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딜락 ATS-V 시승기 - 완전무결을 꿈꾼 캐딜락의 콤팩트 아이콘

by박낙호 기자
2016.06.21 14:51:29

[이데일리 오토in 박낙호 기자] 캐딜락이 추구하는 완벽함이란 바로 이런 것일까? 엣지있는 외형과 강인한 바디를 바탕으로 직선에서는 지칠줄 모르는 가속력을 갖췄고 코너에서는 발끝에 힘이 가해지는 순간마다 노면을 박차며 튀어나가는 감각은 덜덜거리는 디젤 엔진과 허약한 4기통 엔진에 지친 요즘의 피로를 단숨에 날려 버리는 계기가 되었다. 시승 기간동안 인제스피디움에 도착하여 1타임을 달리는 것 만으로 기름은 바닥을 보일 정도의 먹성을 가졌기에 주유소를 들락거리는 아픔(?)이 있었지만 그래도 운전석에 앉아서 스티어링 휠과 페달을 조작하는 순간 만큼은 짜릿함과 포만감의 연속이었다.



현재 한국 시장에서 가장 평가 절하를 받는 브랜드가 있다면 캐딜락이 아닐까? 전쟁이 끝난 후 한반도는 잠시 캐딜락에 열광했던 시기가 있다. 세계대전에서 승리하고 한국을 수호한 미국의 자존심이라는 후광 덕이었다. 하지만 21세기 초, 캐딜락의 가치는 어느새 거품처럼 사라졌고 되려 세계 대전의 패전국이었던 독일의 주요 브랜드가 한국 수입차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물론 최근의 캐딜락은 독일 브랜드에 비견될 수준은 아니지만 점차 성장하고 있다. 물론 그 이유와 이를 위한 캐딜락의 전략에 대해 많은 논란이 있는 상태지만 어찌됐든 캐딜락은 한국에서 꽤 폭발적인 성장을 이어 가고 있는 건 분명하다. 실제 캐딜락이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2014년은 2013년 대비 68%의 판매 성장을 이뤄냈다고 밝혔고, 2015년에는 2014년 대비 72%의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이런 와중 2016년 캐딜락의 첫 번째 출시 작품으로 한국 땅을 밟은 ATS-V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기존의 캐딜락은 언제나 독일 산 경쟁 모델을 압박하지만 나사 하나 정도 빠지거나 크게 뒤뚱거리는 모습으로 표현되었다면 이번 ATS-V는 경쟁 모델 M3의 뺨을 시원하게 후려 쳤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ATS-V의 손은 대체 얼마나 매운 걸까?

다만 캐딜락 브랜드 내에서 가장 미움 받는 BLS의 빈자리를 채우는 콤팩트 모델 ATS를 기반으로 개발했고, 4기통 엔진의 도입 그리고 유래 없는 콤팩트 V 시리즈라는 점에서 ATS-V는 아직 캐딜락 내에서 서자 취급을 받기도 하지만 여느 디자인 요소라도 ‘캐딜락’답지 않은 건 존재하지 않는다. 일단 서자라도 경쟁력을 갖췄다면 눈 여겨 볼 수 밖에 없을 뿐이다.



개인적으로 2세대 CTS 쿠페를 사랑한 만큼 ATS-V 출시에 있어 쿠페 모델의 도입에 많은 관심을 가졌던 적이 있다. 특히 국내 시장에서 이미 ATS 쿠페가 판매되고 있는 만큼 가격적으로 큰 차이가 없는(?) ATS-V 쿠페의 도입이 어려울 것이라 생각하지 않았다. 때문에 올 상반기 ATS-V의 출시를 앞두고 쿠페 모델 도입 가능성에 희망을 걸기도 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ATS-V는 세단만 출시되어 아쉬움이 뒤를 이었다.

하지만 아쉬움이라는 감정이 담겨 있음에도 ATS-V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는 멈추기 어려울 것 같다. 동급 경쟁 모델, 그러니까 BMW M3와 메르세데스 AMG C 63이 기존 모델의 폼을 유지하면서 고성능 모델의 존재감을 뽐낸 것과 달리 ATS-V는 온 몸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뽐낸다. ATS에서 볼 수 있던 전면 바디킷과 프론트 그릴을 모두 뜯어내고 V 시리즈에 걸맞은 역동적인 파츠를 적극적으로 덧댔다.

카본 패키지의 경우에는 스플리터와 파워 돔 등에 카본 파츠를 더해 경량화는 물론 디자인 완성도를 한층 강화했다. 게다가 후면에는 나스카 스타일의 리어 스포일러와 당당한 존재감이 돋보이는 휠을 적용해 동급 경쟁 모델과는 ‘차원이 다른 존재감’을 뽐낸다. 덕분에 ATS-V는 자신의 존재감을 무척 쉽게 설명할 수 있다. 동급 경쟁 모델에서는 살펴볼 수 없는 이 과감한 선택 덕분에 ATS-V는 더욱 많은 관심을 끌 수 밖에 없다.

화려간 외형에 걸맞도록 알차게 꾸며진 실내 공간도 마찬가지, 손이 자주 닿게 될 곳을 가득 채운 알칸타라가 가장 먼저 반긴다. 실내 공간의 구성이나 레이아웃은 기존 ATS와 큰 차이가 없어 V만의 특별한 것을 찾기 어렵지만 기능적으로는 필요한 것들이 모두 갖춰져 있다. 스티어링 휠과 계기판 역시 알칸타라와 붉은 조명으로 V의 감성을 강조했다.



ATS-V 중에서 가장 욕심나는 것이 있다면 바로 시트. 다양한 방향과 기능을 조작할 수 있는 시트 덕분에 최적의 드라이빙 포지션을 추구할 수 있으며 이는 주행 중 완벽한 일체감과 편안함 그리고 나아가 사고 시 안전까지 보장한다. 가능하다면 ATS-V의 시트만 따로 소유하고 싶을 정도의 만족감을 자아낸다.

다만 이렇게 완벽한 드라이빙 포지션을 위해 부피가 큰 시트를 장착하면서 2열 공간이 다소 협소해졌다. 기존의 ATS 역시 경쟁 모델 대비 다소 좁은 공간으로 아쉬움이 있었던 만큼 같은 기조가 이어지는 듯하다. 하지만 세단의 가치를 구현했다는 점에서 물음표를 달 필요가 없어 보인다. 애초에 ‘캐딜락이 만든 470마력의 고성능 차량’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물론 공간도 외면할 수 없는 경쟁 요소다. 하지만ATS-V 전체로 본다면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BMW M3를 겨냥했음을 극명하게 드러내는 ATS-V의 V6 3.6L 트윈터보는 최대 출력 470마력과 61.2kg.m의 토크를 발휘한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는 단 3.8초 만에 가속해 M3를 0.3초의 차이로 따돌리고 최고 속도는 근래 수입된 고성능 차량에서도 쉽게 경험할 수 없는 302km/h에 이른다. 수치로만 본다면 경쟁 모델인 BMW M3, 메르세데스 AMG C 63 AMG 등을 압도하는 수치인데 가장 저렴한 가격표를 달았다.

경쟁 모델인 BMW M3, M4 그리고 메르세데스 AMG C 63 등의 경험과 비교한다면 ATS-V의 움직임은 무척이나 크리미한 모습이다. 엔진 자체의 날카로운 반응과 두터운 출력은 경쟁 모델을 압도하지만 듀얼 클러치가 아닌 일반 자동 변속기와 eLSD와 MRC를 시작으로 캐딜락에 담겨 있는 수 많은 전자 제어의 개입이 절묘하게 개입된 결과물이다. 하루에 수 백 km까지도 주행하는 환경이 많은 미국 태생임을 숨기지 않고 곧이곧대로 드러내는 순간이다.

이런 크리미한 감각은 재미로 평가하기엔 다소 아쉽겠지만 한편으로는 ‘경거망동’하지 않는 프리미엄 브랜드의 진면모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어떤 노면 상태에서도 ATS-V의 외관처럼 예리하고 날카롭게, 그리고 완벽하게 출력을 발산하는 모습은 감탄사를 내뱉지 않고는 감당할 수 없는 순간들이 이어진다.

다른 차량이라면 연신 계기판에 노면에 미끄러지고 있음을 경고하는 알람이 뜰 법한데 ATS-V는 어지간히 괴롭히지 않는 이상 평온, 그 자체를 유지한다. 물론 그러면서도 이미 경쟁 모델을 앞지르는 경이로운 가속력을 선보인다. 해외에서는 메르세데스 AMG C 63 S로 ATS-V를 꺾었다고 하지만 S는 일종의 변칙 모델이 아닌가?

투어, 스포츠, 트랙 그리고 스노우로 구성되어 있는 드라이빙 모드도 매력적이다. 투어는 MRC을 가장 너그럽게 변신시키고 스티어링 휠의 무게를 대폭 덜어낸다. 덕분에 고성능 세단이라는 감각을 느끼지 못할 만큼 부드럽고 유연한 모습을 드러내 요철이나 거친 노면에서도 큰 불쾌감 없는 드라이빙이 가능하다. 스포츠에서는 하체와 스티어링 휠을 조금 더 조이고, 트랙에서는 대번 레이스카로 변신해 버린다.

ATS 일반 모델에서도 느낄 수 있었듯 MRC는 어지간한 출력은 모두 상쇄시켜 ‘절제된 움직임’을 가능하게 만드는 가공할 시스템이다. 고출력에서는 어떨까 싶었지만 막상 470마력 ATS-V 마저 MRC와 eLSD의 통제 아래에 놓여 있었다. 의식적으로 차량을 날려 보아도 곧바로 자세를 다잡으며 최적의 트랙션, 댐핑 강도를 조율해 가속의 고삐를 놓지 않도록 만든다.

강력한 출력을 마음껏 다룰 수 있도록 하는 마법은 MRC 외에도 브레이크에 숨겨져 있다. 전륜과 후륜에 각각 6피스톤, 4피스톤 브렘보 브레이크 시스템이 장착되어 470마력의 출력을 손쉽게 다루는 여유가 돋보인다. 초반부터 후반까지 고르게 분배된 브레이크의 답력은 어떤 상황에서도 정교하고 편안한 제동을 보장한다.



한편 캐딜락 ATS-V의 시승을 마치고 인제에서 서울로 돌아오는 과정에서 연비를 체크해보기로 했다. 드라이빙 모드는 투어로 택했고, 주행 코스는 고속도로가 아닌 국도를 통해 서울로 이동했고, 강원도에서 경기도까지 오는 과정은 시원스럽게 이어졌으나 양평에서부터는 간간히 지체가 이어지곤 했다. 그렇게 한강대교 중간, 노들섬에 차량을 세워 연비를 확인해보니 12.2km/l(주행 거리 180.6km / 평균 속도 56.9km/h)의 평균 연비가 측정되어 출력을 감안했을 때 만족스러운 수치라 판단됐다.



캐딜락 ATS-V에 담긴 모든 요인들을 설명하고 이를 평가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할 지경이었다. 안락하면서도 강력한, 그러면서도 믿을 수 있는 주행은 물론 실내 품질이나 안락함은 완벽에 가깝다. 다만 붉게 물든 계기판, 알칸타라로 도배된 쉬프트 레버와 스티어링 휠 그리고 고성능 모델에 적합한 레카로 버킥 시트를 제외하면 캐딜락 ATS과의 차별점을 담아내지 못한 점은 고성능 모델에 대한 만족도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하지만 이미 ATS 자체가 워낙 우수했던 만큼 특별히 더할 것이 없다는 것이 그들의 판단이었을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