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전쟁’보다 ‘연준 비둘기’에 반응한 시장…장중 환율, 1338원까지 하락[외환분석]

by이정윤 기자
2023.10.11 12:02:46

이란으로 확전되지 않아…국제유가 하락
연준 위원들 “금리인상 필요치 않아” 잇단 목소리
경상수지 넉 달 연속 흑자·반도체 개선에 원화 강세
외국인 투자자 코스피 시장서 13거래일만 ‘순매수’
“지정학적 불안 지속…11월 FOMC 이후 하락 기대”

[이데일리 이정윤 기자] 원·달러 환율이 장중 1338원까지 하락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교전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위원들의 ‘비둘기(통화 완화)’ 발언이 시장에 파장이 더 큰 듯한 모습이다. 이에 원화, 채권, 주식 모두 강세를 보이고 있다.

사진=AFP
11일 서울외국환중개에 따르면 이날 환율은 오전 11시 51분 기준 전 거래일 종가(1349.5원)보다 11.2원 내린 1338.3원에 거래 중이다.

이날 환율은 역외 환율을 반영해 전 거래일 종가보다 5.5원 내린 1344.0원에 개장했다. 개장 직후 1340원선을 하회하더니 1338.0원까지 내렸다. 위안화 절상 고시 이후 달러 대비 위안화가 소폭 약세를 보이면서 환율도 소폭 올라 1340원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7일 새벽 기습공격으로 시작된 이번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전쟁은 4일째로 접어들었다. 아직까지 이란 등 다른 중동 국가들로 확전되지 않고 있고, 두 국가 모두 원유 생산지가 아니어서 양측의 충돌이 원유 시장에 끼치는 직접적인 영향은 없다. 이에 국제유가는 하락했고, 안전자산인 미국 국채금리는 하락했다.

문정희 KB국민은행 연구원은 “전쟁이 산유국 등 중동 전반으로 확전하지 않으면서 시장이 안도하는 것 같다”며 “중공업체들의 선물환 매도와 수출업체들의 네고(달러 매도)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연준 인사들이 ‘국채금리 급등으로 인해 추가 금리인상이 필요하지 않다’는 목소리를 지속적으로 내면서 그간 시장에 공포감을 주던 ‘고금리 장기화’ 우려를 불식시켰다. 이에 글로벌 달러는 하락세다. 달러인덱스는 10일(현지시간) 저녁 10시 52분 기준 105.75를 기록하고 있다. 전날 106선에서 내려온 것이다. 달러·위안 환율은 7.29위안대, 달러·엔 환율은 148엔대를 나타내고 있다.

여기에 국내 경상수지가 넉 달 연속 흑자를 냈고 삼성전자가 3분기 ‘깜짝‘ 실적을 내면서 반도체 업황 개선 기대감 등에 원화, 채권, 주식이 ’트리플 강세‘를 보이고 있다. 국고채 금리도 장단기물 모두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국내 증시에서 순매수하며 환율 하락을 지지하고 있다. 외국인은 코스피 시장에서 700억원대, 코스닥 시장에서 1200억원대를 사들이고 있다. 특히 외국인은 코스피 시장에서 13거래일 만에 순매수한 것이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교전으로 인해 중동발(發) 전쟁 불안감이 지속되면서 환율도 영향을 받을 것이란 전망이다. 다만 11월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 연준 통화정책 방향에 대한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환율도 점차 하락할 것이란 관측이다.

문 연구원은 “이스라엘 전쟁은 여전히 불확실성이 크지만, 확전이 크지 않고 유가가 크게 오르지 않는다면 시장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며 “작년에도 11월 FOMC 이후 환율과 금리가 많이 내려왔다. 올해도 비슷하게 간다면 11월 FOMC 이후 불확실성 해소와 함께 위험회피 심리도 완화되면 환율은 1270~1280원 정도까지 내려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편 우리나라 시간으로 12일 새벽 3시께 9월 FOMC 의사록이 공개된다. 9월 금리 점도표에서 대다수 FOMC 위원들이 고금리 장기화에 손을 든 만큼 매파적 스탠스를 보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