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호한 금통위…환율, 장중 1330원 중반대 보합권[외환분석]

by이정윤 기자
2024.08.22 14:40:56

4명 인하 가능성에 장중 1339.5원 터치
금통위, 인하 신호 줬지만 시점 특정 안해
美9월 인하 기정사실에 달러 ‘연중 최저’
외국인 국내 증시서 1500억원대 순매도
1320원대서 차익실현에 1330원대지지
“오후 1330원대…잭슨홀서 빅컷 열어둘지 관심”

[이데일리 이정윤 기자] 원·달러 환율이 장중 1330원 중반대에서 보합권의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서 금리 인하에 대한 시그널은 줬지만 시점을 특정하지 않으면서 외환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진 못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2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2일 서울외국환중개에 따르면 이날 환율은 오후 2시 35분 기준 전 거래일 종가(1336.6원, 오후 3시 30분 기준)보다 1.55원 내린 1335.05원에서 거래되고 있다.

이날 환율은 역외 환율을 반영해 전 거래일 종가보다 3.0원 내린 1333.6원에 개장했다. 지난 15일 새벽 2시 마감가(1334.8원) 기준으로는 1.2원 하락했다. 개장가 부근에서 머무르던 환율은 오전 10시께부터 반등하기 시작했다. 금통위 기자회견 중인 11시 38분께 1339.5원까지 치솟으며 1340원선에 가까워졌다. 이후 큰 방향성 없는 금통위를 소화하며 환율은 다시 1330원 중반대의 보합권으로 내려와 움직이고 있다.

이날 장중 열린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는 연 3.5%로 만장일치 동결했다. 시장에선 금리 인하 소수의견이 등장할 것이란 기대가 어긋났다. 하지만 이 총재를 제외한 6명 중 4명의 위원이 향후 3개월 내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의견을 내면서 연내 인하에 대한 가능성이 커졌다. 다만 10월과 11월 올해 두 차례 금리 결정이 남아있는 가운데, 구체적 인하 시점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아 외환시장에 큰 방향성을 제시하진 못했다.

외국계은행 딜러는 “만장일치 금리를 동결했지만 한은은 이제 금리 인하 초읽기에 들어간 듯한 모습이었다. 이번 금통위에서 혼재된 시그널이 많아 외환시장에 영향력은 크지 않았다”며 “4명의 위원이 금리 인하 가능성을 내비친 부분에서 장중 환율이 1340원선까지 상승했다”고 해석했다.

간밤 미국의 연간 고용 수정치가 대폭 하향 조정되고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서 위원 대다수가 9월 금리 인하를 지지하면서 달러화는 약세를 지속하고 있다. 다만 아시아 장에서 소폭 상승했다. 달러인덱스는 이날 새벽 1시 35분 기준 101.21을 기록하고 있다. 연중 최저 수준이다.



달러 대비 아시아 통화는 비교적 강세다. 달러·엔 환율은 145엔대, 달러·위안 환율은 7.12위안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는 국내 증시에서 순매도하며 환율 상승을 지지하고 있다. 외국인은 코스피 시장에서 500억원대 코스닥 시장에서 1000억원대를 팔고 있다.

달러화 약세에도 불구하고 주 초반 환율 급락으로 인한 차익실현 매물이 나오면서 1330원대가 지지되는 모습이다.

외국계은행 딜러는 “달러 전체의 움직임과는 별개로 환율이 많이 빠져서 시장에선 이에 대한 차익실현 의지가 분명히 있는 것 같다”며 “일부 차익실현이 1320원부터 나와서 1330원대에서 지지력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오후부터 시장의 관심은 잭슨홀 미팅으로 넘어갈 것으로 보인다. 미국 고용 지표의 큰 폭 조정으로 인해 ‘빅 컷’(50bp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가 커진 가운데, 잭슨홀에서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강한 인하 신호를 보낼 것이란 기대감도 확산되고 있다.

외국계은행 딜러는 “오후에는 잭슨홀을 대기하는 장세가 되면서 1330원대에서 횡보할 것”이라며 “만약 파월이 잭슨홀에서 빅 컷을 열어둔다면 환율은 좀 더 아래로 하락할 수 있다. 다음 레벨은 1290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