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실적 누린 美 항공사…잇단 악재에 휘청

by권소현 기자
2015.08.19 15:04:45

[이데일리 권소현 기자] 올해 유가하락과 항공수요 증가로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린 미국 항공사들이 최근 잇단 악재에 울상이다. 실적 좋으니 임금 올려달라는 노조, 항공노선 담합 조사, 국제선 공급 과잉 등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실적호전에도 불구하고 주가도 하락세다.

1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항공사들이 올해 상반기 총 80억달러의 순이익을 올렸다고 보도했다. 수 년간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합종연횡 인수합병(M&A)을 통해 체질을 개선한데다 마침 유가가 급락하면서 호실적을 누리고 있는 것이다. 유가는 항공사 비용에서 인건비 다음으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항공기 좌석점유율도 유례없이 높아졌다. 미국항공 운송협회는 9월 첫 번째 월요일인 노동절을 맞아 연휴 기간 1420만명이 비행기를 타고 여행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전년대비 3% 늘어난 것이다. 올해 여름시즌 탑승률도 사상 최고를 기록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하지만 항공사들의 직면한 리스크도 만만치 않다. 짐 코리도어 S&P 캐피탈 IQ 증시 애널리스트는 “요즘 항공사 실적은 항공업계 역사상 최고일 것”이라며 “동시에 여러 곳으로부터 공격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수익은 높아졌지만 탑승객이 마일당 지불하는 항공가격은 하락해 전체 매출에 타격을 주고 있다. 내년까지는 반등하기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높다.

항공사 직원들은 파이가 커졌으니 더 많은 몫을 떼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사우스웨스트 승무원과 델타 조종사들은 지난달 노사협약을 거절했다.



일부 노조원들은 항공사가 번 수익을 주주들에게 돌려주는 것에 대해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유나이티드항공의 조종사회 대표겸 항공사 조종사 협회 회장인 제이 헤프너는 1만2500명의 회원에게 메시지를 보내 “회사가 30억달러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결정한 것은 과도한 현금으로 이보다 더 나은 것을 생각할 수 없다고 본 것”이라며 “그러나 8만4000명의 유나이티드 직원은 제한적인 수단과 교육으로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감독 당국 조사도 진행 중이다. 미국 법무부는 지난달 아메리칸, 유나이티드, 델타, 사우스웨스트 등 4개 항공사가 항공 좌석 공급을 담합해 항공권 가격 인상을 유도했는지 조사에 착수했다. 그로부터 일주일 후 미국 교통국은 이들 4개 항공사에 젯트블루까지 더해 암트랙이 5월 필라델피아에서 탈선 사고를 일으켜 운행이 중단된 이후 항공권 가격을 올렸다는 의혹을 들여다보고 있다고 밝혔다. 암트랙의 동북 노선은 이용객이 많은 노선으로 대체재가 사라지자 이를 기회 삼아 가격 인상을 시도했다는 것이다. 물론 불법행위로 결론이 날 가능성이 크지는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국제선 전망도 밝지는 않다. 이미 대서양을 건너는 운항노선은 공급이 너무 많아 미국 항공사들이 일부를 국내선으로 돌리고 있는 실정이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이번 주 아시아 경기 둔화로 항공사의 영업환경도 악화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미국항공 운송협회 역시 지난 17일 위안화 약세로 미국 항공사들이 중국 운항노선을 줄일 것으로 전망했다.

주가도 내리막길이다. 아메리칸 에어라인(AA)그룹 주가는 올 들어 19% 하락했고 유나이티드컨티넨탈 홀딩스 주가는 12.5% 떨어졌다. 델타와 사우스웨스트항공 역시 각각 4%, 5% 밀렸다. 저가항공사 스프리트 에어라인은 17% 급락했다.

AA는 지난달 2분기 순이익 17억달러를 올려 사상 최대를 기록했고 자사주 매입규모도 40억달러로 두 배 확대하겠다고 밝혔지만 주가는 떨어졌다. 코리도어 애널리스트는 “항공주 주가가 2013년 두 배 올랐고 작년에 또 두 배 뛰었다”며 “재무구조 정비, 강력한 현금창출력, 부채 상환, 자사주 매입, 배당 등 모든 호재는 이미 주가에 반영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투자자들은 이제 우려하는 단계로 접어든 듯하다”며 “수요에 비해 항공업계가 너무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고 이로 인해 매출에 압력이 가해지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