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승범 금융위원장, 대환대출 플랫폼 무기한 재검토

by노희준 기자
2021.09.02 15:19:15

"시간 걸려도 충분히 협의해서 일 진행"
당초 출범 10월 출시 어려울듯
은행권 VS 빅테크 갈등속 논의 지지부진

[이데일리 노희준 기자] 고승범 금융위원장이 2일 대출 갈아타기를 손쉽게 하는 대환대출 플랫폼 구축과 관련 “계속 검토할 이슈이고 (출범) 기한은 구애받지 않겠다”고 말했다. 국회 인사 청문회에서 밝힌 ‘재검토 입장’과 유사한 입장으로 예정된 10월 플랫폼 출시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고 위원장은 이날 서울 롯데호텔에서 세계경제연구원과 신한금융그룹이 개최한 국제컨퍼런스에 참석하기 직전 기자들과 만나 “시간이 걸리더라도 충분히 협의해서 일을 진행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금융당국은 오는 10월 인터넷으로 금리가 싼 대출로 갈아타기를 할 수 있는 플랫폼을 내놓을 계획이었다. 현재는 개인이 대출을 갈아타려면 금융회사별로 금리를 비교한 뒤 지점에 직접 방문해야 한다. 금융위는 금융결제원을 통해 대환대출 플랫폼을 만든 뒤 토스 등 빅테크의 대출금리 비교 시스템과 연계해 지점을 가지 않고도 한번에 ‘금리비교’와 ‘대출 갈아타기’를 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은행권이 빅테크의 대출금리 비교 시스템에 입점(연계)하면 수수료가 발생하는 데다 핀테크에 종속된다며 최근 독자적인 대출금리 비교 시스템을 만들기로 하면서 논의가 지지부진한 상태다. 은행권은 빅테크의 대출금리 비교시스템 입점을 주저하고 카카오뱅크와 토스뱅크는 은행의 독자 대출금리 비교 시스템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 서로가 주도하는 시스템에 발을 들여놓지 않겠다고 하면서 논의가 산으로 가는 형국이다.

여기에 최근 5대금융지주 회장들은 은성수 전 금융위원장에게 대환대출 플랫폼을 중금리 대출 위주로 운영하자는 의견을 내놨지만, 당국이 반대했다. 대출 갈아타기 대상을 중금리 대출로 한정할 경우 대환대출 플랫폼의 취지가 퇴색된다는 이유에서다. 은행권 중금리 대출 상품은 2500억원에 불과하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10월말 출시 시점을 넘기는 한이 있더라도 업계 의견을 충분히 듣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