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렌스키, 美특사-푸틴 면담 앞두고 마크롱과 회동

by방성훈 기자
2025.12.02 09:15:58

젤렌스키 "종전협상·안보 초점…영토문제 가장 어려워"
마크롱 "영토문제는 우크라만이 논의 가능" 지지
美-우크라 평화안 수정…백악관 "합의 도달 낙관"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만나 종전 협상 세부 사항을 점검했다. 스티브 위트코프 미국 특사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면담하기 직전에 이뤄진 회동으로, 젤렌스키 대통령은 “영토문제가 가장 어렵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왼쪽) 우크라이나 대토령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사진=AFP)


1일(현지시간) BBC방송 등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오전 프랑스 엘리제궁(대통령실)에서 마크롱 대통령과 만나 종전 협상과 관련해 의견을 교환했다. 두 정상은 영국·독일·폴란드·이탈리아 등 유럽 주요국 정상들과도 화상으로 연결해 전쟁 종식을 위한 미국 주도 평화구상의 향방과 유럽의 역할을 논의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회담 후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서도 “마크롱 대통령과 수많은 세부 사항을 검토했다. 주요 초점은 전쟁 종결을 위한 협상과 안보 보장 문제였다. 매우 건설적인 회담이었다”고 평가하면서도 “여전히 해결해야 할 어려운 쟁점들이 남아 있다”며 신중한 태도를 유지했다.

그는 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에서도 “아직 끝나지 않았다. 우크라이나의 우선순위는 주권 유지와 강력한 안보 보장 확보다. 러시아의 세 번째 침략은 막아야 한다”며 “솔직히 영토문제가 가장 어렵고 복잡하다. 러시아의 요구는 키이우가 결코 수용할 수 없는 조건”이라고 토로했다.

러시아는 점령 후 통제하고 있는 돈바스 지역 일부를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반면 우크라이나는 어떤 영토도 넘기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러시아는 현재 우크라이나 영토의 약 19%를 장악한 것으로 집계됐다.



마크롱 대통령은 공동 기자회견에서 “아직 완성된 평화안은 존재하지 않는다. 어떠한 제안도 우크라이나와 유럽의 참여 없이는 마련될 수 없다. 특히 영토 문제는 오직 우크라이나만이 논의할 수 있다”고 잘라 말했다. 미국이 영토 문제에 직접 개입하는 것을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으로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사격에 나선 것이다.

그는 안보 보장 문제에 대해서도 “우크라이나와 유럽 동맹국 없이는 논의될 수 없다”고 못 박으며, 미국이 어떤 방식으로 참여할 것인지는 며칠 안에 핵심 논의가 진행될 것이라고 전했다.

유럽연합(EU)의 카야 칼라스 외교안보 대표 역시 “모든 압력이 약한 쪽에 가해질까 우려된다. 우크라이나가 항복할 때 이 전쟁을 멈추는 것이 더 쉬운 방법이기 때문”이라며 미국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압박하고 있는 현 상황을 에둘러 지적했다.

EU는 러시아의 해외 동결자산을 우크라이나 재건 지원에 활용하기 위한 자체 방안을 별도로 추진 중이지만, 미국 주도 평화안이 이 구상을 무력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칼라스 대표는 “이번 주는 외교적 노력에 있어 매우 중요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회동은 위트코프 특사가 2일 푸틴 대통령과 면담하기 직전에 이뤄져 더욱 주목을 끌었다. 위트코프 특사의 러시아 방문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도 동행했다. 이들은 우크라이나 측과 나눈 논의 결과를 푸틴 대통령에게 전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우크라이나와 미국 협상단은 미국 플로리다에서 만나 러시아에 유리하다는 비판을 받아 온 평화안 초안을 수정하기 위한 협의를 진행했다. 백악관은 이날 “전쟁을 끝내기 위한 합의에 도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낙관적”이라고 밝히며 협상 분위기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