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딸 사랑해, 오늘 시장님이랑 골프쳤어"…檢 '김문기 영상' 증거제출

by이배운 기자
2023.03.03 18:41:49

이재명 허위사실공표 혐의 첫 공판
檢, 김문기 영상통화 12편 증거제출
이재명-유동규 관계 입증에도 초점

[이데일리 이배운 기자] 고(故)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이 2015년 1월 이재명 성남시장과 동행한 호주출장에서 자녀에게 “오늘 (이재명)시장님 (유동규)본부장님하고 골프쳤다 너무 재미있었어”라고 말한 영상통화 내용이 검찰 측 증거로 제출됐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첫 공판에 피고인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검찰은 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부장판사 강규태) 심리로 열린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허위사실 공표) 혐의 첫 공판에서 이 대표와 김 전 처장의 관계를 입증할 증거를 공개했다.

이 대표는 재작년 12월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당시 대장동 개발 사업에 관여한 김 전 처장을 “하위직원이어서 시장 재직 때는 몰랐다”고 발언해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이 대표가 변호사 시절부터 김 전 처장과 교류했으며, 대선에 당선될 목적으로 김 전 처장과의 관계를 부인했다고 보고 있다.

이날 검찰이 제출한 증거에 따르면 이 대표는 2015년 9박 11일간의 호주·뉴질랜드 출장에서 김 전 처장과 동행하고 여러 장의 기념사진을 함께 찍었다. 출장자가 총 11명에 불과했기 때문에 김 전 처장을 모를 수 없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검찰은 이 대표와 김 전 처장의 관계를 뒷받침하는 증거로 당시 김 전 처장이 가족과 나눈 영상통화 영상 12편을 공개했다. 김 전 처장은 자신의 딸에게 “여기는 호주 멜버른 전통시장인데 장난감 사러왔어” “오늘 시장님 본부장님하고 골프 쳤어” “아빠는 오늘 바다낚시 왔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김문기는 출장 동안 그날 있던 일을 바탕으로 가족들에게 근황과 안부를 전하기 위해 매일 영상을 보냈다”며 “피고인(이재명), 유동규와 골프 친 내용이 확인되고 바다낚시 갔다는 내용도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또 “출장 당시 김문기는 피고인과 함께 손을 붙잡고 투샷으로 사진 찍은 모습, 함께 식사하는 모습, 일정 소화 시 피고인 옆이나 뒤에서 근접해 따라다니는 모습 다수 촬영됐다”며 “대부분 김문기가 피고인 뒤편이나 맞은편에서 일정 수행한 모습이 촬영됐다”고 부연했다.

검찰은 당시 출장에 동행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이 대표와의 관계에도 초점을 맞췄다. 검찰은 “유동규와 피고인의 투샷사진, 트램에서 나란히 앉아 대화하는 모습, 근접 수행하며 대화하는 모습, 만찬 중 대화하는 모습 등 피고인과 유동규가 다른 동반자와 구별되는 관계임을 알 수 있는 다수 사진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재작년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이 본격화되자 당시 대권주자였던 이 대표는 대장동 비리 주범으로 지목된 유 전 본부장에 대해 “그는 측근 그룹에 끼지 못한다”며 측근 설을 강하게 부인한 바 있다.

지난해 10월 구속 기한 만료로 출소한 유 전 본부장은 “이 세계에는 의리 그런 게 없더라”며 이 대표에 대한 실망감을 토로하고 검찰 수사에 협조하겠단 뜻을 밝혔다. 실제로 유 전 본부장은 검찰 조사에서 이 대표와 김 전 처장이 함께 골프를 쳤던 상황과 장소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 대표 측은 이날 “어떤 사람을 몇 번 이상 보면 안다고 해야 하는지, 어떤 기준인지 모르겠다”며 “어떤 사람을 아는지 여부는 경험한 내용과 횟수로만 증명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이 성남시장일 때 해외 출장을 16차례 갔고 한 번에 10여명이 함께 갔는데 이 가운데 한 출장에 같이 간 직원을 기억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항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