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박도 자율운항 시대’...HD현대 아비커스, 세계 최초 대양횡단 성공
by박민 기자
2022.06.02 11:17:10
자율운항솔루션 ‘하이나스 2.0’ 탑재해
1만km 자율운항 성공…하반기 중 상용화
최적경로로 연료 7% 및 온실가스 5% 절감
| HD현대 아비커스와 SK해운이 대형 상선의 자율운항 대양횡단에 성공했다. 아비커스의 하이나스 2.0 시스템을 살펴보는 선장과 항해사의 모습.(사진=현대중공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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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박민 기자] 현대중공업그룹의 지주사인 HD현대의 자율운항 전문 자회사 아비커스가 세계 최초로 대형 선박의 자율운항 대양횡단에 성공했다.
아비커스는 SK해운과 함께 18만입방미터(㎥)급 초대형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인 ‘프리즘 커리지’호의 자율운항 대양횡단을 성공적으로 마쳤다고 2일 밝혔다. 이 선박에는 아비커스의 2단계 자율운항솔루션인 하이나스(HiNAS) 2.0가 탑재됐으며, 자율운항 기술로 선박을 제어해 대양을 횡단한 세계 첫 사례다.
이 선박은 지난달 1일 미국 남부 멕시코만 연안의 프리포트에서 출발해 파나마 운하를 통과하는 등 33일간 태평양을 횡단해 충남 보령의 LNG터미널에 도착했다. 총 운항거리 2만km로, 이중 절반인 1만km는 하이나스 2.0 적용으로 자율운항했다.
아비커스가 개발한 하이나스 2.0은 현대글로벌서비스의 통합스마트십솔루션(ISS) 아래 최적의 경로와 항해 속도가 생성되는 2단계 자율운항 시스템이다. 인공지능(AI)이 날씨, 파고 등 주변 환경과 선박을 인지해 실시간으로 선박의 조타명령까지 내리는 등 조종·제어가 가능하다.
아비커스 관계자는 “2단계 자율운항 기술은 기존 1단계 기술인 인지, 판단 기능에 더해 조종 및 제어까지 가능한 기술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대양 횡단에서 하이나스 2.0이 탑재된 프리즘 커리지호는 최적 경로로 자율운항하며 연료 효율을 7% 높이고, 온실가스 배출은 5% 절감했다. 운항 중 다른 선박의 위치를 정확히 인지해 충돌 위험을 100여 차례 회피했다.
이번 항해는 자율운항 기술의 성능과 안정성에 대한 객관적 입증을 위해 미국선급협회(ABS)와 한국선급(KR)의 실시간 모니터링 아래 진행됐다. 아비커스는 ABS로부터 이번 횡단의 결과 증명서를 받은 뒤 올해 하반기 중 하이나스 2.0을 상용화할 예정이다.
현대중공업그룹에 따르면 자율운항은 해상 운송업계의 인력난 해소와 안전성 제고 등을 위해 각광받는 기술로, 관련 기자재 시장이 연평균 12.6%씩 성장해 2028년에는 규모가 2357억달러(약 294조7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임도형 아비커스 대표는 “최적의 경로를 안내하는 자율운항 1단계 기술을 넘어 실제로 선박을 움직이는 2단계 시스템을 성공적으로 시험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대형 상선뿐만 아니라 소형 레저보트용 자율운항 솔루션까지 고도화해 혁신을 주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영훈 프리즘 커리지호 선장도 “아비커스의 자율운항 기술은 항로 유지, 자율 변침 등에 있어 큰 도움이 됐고 선원 항해 업무의 편의성을 높였다”고 평가했다.
현대중공업그룹의 사내 벤처 1호로 2020년 12월 출범한 아비커스는 지난해 6월 국내 최초로 12인승 크루즈 선박의 완전 자율운항에도 성공했다. 올해 초에는 세계 최대 전자·IT 전시회인 CES2022에서 자율운항 기술을 선보였고, 미국선급협회와 선박 자율운항기술의 단계별 기본인증을 위한 협력을 진행하고 있다.
| 현대중공업이 지난 2021년 건조해 SK해운에 인도한 18만 입방미터(㎥)급 LNG운반선 ‘프리즘 커리지’호.(사진=현대중공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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