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총재 만난 경제학자들의 뼈있는 경고…"부동산 과열 우려"(종합)

by김정남 기자
2016.10.26 11:32:23

이주열 한은 총재, 경제 전문가들과 간담회
"성장잠재력 확충에 정책적 노력 집중해야"
"구조조정, 경제논리 따라 일관성있게 해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운데)가 26일 오전 서울 남대문로 한은 본관에서 열린 경제동향간담회에서 참석자들과 자리를 함께 하고 있다. 사진=노진환 기자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우리 경제의 주요 전문가들이 최근 부동산 시장의 과열 양상에 우려를 표했다. 26일 오전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와 회동하면서다.

이들은 정책당국에 뼈있는 조언도 남겼다. 단기적으로 성장률 수치를 올리기보다는 장기적인 경쟁력을 확충해야 한다는 것이다. ‘부동산에 의존한 경제’에 일침을 가한 것이다.

이주열 총재는 이날 오전 한은 본관에서 경제동향간담회를 열고 여러 경제 전문가들과 이같은 인식을 공유했다고 한은 측은 전했다.

간담회에는 김영세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김주훈 한국개발연구원(KDI) 수석이코노미스트, 박종규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신관호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부문장, 허재준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등이 참석했다.

일부 참석자들은 최근 국지적인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는 부동산 시장에 대해 걱정했다.

이들은 “과거 사례를 볼 때 부동산 시장의 과열은 대부분 국지적인 현상에서 시작됐다”면서 “향후 동향을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총재 역시 “(우리 경제에는) 많은 불확실성이 잠재해 있다”며 기업 구조조정, 청탁금지법 시행, 삼성전자(005930) 갤럭시노트7 생산 중단, 보호무역주의 강화 등과 함께 건설경기 둔화 가능성을 꼽았다.

이날 참석자들이 하나같이 강조한 ‘체질개선’ 역시 이와 맥이 닿아있다.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면 일시적으로 경제성장률은 좋아질 수 있지만, 이는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의미다.



이들은 “대내외 여건에 비춰볼 때 정책당국이 단기적인 성장률 제고보다는 장기적인 성장잠재력 확충을 위해 우리 경제의 체질개선에 정책적 노력을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리 산업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일부 취약업종의 구조조정과 더불어 4차산업 등 신성장산업에 대한 체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도 했다.

이들은 또 “최근 활발히 전개되고 있는 통화 및 재정정책 등 정책수단의 활용 여부에 대한 논의보다는 장기적 관점에서 정책목표나 유효성에 대한 고민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총재 역시 비공개 토론에 앞서 모두발언을 통해 “올해 3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0.7%로 발표됐다. 물론 만족스럽지는 못하지만 어려운 대내외 여건 하에서 정부의 정책적 노력 등에 힘입어 완만하나마 회복세를 유지해 왔다”면서도 “그러나 앞으로도 성장 흐름을 이어갈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고 했다.

한편 이 총재는 이날 간담회 직전인 지난 24~25일 이틀간 울산 및 포항 지역본부를 방문해 조선·자동차·석유화학·철강업체 관계자들을 만났다. 그는 “구조조정을 경제논리에 따라 일관성 있게 추진해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또 “이럴 때일수록 정부가 산업별로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한 밑그림을 갖고 업계와 긴밀한 협의해야 한다”고도 했다.

그는 다만 비관적 인식은 경계했다. 경제학 용어인 ‘자기실현적 기대(self-fulfilling expectations)’를 인용하면서 “비관적 인식 그 자체가 미래를 어렵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우리 경제에는 많은 불확실성이 잠재해 있으나 우리가 어떻게 대응해 나가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