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랭한 정국 돌파구될까‥3자회담 카드 대두(종합)

by김정남 기자
2013.08.05 18:19:30

[이데일리 김정남 정다슬 기자] 꼬일대로 꼬인 정국에 한가닥 불씨가 될 수 있을까.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가 5일 박근혜 대통령과 여야대표가 함께 만나는 3자회담을 전격 제안했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가 제안한 박 대통령과의 영수회담에 대해 청와대가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는 가운데 ‘담판’으로 난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이라는 점에서 정국 돌파구의 단초가 될 지 관심이 모아진다.

황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김한길 민주당 대표에게 박 대통령과 여야 대표가 함께 만나는 3자회담을 제안했다. 그는 “국정조사를 비롯한 대부분 문제는 국회의 일이지만, 국정현안을 일거에 해결하는데 도움이 된다면 야당의 요구를 긍정적으로 받아서 존중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황 대표의 3자회담 제안은 9월 정기국회를 목전에 두고 여야 모두 ‘치킨게임’ 양상으로 치닫고 있는 상황에서 돌파구 마련이 필요하다는 취지에서 마련된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장외투쟁에 나선 민주당이 국회로 돌아올 수 있는 명분을 여당에서 먼저 제시해야 한다는 계산법도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황 대표는 “격식상 형식상 당 대표 회담을 해야한다는 게 당내 대부분의 입장이지만, 물꼬를 튼다는 입장에서 (3자회담을) 그렇게 얘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통령과 여야대표가 함께 만나는 ‘3자회담’은 새정부 출범 이후 몇 차례 추진됐으나 무산됐고, 따라서 박근혜 대통령과 김 대표와의 회동도 아직 없었다. 이 때문에 3자회담을 통해 민주당이 수용할 수 있는 명분이 마련된다면 꼬인 정국을 해결하는 돌파구가 될 수 있다는 게 정치권의 관측이다.

청와대의 반응도 부정적이지 않다. 김 대표의 영수회담 제안에 꿈쩍도 않던 청와대는 이날 황 대표의 제안 직후 이정현 홍보수석은 “제안이 있었으니 여러가지 정황을 살펴본 후 검토하겠다”고 화답했다.

민주당의 반응도 나쁘지 않다. 김 대표는 황 대표의 제안에 대해 “청와대의 공식제안이 있다면 정국상황이 엄중한 만큼 형식과 의전에 매이지 않겠다”고 말했다고 김관영 민주당 수석대변인이 전했다.



다만 최근 몇달새 여야가 파놓은 정쟁의 수렁은 너무 깊다는 점이 관건이다. 여야는 이날 오후 2시 국회에서 열린 국정원 기관보고에서도 현격한 입장차를 드러냈다. 여야간 갈등 탓에 파행과 중단을 반복하면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했던 국정조사가 국정원 기관보고에서 폭발한 듯 했다. 때문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국정원 국정조사를 비롯한 추후 국정현안도 쉽사리 풀리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민주당 소속인 신기남 국정조사특위 위원장이 국정원 기관보고 모두 발언에서 “한국의 국정원은 정치적 앞잡이가 돼 당파적 분열을 키우는데 권력을 이용하고 있다”는 내용의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의 기사를 인용하자 새누리당 특위위원들은 즉각 반발했다. 국정조사특위 여당 간사인 권성동 의원은 “마치 검찰의 기소내용이 확정된 것을 전제로 말씀하신 부분과 대선개입에 대한 의혹인 것처럼 표현한 부분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시한다”면서 거세게 항의했다.

새누리당은 또 이번 국정원 국정조사를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사생아”(김태흠 의원)라고 규정하며, “반드시 지켜야 할 옥동자”라는 민주당측 주장에 정면으로 맞서기도 했다.

민주당도 물러서지 않았다. 국정조사특위 야당 간사인 정청래 의원은 “만약 미국 CIA에서 불법적으로 대선에 개입하고 FBI에서 허위수사를 발표하면서 대선을 왜곡했다면 과연 미국 대통령이 견딜 수 있었겠나”라며 비판했다.

이날 국정원은 국가 정보기관으로서는 처음 국회 국정조사의 장에 서게 됐다. 남재준 국정원장은 이날 국정조사 기관보고에서 인사말을 통해 “국정원 수장으로서 지난 대선 때 진위를 떠나 국정원 직원이 연루된 사건으로 국민에 심려를 끼쳐드려 송구스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