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으로만 짓는 보금자리주택..87%가 미착공

by김동욱 기자
2012.06.07 17:07:26

43만7천가구 승인 불구 착공은 5만8천가구뿐
올해 5만4천가구 첫삽떠도 승인물량의 19%수준

이데일리신문 | 이 기사는 이데일리신문 2012년 06월 08일자 25면에 게재됐습니다.

[이데일리 김동욱 기자] 지난 3년간 보금자리주택 사업승인을 받은 43만7000가구 중 87%가 첫 삽도 뜨지 못한 미착공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올해도 거기에 15만 가구를 더 짓겠다고 발표했다.

정부가 매년 발표하는 보금자리주택 공급 물량은 착공이나 입주물량이 아닌 서류상의 분양승인 물량일 뿐이다. 집 없는 서민의 주거 안정을 위해 도입된 보금자리주택 정책이 정책 효과를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에는 이런 `말로만 공급한` 보금자리주택이 자리잡고 있다.

7일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2009~2011년 3년간 보금자리주택 사업승인 물량은 43만7000가구다. 정부가 지난 2008년 10년간 보금자리주택 150만가구를 공급하겠다는 발표에 따른 것이었다.

그러나 실제 착공된 물량은 5만8000가구(분양 3만6천·임대 2만2천가구)로 전체 승인 물량의 13%에 불과하다. 나머지 87%인 38만9000가구는 미착공 물량으로 남아 있다.

정부는 올해 보금자리주택 사업승인 물량으로 15만가구를 책정했다. 이 목표가 달성되면 4년간 총 58만7000가구가 보금자리주택 공급 물량으로 잡히는 셈이다. 그러나 올해 보금자리 착공 계획 물량은 5만4000가구에 그쳐 이 목표를 달성한다 해도 전체 착공 물량은 11만2000가구, 전체 사업승인 물량의 19%에 그친다.

통상 사업승인이 떨어진 뒤 착공까지 2~3년가량 시간이 걸리는 점을 고려해도 사업 진척이 대단히 느린 셈이다.



이경석 공공주택개발과장은 “보금자리주택이 도입되기 이전 지정됐던 국민임대 등 공공주택을 먼저 짓다 보니 조금 지연된 측면이 있다”며 “LH가 소화할 수 있는 최대 범위 내에서 보금자리 착공에 들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미 보금자리지구로 지정된 사업장 대부분도 보상문제를 둘러싼 주민과의 갈등, LH 재정난 등으로 사업승인이 지연되고 있어 말로만 짓는 보금자리주택조차 쉽게 공급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사업승인이 지연되면 착공 시기가 늦어지고 결과적으로 입주 시기 역시 뒤로 밀려 주택공급 효과는 떨어지게 된다.

변창흠 세종대 행정학과 교수는 “사업승인물량은 향후 공급될 물량은 나타낸 것이지 실제 공급물량은 아니다”며 “실제 공급물량이 저조하다 보니 전세난 등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올해 사업승인이 예정된 하남·감북지구(1만4400가구), 과천보금자리지구(3600가구) 등도 사업승인이 1년가량 지연된 곳들이다. 주민과의 갈등으로 사업 진행이 늦어졌기 때문이다. 이밖에 광명·시흥은 지난 2010년에 3차 보금자리지구로 지정됐지만 LH 재정난 등의 이유로 3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답보 상태에 빠져 있다.

정부는 올 하반기 내 추가로 수도권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 내 중규모 구역 1~2개 지구를 신규 지구로 지정할 방침이다. 이달 중으로는 지난해 말 보금자리 후보지로 발표한 서울신정4·오금지역은 지구 지정할 계획이다.

박상우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은 “올해 역시 부동산 경기 등 여러 변수가 많아 보금자리주택은 낙관적이지 않지만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올해 전체 주택착공물량은 40만~43만가구(공공 9만·민간 31~34만)로 지난해(42만4000가구)와 비슷할 것으로 예상했다. 입주물량은 35만2000가구로 지난해(33만9000가구)에 비해 소폭 줄어들 것으로 추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