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 살인사건' CCTV 확인한 檢 "정의가 무엇인지 보여줘야"
by박지혜 기자
2018.11.02 10:53:45
[이데일리 박지혜 기자] 이른바 ‘거제 살인사건’을 수사한 창원지검 통영지청의 류혁 지청장은 범행이 담긴 CCTV를 보고 “엄벌에 처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 들었다”고 말했다.
류 지청장은 2일 오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저희도 CCTV를 확인해보고 전체적으로 30분간에 걸쳐 항거할 능력조차 되지 않는 아주 연약한 여성을 무차별적으로 폭행해 사망에 이르게 했다는 점에 좀 더 보강 수사를 해서 살인죄로 구속 기소하게 됐다”며 이같이 밝혔다.
지난달 4일 오전 2시 36분께 경남 거제시 한 크루즈 선착장 인근 길가에서 건장한 체격의 박 모(20) 씨는 키 132㎝에 몸무게 31㎏의 여성 윤 모(58)씨를 발로 밟는 등 마구 때렸다. 여성이 의식을 잃고도 박 씨의 폭행은 30분가량 계속됐다.
특히 박 씨는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윤 씨를 끌고 다니면서 폭행했고, 그 과정에서 윤 씨의 바지가 벗겨지기도 했다.
윤 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폭행 5시간30분 만에 뇌출혈과 다발성 골절로 숨졌다. 그는 남편을 일찍 떠나보내고 자녀도 없이 혼자 폐지를 주우며 생활한 것으로 전해졌다.
류 지청장은 “(박 씨) 본인은 취중 범죄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여러 가지 정황에 비춰보면 충분히 사리분별이 가능한 상황에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판단한다”며 “저희가 공소장에도 기재를 했지만 총 32분간에 걸쳐서 집중적으로 머리 부분을 구타한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애초 경찰은 박 씨를 단순 상해치사 혐의로 넘겼다. 범행 당시 박 씨는 술에 취해 폭행을 저지른 것일 뿐 살인 의도는 없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박 씨에게 살인 혐의를 적용했다. 박 씨가 폭행 2주 전 휴대전화로 ‘구치소’를 검색했고, 범행 하루 전 ‘사람이 죽었을 때’ 등 살인 연관 글을 찾아본 것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이에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박 씨를 엄벌하라는 글과 경찰의 부실 수사를 질타하는 글이 잇따르고 있다.
윤 지청장은 “법원에서 법정형과 선고형이 모두 다른데, 상해치사는 통상적으로 징역 7년이고 중한 범죄는 10년을 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살인죄는 사형,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으로 법정형이 규정돼 있다는 점에서 상당히 차이가 난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장에서 (박 씨의) 여러 가지 행동이라든가 이런 걸 봐서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것은 자기 책임을 피하려고 변명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본다”면서 “그 부분은 아마 법정에서 판가름이 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씨의 ‘주취 감형’ 가능성에 대해서 윤 지청장은 “공판 과정에서 최선을 다해 그런 식의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또 윤 지청장은 “어디다 하소연할 데 없는 피해자가 피해를 봤다는 것. 또 이런 사회적 약자에 대한 묻지마 범죄는 누구라도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차원에서 아주 심각한 범죄라고 생각한다”며 “이 사건은 피해자를 위해 누구 하나 울어줄 사람이 없다. 더더욱 열심히 수사해서 정의가 무엇인지 보여줘야 할 사건이 아닌가 싶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