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 오너 경영인의 귀환…책임경영 강화나서

by백주아 기자
2022.12.07 16:06:48

교촌·골든블루·메가마트 오너 경영 체제 전환
경제위기 등 엄중한 시기 신속한 의사결정 필요

[이데일리 백주아 기자] 최근 유통업계에서 전문경영인(CEO)이 아닌 오너 경영 체제로의 전환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실적 부진과 대내외 경영환경 불투명 등 복합적인 경영 위기에 부딪힌 기업들이 재도약을 위한 구원투수를 등판해 책임 경영을 강화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왼쪽부터 박용수 골든블루 회장, 권원강 교촌그룹 회장, 신동익 농심 부회장. (사진=각 사)
7일 골든블루에 따르면 박용수 골든블루 회장(75)은 지난달 23일 열린 이사회에서 열린 대표 선임 안건 통과에 따라 대표이사를 맡게 됐다. 줄곧 사내 이사직만 유지해오던 그가 경영 전면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내 위스키 1위 기업인 골든블루의 지난 1~3분기 누적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1571억원, 45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65%, 185% 증가했다. 거리두기 완화에 따라 실적이 개선되고 있지만 지난해 매출액은 1379억원, 2020년은 1270억원으로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1688억원)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박 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서면서 책임경영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골든블루는 코로나19 기간 부진한 실적에 직원들 성과금은 삭감하면서도 배당금을 전년 대비 40% 가량 늘리면서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골든블루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박 회장과 아내 김혜자 씨, 딸 박소영 이사와 아들 박동영 씨 등 4인은 골든블루 전체 지분의 81.66%를 소유하고 있다. 지난해 총 배당금 38억1800만원 중 오너 일가가 31억원 이상을 배당금으로 챙긴 것이다.

골든블루 관계자는 “글로벌 경기 침체와 위스키 시장 규모 감소 등에 대응해 포트폴리오를 늘려야 하고 투자 계획도 많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박 회장이 책임경영 차원에서 대표이사직을 수행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최근 오너 경영 체제로의 전환 사례가 증가하는 것은 최근 경제 위기와 무관하지 않다. 전 세계적으로 고금리, 고환율, 고물가 등 3고(高) 현상이 이어지는 엄중한 상황인만큼 오너의 과감한 결단과 의사결정이 필수적으로 뒷받침돼야 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권원강(71) 교촌그룹 회장도 경영에서 손을 뗀 지 3년 9개월만에 경영일선에 공식 복귀했다. 2019년 용퇴 당시 보다 전문화한 경영시스템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코스피 상장 등 새로운 과제 해결을 위해 퇴임을 결정했지만 최근 대내외적 경영 위기가 심화하면서 다시 경영에 복귀한 것이다.

권 회장은 교촌 그룹의 글로벌·소스·에코·플랫폼(G.S.E.P) 4대 성장 키워드 제시하고 본격적인 경영에 들어갔다. 해외시장 공략을 위한 현지 기업과의 합작과 전략적 제휴 방식 등의 사업이나 신사업 발굴을 위한 벤터 투자 등도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농심(004370) 그룹 3남인 신동익 부회장도 지난 7월 유통전문회사 메가마트 대표이사에 이름을 올리며 경영 일선에 복귀했다. 메가마트는 농심그룹이 1975년 동양체인을 인수해 세운 회사로 1981년 고 신춘호 회장이 ‘농심가’라는 이름으로 슈퍼마켓사업에 처음 진출한 회사다.

메가마트는 사업 초기 신 부회장이 대표를 맡았지만 소유와 경영 분리 원칙에 따라 1999년 이후 23년간 전문경영인 체제로 운영돼왔다. 대표 취임과 함께 신 부회장은 메가마트 지분 56.14%를 보유한 최대 주주로서 미국 현지 매장 정비에 속도를 내며 책임경영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외에 범 LG가 오너 3세이자 구본걸 LF(093050) 회장의 둘째 동생 구본진 전 LF푸드 대표도 지난 7월 LF네트웍스 대표이사직에 취임했다. 2017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지 5년 만이다.

윤동한 한국콜마홀딩스(024720) 회장도 지난 2019년 ‘막말 영상’으로 물의를 빚은 이후 물러났다가 지난해 11월 지주사 회장으로 복귀 이후 지난 2월 핵심 계열사 콜마비앤에이치(200130) 미등기 임원직에 이름을 올리며 경영 일선에 완전 복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