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승부수’ 던졌다…李 4895억 배임·133억 뇌물 혐의입증 자신

by이배운 기자
2023.02.16 16:05:04

150장 분량 구속영장 청구서…檢 “죄질 매우 불량해”
“민간업자 공모관계 확인…관련 증거 공판에서 설명”
막대한 이익 예상하고도 의도적으로 이익 포기한 혐의
정성호 의원 ‘입막음’ 논란, 증거인멸 우려 근거 됐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전경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이배운 기자] 검찰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해 상당한 파장이 일고 있는 가운데, 16일 검찰 관계자는 “그동안 수집한 객관적 증거들과 관계인 진술 등 물적·인적 증거가 충분하다”며 혐의 입증에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 관계자는 이어 “이 사건은 야당 대표에 대한 수사가 아니라 이 대표의 성남시장 재직시절 비리에 대한 수사”라며 ‘야당 탄압’ 논란을 일축했다. 특히 “자치단체장과 지역 토착 세력이 유착한 전형적이고 고질적인 부정부패 범죄로서, 죄질과 수법이 매우 불량하다”고 지적했다.

150장이 넘는 분량의 이 대표 구속영장 청구서에는 ‘대장동·위례신도시 개발 비리’,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사건의 구체적인 내용과 범행 배경이 적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이 대표에게 적용한 혐의는 특경법위반(배임), 특가법위반(뇌물), 이해충돌방지법위반, 구 부패방지법위반, 범죄수익은닉규제법위반 등이다.

우선 검찰은 이 대표가 유동규, 남욱, 김만배 등 ‘대장동 일당’과 유착해 내부 기밀을 흘려 이들에게 7886억원 상당의 부당 이익을 몰아줬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이 대표의 최측근인 정진상 전 민주당 정무조정실장이 ‘연결고리’ 역할을 했다고 보고 있다.

또 검찰은 이 대표가 성남도시개발공사(성남도공)가 챙길 수 있었던 적정한 이익인 6725억원에 한참 못 미치는 1830억원만을 배당받도록 해 성남도공에 4895억원 상당의 손해를 입히는 배임죄를 저질렀다고 판단했다.

검찰 관계자는 “이 대표는 대장동 개발에 따른 막대한 이익을 예상하고도 민간업자들과 유착해 공사가 받아야 할 적정 이익을 의도적으로 포기했다”며 “민간업자들과 연락하는 등 공모관계가 확인됐으며, 관련 증거들은 영장실질심사와 공판 과정에서 설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적정이익을 6725억원으로 계산한 배경에 대해서는 “당시 성남도공 주무부서의 검토내용, 내부 보고과정, 성남도공 실무 관련자 진술, 이 대표의 승인·결재 서류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산정한 수치”라며 “전체 개발이익의 70%(6725억원)가 공공이익이 되는 것이 적정하다는 주무부서 판단이 있었지만, 이 대표와 측근들이 이런 내부 의견을 묵살했다”고 설명했다.

‘위례신도시 개발사업’ 관련해서는 이 대표가 정진상, 유동규 등과 공모해 남욱 변호사 등 민간사업자를 시행자, 호반건설을 시공사로 각각 선정되도록 해 211억원 상당의 부당 이익을 쥐어준 것으로 판단했다.



검찰은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도 함께 병합해 영장을 청구했다. 이 사건에는 제3자 뇌물공여 혐의가 적용됐다. 검찰은 이 대표가 두산건설, 네이버, 차병원, 푸른위례 등 4개 기업의 성남FC 후원금 133억5000만원을 받는 대가로 건축 인허가 등 편의를 제공했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뇌물을 전달받는 과정에서 기부단체를 이용해 범죄수익을 숨기려 한 정황도 포착했다.

민주당은 ‘검찰이 정당한 이유 없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며 강하게 반발하는 가운데, 검찰 관계자는 “대장동 개발사업 진행 당시부터 수사 과정 전반에 걸쳐 이 대표 측이 범죄행위 증거 인멸을 시도한 정황을 확인했다”며 “앞으로도 증거인멸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죄질과 수법이 매우 불량하고 취득한 범죄이익이 막대한 중대 사안인데도 이 대표는 자신의 행위에 대한 진술을 회피하며 사건을 정치의 영역으로 끌어들여 처벌을 피하려 한다”며 “본인의 측근들을 통해 증거를 인멸했고, 향후 계속해 증거를 인멸할 우려도 현저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친명계 좌장’인 정성호 민주당 의원이 최근 구치소에 수감 중인 정진상과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을 만나 ‘이대로 가면 이 대표가 대통령한다’ ‘알리바이를 만들라’는 취지로 말해 ‘입막음’ 논란을 일으킨 것에 대해서는 “중요한 증거인멸 정황으로 판단하고 구속영장 청구 사유에 포함했다”고 밝혔다.

다만 실제로 이 대표 구속이 성사될지는 안갯속이다. 현역 국회의원을 구속하려면 국회의원 과반이 체포동의안에 찬성해야 하는데 현재 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민주당이 반대의 뜻을 분명히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검찰은 이러한 정치적 상황을 일절 고려하지 않고 통상적인 수사 원칙에 따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는 입장이다. 법조계는 검찰이 혐의 입증에 거듭 자신감을 내비춘 점에 비춰 이 대표 신병확보가 무산되더라도 이 대표를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길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한편 이원석 검찰총장은 이날 이례적으로 입장문을 내놔 “지방권력과 부동산개발업자가 유착해 본래 지역주민에게 돌아가야 할 천문학적 개발이익을 업자와 브로커들이 나눠 가진 지역 토착 비리로서 극히 중대한 사안으로 본다”며 검찰의 엄정 대응 기조를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