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연말 모임 다 취소"..'방역 강화' 부메랑 맞은 시민들 분통

by김대연 기자
2021.12.03 15:11:41

오는 6일부터 사적모임 수도권 6명·비수도권 8명까지
식당·카페·영화관 등 '방역패스' 적용…영업시간 '유지'
영세 소상공인·자영업자 '한숨'…"숫자놀음 이제 그만"
시민들 연말 송년회·모임 취소…"이랬다 저랬다 지쳐"

[이데일리 김대연 기자] “한 달 전부터 잡은 크리스마스 연말 약속이 ‘말짱 도루묵’이 됐어요. 정부의 숫자놀음에 꼭두각시 인형이 된 기분입니다.”

정부가 오는 6일부터 실내 다중이용시설에 대해 ‘방역패스(접종증명·음성확인)’ 적용을 대폭 확대하고 사적모임 허용 인원을 다시 축소하는 고강도 정책을 내놓으면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을 비롯해 시민들이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연일 4000~5000명대를 기록하는 가운데 위중증 환자까지 급속도로 늘어나 감염 확산을 막고 백신 미접종자 전파를 차단하겠다는 목적이지만, 시민들은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가 시작된 지 약 한 달 만에 방역지침이 다시 바뀌어 혼란스럽다는 반응이다.

지난 12월 1일 서울 종로구의 한 식당에서 시민들이 모임을 즐기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3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오는 6일부터 4주 동안 사적모임 허용 인원을 수도권은 6인, 비수도권은 8인까지로 제한한다. 또 식당·카페·학원·영화관·공연장·독서실·PC방 등 실내 다중이용시설을 이용할 때는 백신 접종 완료일로부터 2주가 지났다는 증명서나 PCR 음성확인서 등을 제시해야 하고, 내년 2월부터는 12~18세 청소년들에게도 방역패스를 적용한다.

다만 미접종자라도 식당과 카페를 혼자 이용할 때는 예외를 인정한다. 또 식당과 카페에서 사적모임을 가질 때에도 지역별 최대 허용 범위 안에서 미접종자를 1명까지 허용하기로 했다. 방역패스 확대는 내주부터 시행하지만 현장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오는 12일까지 1주간 계도기간을 가진다.

하지만 시민들은 연말연시 각종 모임과 약속을 앞두고 오락가락한 정부의 방역 지침에 불만을 쏟아냈다. 직장인 한모(35·남)씨는 “2주 뒤에 예정된 회사 송년회도 취소될 것 같고 오랜만에 친구들이랑 연말에 만날 생각에 들떴는데 너무 속상하다”며 “위드 코로나가 시작된 지 이제 한 달인데 언제 그랬냐는 듯 지침이 또 바뀌니까 지칠 대로 지쳤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백신 미접종자인 김모(24·여)씨는 “한 달 전부터 크리스마스, 연말 약속을 다 잡아놨는데 다 취소해야 할 지경”이라며 “미접종자라는 이유로 주변인에게 민폐가 되는 것 같아 미안하고 집에 갇혀 있어야 하는 게 화가 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만, 영업시간 제한이 적용되지 않은 것에 대해 안심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장모(25·여)씨는 “솔직히 요즘 코로나19 확진자가 갑자기 많이 늘어나서 걱정하고 있었다”며 “영업시간 제한 없는 방역지침 강화는 찬성한다”고 말했다.

식당과 카페 등 방역패스 확대 시행 과정에서 전자출입명부(QR코드)가 반드시 필요하게 된 자영업자들은 고충을 토로했다. 동작구에서 10년째 해물집을 운영하는 김모(60·여)씨는 “가게 특성상 중장년층이나 노인이 많이 방문하는데 대부분 QR코드 찍는 법을 몰라서 안심콜을 하거나 수기 명부를 작성하곤 했다”며 “일일이 하는 방법을 알려주면 어떻게 손님을 응대하고 장사하겠느냐”며 고개를 저었다.

고장수 전국카페사장연합회 회장은 “망년회 등 연말 모임이 많은 식당과 호프집 예약이 줄줄이 취소되는 분위기”라며 “지금 정부가 자영업자에게 손소독제나 QR체크 기계 등 방역에 드는 비용을 떠넘기고 있는데 꼭 손실보상금을 지원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김부겸 총리는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중대본 회의에서 “전자출입명부 설치 비용 등이 영세한 업체에는 부담이 될 수 있어 조금이라도 이러한 부담을 덜어 드릴 수 있는 방안을 관계 부처간 논의를 거쳐 마련하겠다”며 “마스크 쓰기 등 기본 방역수칙은 항상 실천해주시고, 연말에 계획하신 만남이나 모임도 가급적 뒤로 미뤄주실 것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