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이지현 기자
2015.03.12 12:03:14
고용부 노동연구원 ‘단체협약 실태조사’ 결과
자녀 또는 배우자 우선 채용 조항 전체 30% 달해
정리해고·합병·휴·폐업 시 노조 동의·합의는 10%
통상임금 범위 규정 있는 단협은 24% 그쳐
연봉제 규정 5% 성광 연봉제는 1.1%에 불과
[이데일리 이지현 기자]A사는 업무상 상병을 얻거나 장해를 입어 불가피하게 퇴직한 직원과 정년퇴직자의 자녀가 입사를 희망할 경우 채용기준에 적합하면 우선 채용하는 규정을 노사단체협약(단협)에 두고 있다. B사는 정년퇴직자 및 해고·감원된 직원의 요구가 있을 경우 피부양 가족을 우선채용하고, 퇴직 직원 자녀가 입사시험을 치룰 경우에는 면접시 5%의 가산점을 부여한다. C사는 56세 정년을 채워 퇴직한 직원 자녀는 우선 채용한다.
노동조합이 있는 국내 기업 10곳 중 3곳은 노조원 자녀나 배우자에 대한 일자리 세습 조항을 단체협약에 포함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선시대 공신의 자손이나 친척이 과거를 치루지 않고도 벼슬길에 나설 수 있던 ‘음서제’의 현대판이나 다름없다는 비난이 나온다.
고용노동부와 한국노동연구원이 12일 공개한 2013년 기준 727곳의 단체협약 현황에 따르면 조사대상 단협중 30%(221개소)가 정년퇴직자 등의 배우자, 직계자녀에 대한 우선채용 및 특별채용 규정을 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무상 질병·사고 퇴직자 가족(155개소)이나 사망자 기족(71개소)을 우선채용하는 경우가 총 226개소로 가장 많았다. 업무상 사망 또는 1∼6등급 장애를 입은 근로자 가족을 특별채용하도록 규정한 곳은 20곳으로 조사됐다.
그 외 △정년퇴직자 가족(133개소) △업무 외 질병·사고 사망자 가족(22개소) △정리해고자 가족(23개소) △조합원 또는 장기근속자 가족(13개소) 등을 우선채용하도록 규정한 곳도 191개소나 됐다.
권영순 고용부 노동정책실장은 “조합원 가족 우선채용 등 과도한 근로조건 보호로 사회통념상 합리성을 결여하거나 지나친 인사·경영권의 제약으로 인력운용의 경직성을 담고 있는 규정은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대차(005380)는 단협에 직원 자녀 우선 채용 조항을 넣었다가 사회적 공분을 사 법원까지 간 끝에 사회 질서를 반하는 약정이라는 이유로 무효 판결을 받기도 했다. 특별채용 조항이 청년들의 취업 기회를 제한하고 일자리 시장을 왜곡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같은 일자리 세습조항이 상당수 기업에서는 사실상 사문화된 유명무실한 규정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노동연구원 관계자는 “직계가족의 고용을 강제하는 단협은 거의 없고 대부분이 ‘우선 채용 할 수 있다’, ‘고려할 수 있다’ 정도로 완화된 표현을 사용했다”며 “대기업 계열사 노조들은 한 곳의 단협 내용을 그대로 차용해 활용하는 경우가 많아 실제로 현장에 적용되지 여부는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조사에서는 경영상 이유에 의한 정리해고 때 노조 동의(합의)를 구하도록 한 경우는 125곳(17.2%), 협의는 164곳(22.6%)으로 조사됐다. 기업의 분할, 합병, 양도, 휴·폐업 등 기업변동 때 노조의 동의(합의) 규정을 둔 사업장은 79곳(10.9%), 협의는 145곳(19.9%)이었다.
통상임금의 범위에 대한 규정이 있는 경우는 174곳(23.9%)이었다. 통상임금에 포함되는 항목은 기본급 외에 통상수당(174곳, 9.0%), 고정상여금, 연장근로수당, 노사가 합의하는 임금 등인 것으로 나타났다. 연봉제 규정을 두고 있는 경우는 36곳(5.0%)이며 이 중 능력, 성과, 업적 등의 평가를 통해 연봉을 결정하는 사업장은 8곳(1.1%)이었다.
주당 소정근로시간을 규정하고 있는 경우는 86.4%(628곳)이고, 실 근로시간 이외에 근로시간에 포함되는 시간에 대한 규정이 있는 경우는 29.0%(214곳)이다. 단체협약에 정년을 정한 사업장은 591곳(72.0%)이고, 이 가운데 60세 이상으로 정한 경우는 140곳(19.0%)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