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만 구제역에 '청정국 지위' 획득 불투명…수출길 확대 차질

by김은비 기자
2023.05.11 13:51:49

11일 충북 청주시 한우농장 3곳서 발생
2014년 청정국 지위 획득 2달 만에 잃어
올해 싱가포르 등 수출 200t 확대 차질

[세종=이데일리 김은비 기자] 국내에서 4년 만에 구제역이 발생하면서 우리나라의 구제역 백신접종 청정국 지위 획득이 불투명해졌다.

경기도 용인시의 한 축산농가에서 수의사가 소에게 구제역 백신접종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1일 농식품부와 축산업계 등에 따르면 이날 충북 청주시 한우농장 세 곳에서 구제역 발생이 확인됐다. 구제역은 소, 돼지, 양 등 발굽이 둘로 갈라진 동물(우제류)이 구제역 바이러스에 감염돼 발생하는 질병으로, 전염성이 강해 국내에선 제1종 가축전염병으로 지정돼 있다. 국내에서 구제역이 확인된 것은 2019년 1월 이후 4년 4개월 만이다.

농식품부는 앞서 구제역이 확인된 두 농장에서 사육 중인 소 360여 마리를 긴급행동지침(SOP) 등에 따라 살처분하는 한편 추가로 확인된 농장에서는 역학조사, 소독 등을 진행할 방침이다. 농장 간 전파를 막기 위해 이날 0시부터 13일 0시까지 전국 우제류(소, 돼지, 양 등 발굽이 둘로 갈라진 동물) 농장과 축산관계시설 종사자 및 차량에 대해 일시이동중지 명령을 내렸다.

이번 구제역 발생으로 당초 정부가 이달 획득할 것으로 예상했던 구제역 청정지역 지위 회복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지난 2020년부터 구제역이 발생하지 않자, 지난해 세계동물보건기구(WOAH)에 구제역 백신접종 청정국 지위 회복을 신청했다. 우리나라는 2014년 5월 구제역 청정국 지위를 얻었지만, 2달 만에 구제역이 발생하면서 지위를 잃었다. 이후 2017년, 2018년, 2019년 각각 구제역이 발생하면서 현재는 구제역 발생국으로 분류돼 있다.



구제역 발생국으로 분류돼 있을 경우 싱가포르 등 구제역이 발생하지 않은 국가에 소고기와 돼지고기를 수출하는데 제한이 있다. 구제역 청정국으로 인정받으려면 최소 2년 간 구제역이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 우리나라는 지난 2014년 5월 구제역 청정국 지위를 얻었으나, 같은 해 7월 구제역이 발생해 2개월 만에 지위를 잃었다.

정부는 올해 청정국 지위를 획득하면 한우 수출 물량을 200t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이는 지난해 44t의 5배 수준이다. 지난해의 경우 검역 문제로 인해 홍콩, 몽골 등에 수출하는 데 그쳤다. 다만 올해 첫 할랄 국가 처음으로 소고기 수출을 앞두고 있는 말레이시아의 경우 양국 정부간 검역 체결을 했기 때문에 이번 구제역 발생과 무관하게 수출을 진행할 것이라는 게 농식품부 측 설명이다.

또 구제역이 더 확산할 경우 전국 축산농장 방역이 강화돼 유통에 일시적으로 자칠이 생겨, 소고기와 돼지고기 가격이 일시적으로 오를 수 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에 농식품부 관계자는 “3월 기준 소 항체형성률은 97%로 구제역이 크게 확산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본다”며 “농가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방역에 총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