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에너지 효율 2027년까지 25% 높인다…기업 자발협약 유도

by김형욱 기자
2022.06.23 14:43:31

30개 에너지 다소비기업 'KEEP 30' 협약…정책 지원
한전 등에 효율향상 의무…전기차 등급제도 도입

[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정부가 국가 전체 에너지 효율을 5년 후인 2027년까지 25% 개선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2030년 탄소배출량을 2018년보다 40% 줄인다는 2030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달성을 위해선 저탄소 에너지원 사용 확대와 함께 에너지 소비를 획기적으로 줄이는 게 필수라는 판단이다.

정부는 이를 위해 에너지 다소비기업의 자발적 협약을 유도하고, 한국전력공사(015760) 등에 에너지공급자 효율향상제도(EERS) 의무를 부여한다. 또 전기차에 등급제를 도입하고, 주택용 계절·시간대별 요금제 도입도 추진한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23일 서울 더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제25차 에너지위원회에서 ‘시장원리 기반 에너지 수요효율화 종합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산업부)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이창양 산업부 장관은 23일 서울 더플라자 호텔에서 제25차 에너지위원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시장원리 기반 에너지 수요효율화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5월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첫 에너지위 개최로 산업부 외 기획재정부·외교부·환경부 등 관련부처 관계자가 참여했다.

정부는 이 자리에서 산업과 가정·건물, 수송 등 3대 부문 수요효율화를 통해 앞으로 5년 후 에너지사용량을 현 예측지보다 2200만TOE(석유환산톤) 줄이기로 했다. 올해 국가 에너지 사용량은 2억2810만TOE이고 현 추세라면 2017년 사용량은 2억4160만TOE가 되는데, 이를 2억1960만TEO까지 끌어내리겠다는 것이다. 5년 후 전망치 대비론 9.1%, 올해 대비론 3.7% 낮은 수치다.

산업 부문에는 1580만TOE(71.8%), 건물 부문에는 370만TOE(16.9%), 수송 부문엔 250만TOE(11.4%)의 절감 목표를 각각 부여했다. 또 동일 부가가치 창출에 필요한 에너지사용량을 뜻하는 에너지원단위를 25% 낮춰 주요 7개국(G7) 평균 수준에는 이른다는 목표를 세웠다.

제조업이 발달한 우리나라는 적은 인구에도 세계 10위의 에너지 다소비국이다. 국가 전체 에너지 사용량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치의 1.7배에 이른다. 그러나 에너지원단위, 즉 효율은 36개국 중 33위에 그친다. 전체 에너지소비의 62%를 차지하는 산업부문을 비롯해 건물, 수송 부문의 에너지소비도 계속 늘어나고 있다.

정부가 23일 발표한 ‘시장원리 기반 에너지 수요효율화 종합대책’ 중 2027년 에너지 사용 절감 목표. (사진=산업통상자원부)
정부는 이를 위해 연 20만TOE 이상의 에너지 다소비 기업 30곳이 자발적으로 에너지 효율 혁신 협약, 가칭 ‘KEEP 30’에 참여하도록 유도한다. 참여기업이 목표를 세우면 정부 역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인증과 결과 공표, 포상, 보증, 협력사 지원 보조 등 정책 지원으로 이를 보조한다.



한전이나 한국가스공사(036460), 한국지역난방공사(071320) 등 주요 에너지 공급자가 고객의 효율 향상을 지원하는 에너지공급자 효율향상제도(EERS)도 의무화하기로 했다. 또 기존 대기전력저감등급제, 고효율기자재인증제, 효율등급제 등을 통합·정비한다.

가정·건물 부문에선 단지·가구 간 전기 사용 절감률 경쟁을 벌여 우수한 곳에 금전적 지원을 제공하는 ‘에너지캐쉬백’ 제도도 전국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현재는 3개 시·군·구에서 시범사업 중이다. 전국 32만개에 이르는 대형 기축건물에 에너지 효율 목표를 주고 이를 이행할 땐 지방세를 감면해주는 방안도 검토한다.

수송 부문에선 전기차 전비 개선을 위해 1킬로와트시(㎾h)당 주행가능거리만 제공하는 단순 전비(電費) 표시제를 1~5등급 등급제로 개편키로 했다. 최근 전기차가 완충시 주행가능거리를 늘리고자 배터리 중량을 늘리면서 전비가 낮아지는 상황을 개선하자는 취지다. 한국에너지공단에 따르면 국내 전기차 전비는 2016년 5.9㎞/㎾h에서 2021년 4.3㎞/㎾h로 낮아졌다. 또 3.5톤(t) 이상 중·대형 상용차에 대한 연비제도 도입도 추진한다.

가상발전소(VPP)처럼 디지털에 기반한 효율 혁신 연구개발(R&D) 사업도 본격 추진한다. 전력은 보관·저장이 어려운 그 특성상 수요 공급의 흐름을 데이터화하는 것만으로도 적잖은 소비효율 향상을 꾀할 수 있다. 현재 제주도에서 시범 사업 중인 주택용 계절·시간대별 요금제 도입도 검토한다.

정부가 23일 발표한 ‘시장원리 기반 에너지 수요효율화 종합대책’ 비전 및 목표. (표=산업통상자원부)
원자력발전(원전)과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발전 같은 공급 측면의 저탄소 에너지원 사용 확대만으론 에너지 안보는 물론 2030 NDC와 2050 탄소중립 목표 달성도 어렵다는 판단이다. 정부는 이 같은 노력을 통해 7800만t의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고, 송배전설비 비용 1조3000억원, 에너지 수입액 14조6000억원을 절감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제 일본이나 독일 등 에너지 선진국은 수요효율화를 제1의 에너지원으로 인식하고 최우선 에너지 정책으로 추진하고 있다. 독일은 2050년 1차 에너지소비를 2008년 대비 절반으로 줄인다는 목표다. 일본 역시 2030년 에너지소비를 기존 기준수요보다 18% 줄일 계획이다.

이창양 장관은 “에너지 수요 효율화는 고유가 등 에너지위기와 탄소중립 대응에서 입지나 계통, 수용성이란 (에너지) 공급 3대 허들을 피해 사회·경제적 비용을 줄일 수 있는 매우 강력한 수단”이라며 “우리 정부도 에너지정책 방향을 에너지 공급 중심에서 탈피해 수요효율화 정책 중심으로 과감히 전환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에너지위에선 정부가 지난 16일 발표한 ‘새정부 에너지정책 방향’에 대해서도 관계부처 간 비공개 논의도 진행했다. 원전과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조정을 담은 전원구성 목표, 2030 NDC 이행수단 검토 등을 논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