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안혜신 기자
2013.11.29 17:23:47
[이데일리 안혜신 기자] 정부가 29일 다자간 협상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대해 공식적으로 관심을 표명했다. 사실상 TPP 참여를 선언한 셈이다. 미국에 일본까지 참여한 TPP는 최근 글로벌 자유무역협정(FTA) 물결 속에서 거스를 수 없는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 정부 역시 이러한 TPP의 중요성을 인정하고 더 늦기 전에 TPP 참여로 마음을 굳힌 것이다. 다만 TPP 참여시 농식품 부문 개방에 따른 피해 등을 이유로 한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는 점은 공식 참여를 선언하기까지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
정부가 TPP 참여로 마음을 굳힌 가장 큰 이유는 TPP의 무시할 수 없는 규모 때문이다. TPP는 미국·일본·캐나다·멕시코·호주·뉴질랜드·싱가포르·브루나이·베트남·말레이시아·칠레·페루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 12개국이 진행 중인 일종의 거대한 자유무역협정(FTA)이다.
지난 2005년 뉴질랜드, 싱가포르, 칠레, 브루나이 등 4개국의 참여로 시작했지만 2008년 미국이 참여하면서 판이 커졌다. 최근 들어 태국, 대만, 필리핀 등 참여의사를 밝히는 등 현재까지 참여한 12개국의 경제규모 총합만도 세계경제의 38%에 이를 정도다. 지난 2010년부터 지난 8월까지 총 19차례 공십협상을 진행했으며, 현재 연내 협상 타결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당초 우리나라는 한-미 FTA, 한-EU FTA를 성공적으로 체결하면서 TPP 참여를 크게 염두에 두지 않았다. 하지만 TPP 판이 예상보다 커지면서 상황이 변하기 시작했다. 어차피 FTA를 체결할 것이라면 주요국가, 특히 우리나라의 경쟁국인 일본이 포함돼 있는 TPP 참여를 망설일 이유가 없다는 의견이 힘을 얻기 시작한 것이다.
정부는 한국이 TPP에 참여·가입한다면 가입 후 5년에는 0.04~0.12%, 10년에는 2.5~2.6%의 추가 경제성장 효과가 있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게다가 TPP의 특성상 늦게 참여할수록 사전협상 과정에서 손해를 볼 수도 있다는 일부 전문가들의 의견을 정부가 적극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TPP 참여를 둘러싼 전문가들의 의견이 여전히 엇갈리고 있는데다 농산물 부문에 대한 피해에 따른 반대 여론 역시 만만치 않아 공식적으로 협상에 참여하겠다는 결정을 내리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특히 농산물 분야에 대한 피해가 불보듯 뻔하다는 것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역시 모두 공감하고 있다. TPP 참여국인 베트남, 칠레, 호주 등에서 농수산물이 저렴한 가격으로 수입되는 것 뿐만 아니라 미국의 추가적 농업 시장 개방을 요구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정인교 인하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미국이 소고기나 쌀 문제 등에서 추가 시장개방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TPP 참여에 대한 논리적 부분이 약하다”면서 “당장 우리 사회가 부담해야할 비용이 적지 않은데 다른나라가 다 참여한다는 이유로 TPP 참여를 서두르는 것은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미국과 중국의 팽팽한 힘겨루기 속 떠밀리듯 TPP 참여를 결정했다는 비난 역시 우리 정부가 해결해야 할 부분이다. 미국이 주도하는 TPP는 사실상 미국과 일본이 떠오르는 경제대국인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는 협정이다. 따라서 미국은 한국에 TPP참여를 꾸준히 요청했으며, 미국과의 동맹관계 강화를 위해서라도 우리 정부가 이를 외면하기는 쉽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이러한 논리에 밀려 TPP에 공식적으로 참여하게 될 경우 우리나라 최대 교역국인 중국과의 원활한 관계 유지 또한 정부가 앞으로 해결해야 할 숙제로 꼽힌다.
이러한 의견을 의식한 듯 이날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관심 표명이 TPP 참여 확정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언급,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TPP 최종 참여 여부는 참여국과의 사전 협의 결과와 분야별 심층 분석 결과, 의견 수렴 결과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추후 별도의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최종 결정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