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 탈 쓴 악마… 미성년자 73명 성 착취하고 반성문 20장 제출
by송혜수 기자
2023.03.03 18:40:34
[이데일리 송혜수 기자] 채팅 앱으로 어린 청소년들에게 접근해 약 4년간 성 착취를 일삼은 전 육군 장교에게 검찰이 중형을 구형했다.
3일 춘천지법 형사2부(이영진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상 성 착취물 제작·배포 등 혐의 사건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A(25)씨에게 징역 20년을 내려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아울러 성폭력치료프로그램 이수 명령, 신상정보 공개 및 고지 명령,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등에 취업제한 10년 처분도 함께 내려달라고 했다.
앞서 A씨는 2018년 9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아동·청소년 피해자 73명을 상대로 성 착취물을 제작한 혐의를 받는다. 그는 피해자 5명의 성 착취물을 소지하고 이를 빌미로 3명을 협박했다. 또 16세 미만 피해자 2명에게는 성폭행을 저질러 의제유사강간죄와 의제강제추행죄도 더해졌다.
A씨는 채팅 앱을 통해 피해자들에게 접근, 사진을 보내주면 그 대가로 돈을 주며 호감을 산 뒤 점점 노출 수위가 높은 사진과 영상을 요구하는 수법으로 범행했다. 조사 결과 A씨는 입대 전 ‘일탈계’(자신의 신체 일부를 온라인에 노출하는 것) 회원으로 활동하며 성적 행위에 대한 욕망을 드러내기도 했다.
다만 자신을 향한 수사망이 좁혀오자 A씨는 개인용 클라우드 계정을 삭제했다. 하지만 경찰은 A씨의 휴대전화와 외장하드에서 성 착취물 1000여개를 발견했다. 이후 A씨는 자신의 혐의를 모두 인정하고 재판부에 20여차례 반성문을 제출했다.
| 지난해 12월 23일 오후 강원 춘천시 춘천지방법원 정문 앞에서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와 강원도여성권익증진상담소시설협의회 회원 등이 어린 청소년들에게 접근해 성 착취를 일삼은 혐의로 기소된 현역 육군 장교에 대한 엄벌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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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사건이 알려지면서 재판부에는 A씨에 대한 엄벌을 촉구하는 탄원서 약 100통이 들어왔다. 특히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와 강원도여성권익증진상담소시설협의회는 지난해 12월 23일 춘천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A씨를 엄중히 처벌해달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범행이 이뤄지던 시기는 텔레그램 n번방 성착취사건으로 주도자인 박사 조주빈과 갓갓 문형욱이 재판을 받으며 전국적으로 공분했던 시기”라며 “가해자는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범행을 이어 갔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 사회는 더 이상 이러한 성 착취 범죄를 용인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어야 한다. 성 착취 범죄의 가해자는 반드시 검거되고, 처벌받는다는 것을 명확히 해야 한다”라며 “다시는 이런 참담한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국가는 디지털 성범죄에 있어 사후 삭제지원보다 선제적으로 유통소비를 차단할 수 있는 다양한 대응책을 모색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A씨에 대한 선고 공판은 오는 4월 21일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