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입점사 로켓배송 실험, ‘불법’과 ‘편법’ 사이

by함지현 기자
2020.07.22 11:32:13

일반 상품 대비 수수료 수 배 높여 배송비 꼼수 부과 의혹
보관·CS는 물론 배송비까지 감안해 수수료 책정
'매입' 절차로 법망 피해…쿠팡 "배송비 포함 아니다"

(사진=쿠팡)
[이데일리 함지현 기자]쿠팡 로켓배송은 제 3자로부터 배송비를 받을 수 없다.

로켓배송이 처음 떠오를 당시 물류 업계에서는 로켓배송이 물건값에 사실상 배송비가 포함돼 있어 돈을 받는 유상운송이라고 반발했다. 로켓배송 차량은 노란 번호판을 단 영업용 화물자동차가 아닌 하얀색 번호판을 달고 있는 ‘자가용 화물자동차’라는 점도 문제 삼았다.

하지만 결국 법원은 로켓배송의 손을 들어줬다. 로켓배송이 직매입으로 창고에 쌓아 둔 자신들의 제품을 자사 고객에게 배달하는 서비스의 개념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즉, 자신들의 상품을 무상으로 배송하는 것만 합법이라고 확고히 한 셈이다.

이후 2018년 쿠팡의 물류 자회사 쿠팡 로지스틱스가 택배 사업자로 인증을 받기도 했지만 로켓배송 물류 급증을 이유로 1년 만에 자진 반납했다. 여전히 대부분 로켓배송 차량은 하얀색 번호판을 달고 있다.

결론적으로 현재 로켓배송은 타사로부터 배송료를 받고 물건을 나르면 불법이다.

그런데 쿠팡이 최근 새롭게 시도하는 판매 프로그램이 법망을 아슬아슬하게 빗겨나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도입한 ‘로켓제휴’가 그 대상이다. 직접적인 배송비는 받지 않지만 일반 상품의 수배에 이르는 수수료를 통해 배송비를 우회적으로 부과하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쿠팡이 도입한 로켓제휴란 마켓플레이스(오픈마켓) 입점 판매자의 상품 보관부터 배송까지 한 번에 제공하는 새로운 판매 프로그램이다.

로켓제휴를 위해서는 여러 절차가 필요하다. 우선 쿠팡의 알고리즘이 필요한 재고를 예측, 판매자에게 데이터를 제공한다. 이후 판매자가 로켓 물류센터에 상품을 입고시키고 쿠팡은 이 상품을 매입한다.

매입한 상품에 대해서는 보관부터 CS(고객만족) 응대, 로켓배송까지 쿠팡에서 책임진다. 판매자는 가격은 물론 할인율·프로모션 진행 여부까지 모두 직접 정할 수 있어 상품 판매 전략에 시간을 쏟을 수 있다.

눈길을 끄는 부분은 이 과정에서 받는 높은 수수료다. 로켓제휴의 대표 품목으로 볼 수 있는 패션의 경우 수수료가 28%가량이다. 쿠팡 일반 상품의 수수료가 5%~11%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수 배 이상 높다.



로켓제휴 상품과 직접 비교가 가능한 패션 카테고리의 기본 수수료는 10.5%다. 같은 상품을 판매하더라도 로켓제휴는 약 17%포인트가 넘는 추가 수수료가 발생하는 셈이다.

쿠팡 측은 로켓제휴를 통해 상품 보관과 로켓배송을 이용하는 배송, CS 비용 등을 제공하기 때문에 수수료가 높게 설정됐다고 설명했다.

바꿔 말하면 배송비를 고려해 수수료를 책정했다고 볼 수 있다. 쿠팡이 수수료 명목으로 배송비를 받는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만약 수수료에 배송비가 포함됐다고 판단될 경우 상품을 직접 배송할 수 없다는 의견도 있다.

판매자들도 반발한다. 로켓배송과 마켓플레이스를 모두 활용한다는 한 판매자는 “로켓배송으로 배송해줄 테니 택배비를 달라는 것 아니겠냐”며 “수수료도 너무 높아 남는 것도 없어 참여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토로했다.

(사진=쿠팡)
다만 쿠팡은 계약서상 ‘배송비’라는 항목을 따로 만들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중간 과정에 ‘매입’이라는 절차도 넣었다.

특히 매입의 경우 로켓배송이 가능하도록 법망을 교묘히 피한 한 수가 됐다. 로켓제휴는 판매자가 상품을 입고하고 판매자의 전략에 따라 거래가 이뤄지는 만큼 사실상 제품이 판매자의 영향권 아래 있다. 하지만 쿠팡이 상품의 소유권을 일시적으로 가짐으로써 ‘자사 상품의 배송’이라는 틀에서 벗어나지 않게 됐다.

쿠팡의 이 같은 시도는 대규모 물류센터를 활용해 향후 외부의 화물도 처리 가능한 3자 물류로 나아가기 위한 실험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3자 물류에 진출한다면 직매입에 따른 비용 부담과 재고 비용을 줄이고 배송료 수입도 발생하는 등 수익개선에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아마존 역시 배송, 반품, 재고 관리, 고객 서비스까지 대행하는 풀필먼트센터(FBA)를 통해 수익을 내고 있다.

현재 상황에서 이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로켓배송 차량은 화물 운송용이 아닌 만큼 택배 배송이 가능한 영업용 차량 번호판으로 교체를 해야 한다. 이 경우 한 대당 수천만원의 비용이 발생한다. 따라서 큰 비용이 발생하지 않는 새로운 방법으로 3자 물류를 할 수 있는 해법을 모색하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쿠팡 측은 여러 의혹에 선을 그었다. 쿠팡 관계자는 “계약 과정에서 물류비로 특정한 항목이 없다”며 “매입을 통해 소유권이 쿠팡으로 넘어가므로 3자 물류로도 볼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