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國, 80년대부터 해커부대 대거양성

by조선일보 기자
2004.07.13 20:26:32

국익 좌우하는 중요정보·산업기밀 빼내
기술 쉬워지고 연령 넓어져 적발 힘들어

[조선일보 제공] 70년대 아마추어 프로그래머의 호기심에 의해 시작된 해킹 등 사이버 공격이 세계화와 더불어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세계 문제로 비화되고 있다. 해커란 본래 컴퓨터 전문가를 통칭하는 단어. 애플컴퓨터의 스티브 잡스,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 등도 한때 ‘해커’로 불릴 정도로 아마추어 프로그래머들의 애칭이었다. 그러나 80년대 초부터 각종 전산망에 침투, 정보를 조작하거나 삭제하는 전문적인 컴퓨터 사용자를 지칭하는 의미로 바뀌었다. 초창기 해커들은 대부분 난공불락으로 알려진 전산망을 뚫어 자신의 침투 흔적을 남기는 식으로 활동했다. 예를 들어 지난 96년 KAIST와 포항공대 해커 동아리들은 ‘사과 전쟁’이라는 이름으로 상대 학교 컴퓨터를 파괴하는 해킹 전쟁을 벌이다가 수사기관에 적발되기도 했다. 그러나 일부가 전산망에 몰래 침입해 악의적으로 내부 정보를 파괴하거나 빼내는 ‘크래커(cracker)’로 변질되면서 해커가 사회적 관심의 대상으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또 방위산업체 전산망에 침투해 군사비밀에 해당하는 각종 정보를 타국에 넘기는 해커도 있다. 산업기밀을 전문적으로 빼내 파는 해커도 등장하고 있다. 더 심각한 것은 이 같은 해커 층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는 것. 초창기 해킹에는 운영체제 및 네트워크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했다. 해커들도 해킹에 대해 범죄 의식을 잘 갖지 않는 10대 후반, 20대 초반의 대학생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현재는 해킹 전력이 있는 해커가 직장인으로 진출해 다시 범죄를 저지르기도 하고, 아예 어린 중학생이 해킹을 하기도 한다. 지난해 고객 정보를 해킹해 사이버 머니를 가로챈 한 게임업체 직원은 98년 중학교 2학년 때 바이러스를 유포했다가 불구속 입건됐다. 2000년대 초에는 해커를 막아야 할 보안업체 직원들이 해킹을 시도했다가 적발되기도 했다. 이번 해킹 피해의 진원지를 밝혀내기 쉽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다. 이번에 국가전산망에 침투한 해킹 프로그램은 트로이목마 프로그램인 ‘변조 peep’. 핍 프로그램을 제작한 대만의 해커 왕핑안(30)은 이미 체포됐다. 그러나 이 프로그램을 복제, 변조해 배포하는 해커들은 세계 각지에 흩어져 있을 것으로 추산되며, 숫자는 추산조차 어렵다. 해킹에 필요한 기술이 비교적 쉬워진 것도 해커를 적발하는 데 어려움을 주고 있다. 이번 해킹 피해를 일으킨 변조 핍 프로그램은 사용자가 해당 파일을 실행해야 정보가 유출되는 수동형 컴퓨터 바이러스. 제작과 전파가 간편하며, 제작법 등도 불법 인터넷 사이트에서 쉽게 구할 수 있다. 황소연 인젠 해커팀장은 “연령 등 다양한 측면에서 해커들의 층이 넓어지는 추세”라며 “보안 패치 프로그램을 수시로 업데이트하고, 불법 사이트 접속 및 파일공유서비스 사용을 자제하는 등 사용자들의 주의가 불어나는 해킹 피해를 막는 가장 기본적이고 강력한 대책”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