽게 더러워지기 때문. 함박눈이 자아낸 하얀 고요는 사람들의 흔적으로 금방 진창이 되기 마련이다. 그러나 아직, 서울 한 귀퉁이엔 하얀 눈의 자취가 그대로 남아 있는 곳이 있다. 상암동 월드컵 경기장 주변에 있는 하늘공원과 노을공원이 그곳. 공원 측은 설경을 위해 일부러 제설작업을 하지 않았다. 그 이름처럼 하늘 가까이 펼쳐진 초원에선 앙상한 억새가 바람에 눈을 털어내고 있다. - 박정선



아무리 길이 미끄러워도 하이힐을 포기할 수 없다면, 그래서 눈 쌓인 길을 산책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면, 따뜻한 식당이나 카페에서 연인이나 친구와 함께 창밖 경치를 바라보며 수다를 떨어보는 것도 방법이다.


'와인 바'보다 와인 선술집이란 이름이 더 어울리는 맘마 키키(02-537-7912)는 테이블을 장식한 생화와 스페인 풍경의 벽화가 동화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곳이다. 새로 확장한 실내 테라스에 난 커다란 창을 통해 눈 쌓인 공원을 볼 수 있다. 서울 서초구 반포4동 93-5(서래로 초입 던킨도너츠 골목 은행나무 공원 앞). - 이근희



남산 그랜드 하얏트 서울 인근에 위치한 일식 레스토랑 티즘(02-792-0474)은 세상에서 고립된 느낌을 주는 곳이다. 그만큼 연인과 함께 가기 좋다는 말이다. 길게 난 창으로 눈 쌓인 남산을, 그 너머 서울 전경을 감상할 수 있다.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258-13(그랜드 하얏트 서울에서 회나무길 방면으로 10m 내리막길 오른쪽). - 이근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