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러·보톡스’ 무면허 시술로 수억 챙긴 베트남인 등 검거(종합)

by황병서 기자
2024.08.01 13:00:00

뷰티샵 운영 베트남인 등 7명, 보톡스 등 불법 성형 시술 혐의
무허가 업체 대표 등 44명, 의약품 불법 유통…94억 상당 가로채
수출 목적 의약품 ‘사각지대’…경찰 “관리체계 개선 필요”

[이데일리 황병서 기자] 서울 강북구 등지에서 의사 면허 없이 필러와 보톡스 등 불법 시술을 해 수억원 상당의 돈을 챙긴 베트남인 등 51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1일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국제범죄수사1계는 무면허 의료 및 의약품 불법 유통 행위를 한 일당 51명을 검거했다고 밝혔다. 이 중 베트남인 A(33·여)씨 등 7명은 보건범죄단속법 위반 등의 혐의로, 외국인 2명을 포함한 한국인 B(47)씨 등 44명은 약사법 위반 등 혐의로 붙잡혔다. 장보은 국제범죄수사1계장은 “A씨는 올해 6월 2심 판결에서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강제 추방됐다”면서 “나머지 피의자들은 일괄적으로 송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국제결혼으로 한국에 온 이주여성인 A씨 등 7명은 2020년 2월부터 2023년 10월까지 서울 강북구의 한 빌라에서 ‘ㅇㅇ스파’라는 상호로 뷰티샵을 운영하면서 회당 15만~20만원 상당을 받고 보톡스 등 불법 성형시술을 한 혐의를 받는다. 수강생을 모집해 성형 시술도 가르치며 수억원을 챙긴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나머지 6명은 A씨의 수강생이었던 것으로 확인됐으며, 이들은 수도권 일대 등지에서 불법 성형시술을 해온 것으로 파악됐다.

의약품 판매 자격이 없었던 B(47·남)씨는 2022년 5월부터 지난 4월까지 의약품 도매상 11곳 등으로부터 94억원 상당의 의약품을 구매한 후 불법 유통한 혐의를 받는다. 도매상·무허가 업체 대표 C(51·남)씨 등은 이 기간 B씨에게 의약품을 공급해주거나, B씨에게 구매한 의약품을 재판매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이들이 수출 목적의 의약품 취급 등에 별도의 규제가 없는 점을 악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의약품의 국내 판매는 약사법상 자격이 제한돼 있다. 허가받은 판매업자의 경우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의약품관리종합센터(KPIS)에 판매 내역을 입력해야 한다. 하지만 수출 목적으로 의약품을 취급하는 단계에서는 의약품이 어떤 과정을 거쳐 유통되는지, 실제 수출이 되는지 등에 대한 관리체계가 없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장 계장은 “약사법상 의약품의 관련된 자격 제한은 국내 유통에만 제한돼 있다”면서 “해외 수출의 경우 아무런 제한 규정이 없으며 무허가 업체들이 해외에 수출할 것처럼 가장해서 국내 불법 유통하는 사례가 다수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경찰은 지난해 8월 외국인 무면허 의료업자들이 불법 유통되는 의약품을 이용해 성형시술을 하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B씨 사무실에서 보톡스, 주름개선제, 마취 크림 등 총 24개 품목 7561개의 의약품을 압수했다.

경찰 관계자는 “국민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의약품 오·남용 및 불법 시술로 인한 의료사고 등을 예방하기 위해 의약품 불법유통 행위에 대한 지속적인 단속활동을 전개할 예정”이라면서 “의약품 불법 유통에 대해 경각심을 가지는 한편 불법행위 발견 시 적극적으로 신고해주시기를 당부드린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