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AI 데이터센터에 4조원 투자…MS, 미일 정상회담 앞두고 통큰 선물

by양지윤 기자
2024.04.10 22:50:27

MS, 日 AI 데이터센터 구축에 4조원 투자
대일 투자액, 역대 최대 규모
기시다 방미 맞춰 선물 보따리
안보 협력도 강화 전망

[이데일리 양지윤 기자]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가 인공지능(AI) 기반을 강화하기 위해 일본 데이터센터에 약 4조원을 투자한다. MS의 대일 투자액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대규모 투자 선물 보따리를 풀었다. MS의 통 큰 투자를 촉매로 미일의 AI 기술 협력 관계가 한층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부인 질 여사가 9일(현지시각) 백악관에 도착한 기시다 후미오 총리 부부와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사진=AP/뉴시스)
9일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에 따르면 MS는 일본에 2년 간 29억달러(약 4조원)을 투자해 첨단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한다.

MS는 일본 동부와 서부에 위치한 기존 데이터센터에 대량 연산을 병렬로 수행할 수 있는 최첨단 그래픽저장장치(GPU)를 추가해 통합센터를 구축할 계획이다. AI 개발이나 운용에 적합하도록 정밀도를 향상시키겠다는 목표다.

MS가 데이터센터 시설 확충에 나선 것은 최근 급증 추세인 생성형 AI 수요를 충족하기 위한 목적이다. 지난 2022년 챗GPT가 출시된 이후 세계적으로 생성 AI 열풍이 불었고, 연산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데이터센터 건설이 잇따르고 있다.

MS의 자회사인 MS 리서치 아시아(MSRA)도 도쿄에 연구거점을 설립한다. 일본이 강점을 가진 로봇 공학 분야의 연구에 AI를 활용할 계획이다. 도쿄대학교와 게이오기주쿠대학, 미 카네기멜론대학가 진행 중인 연구에 각각 5년간 15억엔(133억원)의 연구비를 지원할 방침이다.



MS가 일본에 대규모 투자를 결정하게 된 배경은 반도체 산업 부활을 위한 일본 정부의 강력한 지원 아래 대만 TSMC, 미국 마이크론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이 대일 투자를 확대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TSMC는 200억달러를 들여 소니그룹 등 일본 현지기업과 구마모토에 2개 공장을 지을 계획이다. 이들 공장에선 첨단 AI 반도체가 생산될 예정이다. 엔비디아의 최신 제품 대부분이 TSMC 공장에서 생산되는 만큼 MS는 일본 내 데이터센터 운용을 위한 AI 칩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길이 열린 셈이다. 미국과 일본 정부가 일본에 연구·개발(R&D) 거점을 구축하기로 합의한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파악된다.

특히 MS의 통 큰 투자 계획은 기시다 총리의 방미에 맞춰 푼 선물 보따리 중 하나다. MS의 투자를 계기로 미일은 AI 기술 협력을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기시다 총리는 방미 첫날인 9일 미국상공회의소에서 브래드 스미스 MS 부회장과 만나 AI와 사이버보안 분야에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기시다 총리는 “MS가 다양한 노력을 통해 일본 내 생성형 AI 사회적 구현에 크게 기여했다”며 “앞으로도 협력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스미스 MS부회장도 “디지털 인프라, AI 기술, 사이버 보안 과 AI 연구에 대한 투자는 일본이 강력한 AI 경제를 구축하는 데 필수적인 요소가 될 것”이라며 “일본과 협력을 더욱 강화하고 싶다”고 했다.

앞서 미국·영국·호주 안보 동맹인 ‘오커스(AUKUS)’는 8일 일본과 ‘필러2’ 협력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2021년 9월 출범한 오커스는 미국이 호주에 핵 추진 잠수함 기술을 제공하는 ‘필러(Pillar·기둥) 1’과 AI 등 첨단 기술을 공동 개발하는 ‘필러 2’로 구성돼 있으며, 기시다 총리 방미 전 일본과의 협력 가능성이 대두됐다.

일본 총리의 미국 국빈 방문은 2015년 5월 아베 신조 전 총리 이후 9년 만이다. 국빈은 외국 국가원수에 대한 최고 예우 등급으로, 안보나 경제 분야에서 중요한 국가들과 우호 관계를 강조하기 위한 목적으로 초청한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후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해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앤서니 알바니즈 호주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등 총 5명을 국빈으로 초청했다. 마크롱 대통령을 제외하면 모두 중국과 마주하고 있는 국가의 원수들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다섯 번째로 기시다 총리를 국빈으로 초청한 것도 오는 11월 미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일본과 경제·안보 관계가 굳건하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의도라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