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매각 `고냐 스톱이냐`...채권단 선택은?

by좌동욱 기자
2010.12.14 17:57:02

현대측 2차확약서, MOU위반이냐 우선 판단
MOU 해지 또는 SPA 체결 거부 여부 논의될 듯
민·형사 소송으로 장기표류 가능성 높아져

[이데일리 좌동욱 기자] 현대그룹이 14일 프랑스 나티시스은행으로부터 대출금 1조2000억원에 대한 2차 확약서를 받아 채권단에 제출키로 함에 따라 현대건설 매각을 둘러싼 `공`은 다시 채권단으로 넘어왔다.

그러나 2차 확약서도 채권단이 요구한 대출계약서 또는 그의 준하는 구속력있는 증빙서류(텀시트)가 아니기 때문에 나티시스은행 대출금 1조2000억원 논란은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이에 따라 채권단은 `현대건설(000720) 매매 양해각서(MOU) 해지 여부와 이후 주식매매계약(SPA) 체결 거부 여부`를 놓고 고심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특히 채권단과 현대그룹, 현대차그룹간 복잡한 소송전에 정치권까지 가세하는 형국이라 현대건설 매각은 중단될 가능성이 더욱 높아졌다는 관측이다.

이날 현대그룹이 제출할 예정인 문서는 나티시스은행이 보증한 확약서로 지난 3일 채권단에 제출했던 문서와 같은 종류다. 1차 확약서 당시엔 나티시스은행은 1조2000억원의 대출이 무담보·무보증이라는 사실을 보증했으며, 이번에는 "제 3자가 담보를 제공하거나 보증한 사실이 없다"고 보장했다.

하지만 이런 문서는 채권단이 요구한 `대출계약서(부속서류 포함)나 텀시트(term sheet · 세부 계약조건을 담은 문서) 등 대출조건이 포함된 구속력 있는 증빙자료`가 아니다. 현대그룹이 제출할 문서는 대출조건이 포함돼 있지 않고 (법률적) 구속력도 없다.

따라서 1차 확약서 당시의 잣대로 보면 채권단이 2차 확약서를 수용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달 29일 현대그룹과 채권단이 현대건설 매매 MOU를 체결한 후 보름간 양측의 입장차가 한발짝도 좁혀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그동안 채권단은 현대그룹이 1조2000억원 대출금에 대한 증빙자료를 제출하지 않을 경우 MOU를 해지할 수 있다며 현대그룹측을 압박해왔다. 현대그룹측 증빙자료가 채권단이 요구한 문서범위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결론을 내릴 경우, 채권단은 공언한대로 MOU 해지나 이와 유사한 효력이 있는 법적 절차를 밟을 가능성이 높다.



다만 이런 판단은 향후 현대건설 매각중단과 직결되는 만큼 전체 주주협의회 차원에서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현대그룹측은 이러한 경우를 대비해 법원에 이미 MOU 해지 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MOU를 해지한 상황에서 법원이 현대그룹측 손을 들어준다면 다시 협상을 재개해야 하는 상황이 생긴다.

이같은 법률적 문제로 인해 실사와 가격조정 등 후속 절차를 모두 마친 후 주주협의회에서 주식매매계약(SPA) 체결 여부를 결정하자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향후 벌어질 소송을 대비해 현대그룹측에 빈틈을 주지 말자는 취지다. 주주협의회가 SPA 체결을 거부하기 위해서는 의결권 기준 20%만 반대하면 된다.

외환은행, 정책금융공사, 외환은행 등 주주협의회 운영위 소속 3개 기관의 의결권이 모두 20%를 넘고 있어, 3곳중 한곳만 반대해도 SPA를 체결할 수 없다. 채권단 내부에서는 실사나 가격조정 절차 등을 생략하고 MOU 해지와 동시에 SPA 체결을 거부하는 안을 주주협의회 안건으로 올리는 방안도 검토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채권단 관계자는 "MOU상 전체 주주협의회에서 결정된 안건에 대해서는 현대그룹이 소송 등 이의신청을 할 수 없도록 규정돼 있다"며 "MOU 해지 결정에 비해 법률적 부담이 덜하다"고 말했다.

결국 어떤 절차를 밟느냐의 차이가 있지만, 현대그룹이 채권단이 요구한 증빙자료를 제출하지 않은 이상 현대건설의 새로운 주인을 확정하는 단계까지 가기는 어려워졌다. 복잡한 소송전을 감안할 때 현대그룹이 탈락한다고 해서 예비협상자인 현대차그룹과 협상을 진행하는 것도 상당한 무리수가 따른다. 채권단이 매각 중단을 선언할 것이라는 전망이 일각에서 나오는 배경이다.

특히 현대건설 매각은 민·형사 소송전으로 인해 장기표류할 개연성이 더욱 높아졌다. 이렇게 되면 현대건설 주인찾기는 현 정권에서 물건너갈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