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찾아온 KAIST 비극…서남표 총장의 선택은

by뉴시스 기자
2012.04.17 21:15:29

[뉴시스 제공] KAIST에서 또다시 학생이 투신자살했다.

지난해 1월 로봇영재의 죽음을 시작으로 4개월만에 4명의 학생과 한명의 교수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지 일년여 만에 또다시 수재가 막다른 선택을 했다.

천재들의 잇단 자살에 KAIST는 패닉상태다. 지난해부터 불거진 구성원의 자살사건으로 커다란 상처를 입고 내부적으로 격렬한 대립을 보이고 있는 KAIST는 채 상처가 아물기도 전에 또다시 격랑에 휩싸이게 됐다.

◇ 지난해 1월부터 학생·교수 등 6명 숨져…또 찾아온 자살 악몽

지난해 잇단 학생과 교수의 자살사건으로 파장을 몰고 왔던 KAIST에서 또다시 학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17일 오전 5시40분께 KAIST 기숙사에서 이 대학 학생 A(22)씨가 기숙사 앞 잔디밭에 추락해 숨져 있는 것을 이 곳을 지나던 학생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이 대학 전산학과 4학년생인 A씨는 유서형식의 메모를 남기고 기숙사 15층에서 뛰어내린 것으로 추정된다.

'미안하다. 먼저간다'는 룸메이트 앞으로 남긴 유서와 함께 장래에 대한 불안감이 담긴 부모 앞으로 보낸 또다른 메모 등 모두 2장의 메모가 발견됐다.

A씨는 전라도 지역 출신으로 과학고를 졸업한 뒤 KAIST에 진학, 군대를 다녀와 지난 2월 복학했으며 학업 성적도 우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달 초 학교측에서 전교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심리검사에서도 우을증 증세 등이 발견되지 않아 학교에서도 별다른 관리가 없었다.

경찰은 유족과 동료 등을 상대로 정확한 사인을 조사 중이며 학교측도 사고경위를 조사키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기숙사에서 메모도 발견됐고 외상 등 타살혐의도 없다"면서 "스스로 기숙사 건물에서 뛰어내린 것으로 추정하고 있고 사인에 대한 정황을 확인하기 위해 신변 조사를 진행 중이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지난해 1월 8일 공고 출신 '로봇영재' B(20)씨의 자살을 시작으로 4개월 동안 4명의 학부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같은 해 4월 10일에는 교육과학기술부로부터 종합감사를 받던 교수(54)씨가 관사서 숨 채 발견되는 등 지난해에만 학생과 교수 등 5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 천재들의 자살로 촉발된 갈등, 서남표호 어디로 가나

천재들의 잇단 자살 악몽 재현에 KAIST는 큰 충격에 빠졌다.



학교측은 물론이고 서남표 총장과 칼을 맞대고 있는 일부 교수협의회원과 학생들도 패닉상태다.

서 총장은 자살사건이 알려진 이날 오후 긴급상황점검회의를 소집하고 유가족과 학교 구성원들에 애도의 뜻을 표한 뒤 사태수습을 위해 비상대책팀 가동을 지시했다.

하지만 학생과 교수, 시민들의 충격 속에 학교를 바라보는 시선이 따갑다.

지난해 연이은 학생과 교수들의 자살로 학교측에서 다양한 대책을 내놨으나 이번 사태로 실효성에 의문을 받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학교측은 학생들의 자살방지를 위해 학과별 교수와 학생들간의 대화시간을 정례화 했고 상담센터를 설치해이 곳에서 자살대응 매뉴얼을 배포하고 24시간 상담과 학과별 교육 등도 실시해 왔다.

학교 정책에 대한 비판을 의식해서 전면 영업수업제는 일부 교양과목의 영어수업을 제외시키는 등 완화했고 차등 수업료제도 사실상 폐지했다.

특히 이달 초에는 전 교생을 대상으로 심리검사를 실시해 우을증세가 높은 학생들을 선정, 개별 상담 등 별도로 관리해왔으나 자살을 막지 못했고 A씨는 관리대상도 아니였다.

이로 학교측의 자살방지대책에 대한 전면적인 손질이 필요하게 됐다. 그동안 '학교는 뭐했나'라는 비난의 화살을 피하기 어렵게 됐기에 학교측은 특단의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또 위기에 몰린 서남표 총장의 퇴진론도 가속화될 전망이다.

학생들의 잇단 자살을 서남표 총장의 교육정책에서 원인을 찾는 것은 위험하다는 지적도 있고 사실 경찰도 학생들의 잇따른 자살원인에 대해 학교 수업과 교육정책이 아닌 개인적 신변상의 문제로 분석했었다.

하지만 학생과 교수의 잇따른 자살로 지난해 도마위에 오른 서 총장의 교육정책, 리더쉽의 상처는 결국 용퇴설로 이어졌고 교수협의회과 극한 대치상태를 보여왔다.

이번 수재의 또다른 비극은 서 총장과 칼끝을 맞대고 있는 교수협의회 측으로 여론의 무게중심을 이동시켜 벼랑 끝으로 서 총장을 몰면서 결단을 촉구하는 압박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학생·교수의 잇단 비보를 서 총장의 교육철학과 방침에서 직접적으로 사유를 찾을 수는 없지만 학교의 수장으로 대내외적 책임에 직면해 있고 이미 서 총장에 비난의 화살을 돌리려는 움직임은 오래전에 시작작돼 지휘력에 상처를 입은 서 총장은 사면초가에 놓인 상태다.

교수협 관계자는 "그런 (자살)선택의 과정에서는 어려가지가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것이다"며 "이유는 알지 못하지만 학생들에 압력을 주는 무거운 것들이 학교에 어느 정도 있었던 것을 우리가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학교는 이날 교학부총장을 중심으로 비상대책팀을 구성, 자살원인 파악과 향후 대책수립 등을 강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