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사망검토제 입법화 시동…아동학대 조기발굴 가능해질까

by이지은 기자
2024.12.20 16:00:29

작년 사망아동 중 학대 2%…범죄 입증된 피해만 집계
野 강선우 법안 대표발의…대통령 산하 위원회 설치 등
美·英·日 이미 도입…"韓 사후대응 초점, 예방 논의해야"

[이데일리 이지은 기자] 정부 차원에서 모든 아동 사망사건을 조사 및 분석하는 ‘아동사망검토제’(Child Death Review·CDR)가 입법화에 시동을 걸었다. 저출생이 심화하며 아동보호체계의 필요성이 커지는 가운데, 은폐된 학대 사례를 밝히고 사망 사고를 예방하는 취지의 제도 관련 논의도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제18회 아동학대 예방의 날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조규홍 복지부 장관. (사진=뉴시스)
통계청의 사망원인통계와 보건복지부의 아동학대 주요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사망한 아동(1670명) 중 학대가 원인이었던 건 2%(44명)에 불과했다. 그러나 정부의 통계는 수사기관에서 범죄 혐의가 입증된 학대피해 사망 아동만을 집계하고 있기에, 실제 학대로 목숨을 잃은 아동은 공식 발표보다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되는 상황이다. 2021년 국립과학수사원은 2015~2017년에 발생한 아동 변사 사건 1000여건의 부검결과를 분석한 결과 최대 391명에게서 학대 정황이 나왔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22대 국회에서는 관련 법 제정이 추진되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간사인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8일 아동사망검토제 도입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아동사망의 사례검토 및 예방에 관한 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대통령 산하의 국가아동사망검토위원회 설치 △국가아동사망검토보고서 작성 및 공개 △지역아동사망검토위원회 설치 △아동사망 실태조사 및 아동 사망 검토·예방에 관한 기본계획 수립 △국립아동사망검토·예방센터 설치 등이 주요 내용이다.

이상균 가톨릭대 사회복지학과 교수가 발표한 ‘한국형 아동사망검토제도 도입을 위한 해외국가 아동사망검토제도 분석’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과 비교하면 1~19세 아동들의 전체 사망률은 낮은 편이지만, 자살과 타살 등 의도적 사고가 차지하는 비중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021년 아동 사망의 주요 원인 중 외부요인으로 인한 사망 비율은 3분의 2에 달할 정도로 높은 편이었다.



미국과 영국, 일본 등 주요 국가에는 이미 아동사망검토제가 정착돼 있다. 미국은 1978년 LA주에서 제도가 처음 공식화돼 모든 주로 확대됐고, 영국에서도 2008년 도입 이후 현재 사망 원인에 관계없이 모든 아동에게 대해 이뤄지고 있다. 일본 후생성은 2010년대부터 제도 검토를 시작해 2020년부터 전국적으로 시범사업을 시행 중이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아동학대 대응 정책이 사건 발행 후 사후 대응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한은희 한국사회보장정보원 부연구위원은 “2014년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정을 통해 아동학대 범죄에 대한 처벌 및 피해아동 보호가 강화됐지만, 아동학대 예방을 위한 국가 정책이 본격적으로 논의된 적이 없다”며 “과학적 근거에 기반해 아동학대 예방 정책을 수립하고 거버넌스 및 환류 체계 마련을 위한 논의가 함께 시작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강선우 의원실 제공)
합계출산율 0.7명대의 초저출생 추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아동의 생존과 발달을 보장해야 한다는 국가적 의무에 힘이 실리는 상황이다. 강선우 의원은 “이번 법안은 아동학대뿐만 아니라 질식사·익사·추락사 등 예방할 수 있는 아동 사고사를 심층적으로 분석해 안타까운 죽음이 반복되지 않도록 개선책을 마련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한국형 아동사망검토제를 도입하기 위한 이번 제정안이 국회에서 조속히 통과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