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2210원vs동결’…2590원 격차 두고 최저임금 심의 ‘표류’(종합)
by최정훈 기자
2023.06.27 17:07:52
최저임금위 제8차 전원회의…근로자위원 회의 전 전원 퇴장
한국노총 추천 근로자위원 정부 거부에 “노동계 탄압” 반발
경영계는 최초요구안 ‘동결’ 제시…노사 격차 ‘2590원’
근로자위원 출석 요구 두 번 거절 시 사용자·공익만으로 표결 가능
[이데일리 최정훈 기자] 내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하기 위한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가 시작되기 전 근로자위원들이 전원 퇴장하면서 파행했다. 근로자위원들은 한국노총이 추천한 근로자위원을 정부가 공식 거부한 것에 대해 노동계 탄압이라며 퇴장 이유를 설명했다.
경영계는 내년도 최저임금으로 올해와 같은 9620원을 제시하며 심의가 막바지에 다다랐다. 그러나 법정 심의기한을 이틀 앞두고 노동계가 회의 참여의 잠정 중단을 선언하면서, 심의가 표류할 전망이다.
|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을 비롯한 근로자위원들이 27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제8차 전원회의에서 퇴장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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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 제8차 전원회의 개의 직전에 근로자위원들이 전원 퇴장했다. 최임위는 근로자위원, 사용자위원, 공익위원 각 9명씩 총 27명이 참여하는 구조다. 위원의 과반수가 참여하면 회의를 열 수는 있지만, 근로자위원이나 사용자위원의 3분의 1이 출석하지 않으면 안건을 의결할 수 없다. 이에 이날 회의는 근로자위원 없이 과반수가 참여해 열리기는 했다.
이날 회의에 앞서 근로자위원 간사인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고용노동부가 어제 김준영 근로자위원을 대신할 신규위원 추천과 관련해 한국노총이 재추천한 김만재 금속노련 위원장 위촉을 또다시 거부했다”며 퇴장 이유를 설명했다.
류 사무총장은 “지금까지 일련의 과정에서 최대한 협조하며 대화를 통한 절차에 정당성 있게 응했음에도 온당치 못한 이유와 비상식적인 노동부 행태 앞에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의 분노와 허탈감을 느낀다”라고 말했다.
앞서 고용부는 지난 26일 한국노총에 ‘최저임금위원회 위원 후보자 추천 의뢰’라는 제목의 공문을 발송했다. 고용부는 공문을 통해 “귀 단체에서 추천한 최저임금위원회 근로자위원 후보자(김만재)에 대해 검토한 결과 23일 해촉된 근로자위원(김준영)과 공동 불법행위 혐의로 수사 중인 상황에서 최저임금위원회 근로자위원으로 제청하기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된다”고 적었다.
현재 최임위는 지난 21일 정부가 전남 광양에서 망루 농성을 벌이다 체포돼 구속 상태인 김준영 금속노련 사무처장을 해촉하면서 근로자위원 1명이 부족한 상태로 진행하고 있다. 이에 새 근로자위원 추천 권한이 있는 한국노총은 새로운 근로자위원으로 김만재 금속노력 위원장을 추천했지만, 정부에서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류 사무총장은 “최저임금 노동자의 생명과 삶을 담보로 정부의 비상식적인 노동 탄압이 난무하는 상황에서 더는 회의 참석이 어렵다”며 “최저임금위 참석에 대해 앞으로 숙고하는 시간을 갖겠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근로자위원인 박희은 민주노총 부위원장도 “지난 회의에서 노동부의 최저임금위 운영과 심의에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와 관련해 항의했다”며 “노동자에게 불리하게 짜인 구도에서 심의가 진행돼야 하는 것인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고 동조했다.
| 박준식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장이 27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제8차 전원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오른쪽은 사용자위원인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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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날 사용자위원들은 내년도 최저임금 최초요구안으로 올해와 똑같은 9620원 ‘동결’을 제시했다.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는 “작년 최저임금 미만율이 12.7%로 여전히 높고, 중소기업의 절반이 영업이익으로 이자 비용조차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며 “현 최저임금조차도 감당하기 어려운 현실”이라고 요구안 제출 배경을 설명했다.
노동계는 최초요구안으로 1만2210원을 제시해 노사의 격차는 2590원으로 큰 상황이다. 그러나 근로자위원들이 최저임금 심의 참여를 잠정 중단을 선언하면서, 오는 29일까지인 법정 심의기한을 지키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최저임금 심의는 이제 내년도 최저임금 수준 논의만을 남겨두고 있어 심의가 막바지에 다다랐지만, 한동안 표류할 전망이다.
다만 노동계 내부에서도 회의 참여 여부를 두고 고심이 깊을 것으로 예상된다. 만일 최임의의 출석 요구에도 두 차례 전원회의에 출석하지 않으면 법에 따라 정족수 충족 여부와 상관없이 안건을 심의·의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일 최저임금 수준에 대한 표결을 앞두고 근로자위원들이 두 차례 불참하면 사용자위원과 공익위원만으로 내년도 최저임금 수준 심의·의결할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