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난민' 차기대선 이슈 부상…여야정, 여론눈치에 신중론
by김정현 기자
2021.08.24 14:55:00
24일 여야 의원 40여명 “세이브 아프간 위민” 촉구
난민수용엔 ‘부담’…정치권, 대선 앞두고 ‘눈치보기’
[이데일리 김정현 기자] 탈레반의 아프가니스탄 재집권에 아프간 난민과 여성인권 탄압 이슈가 국내 정치권까지 번지고 있다. 진보정당을 중심으로 아프간 난민 수용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들리지만, 정치권 대부분은 소극적·원론적 입장에 그치고 있다. 난민 수용에 대한 여론이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대선을 앞둔 정치권이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 지난 16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주한 아프가니스탄 대사관이 적막한 모습이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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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희 국회부의장을 비롯해 여야 여성 의원 40여명은 24일 오전 11시 국회 기자회견장에서 ‘아프간 여성 인권 보장을 위한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아프간 여성들의 생명과 인권보장을 위해 대한민국 정부와 우리 국민이 국가 위상에 걸맞는 책임과 역할을 다해야 한다는 데 뜻을 같이 한다”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해 국민의힘, 국민의힘, 국민의당, 정의당 등 여야의 여성 의원 대다수가 총출동했다. 김 부의장이 “20대 국회 때도, 19대 때도 기억이 안 난다. 여야 여성의원들이 함께 마음을 모았다”며 “감격스럽다”고 표현했을 정도다.
다만, 그만큼 아프간 여성들의 인권 억압에 여야를 막론하고 여성 의원들이 마음을 보탠 것이지만 내용 측면에서는 실효성이 크지 않다는 지적이다. 이들이 제안한 것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해시태그(세이브 아프간 위민(Save Afghan Women)) 캠페인과, 여성·아동 인권 관련 국제기구와의 공조 예고 정도여서다.
이들은 “아프간 여성들은 권리를 박탈당했고. 아프간 소녀들의 미래는 불투명해졌다. 이 처참한 상황을 우리는 엄중하게 인식하며 깊은 우려를 표명한다”며 “공포와 불안에 떨고 있는 아프간 여성들에 유일한 희망은 국제사회 연대를 통한 인도주의적 차원의 문제해결 노력”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제사회의 공조를 촉구하며 세계시민 관심과 연대 확산을 위한 캠페인 동참을 제안한다”고 했다.
아프간 난민 수용에 대한 조심스러운 분위기는 대선 주자들 사이에서도 감지된다. 여당 유력 대선주자 이재명·이낙연 예비후보들은 일제히 원론적 수준의 아프간 난민에 대한 연대 마음을 전하는 데 그쳤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지난 22일 페이스북에 “아프간 여성, 난민들에 대한 연대의 마음을 전한다”며 “외교적 노력과 국경을 넘어선 시민사회의 행동이 세계평화와 보편적 인권보호라는 크고 튼튼한 울타리를 만들어내면 좋겠다”고 했다. 이낙연 민주당 전 대표도 “인류애에 기반한 국제적 연대가 필요하다”고 했다. 국민의힘 소속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최재형 전 감사원장도 난민 수용에 대해서는 명확한 입장제시가 없는 상태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도 마찬가지다. 지난 22일 송영길 민주당 대표가 “(난민 수용지는) 인접 국가로 갈 수밖에 없지 않겠나”고 말한 뒤, 별도의 입장제시는 없는 상태다. 국민의힘의 경우 허은아 수석대변인이 “(주한미군 기지 내) 일시적 수용이 아닌 국내 체류 지위 부여 등은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했다.
난민 수용에 대한 국내 여론이 매서워서로 풀이된다. 지난해 12월 유엔난민기구(UNHCR)가 한국리서치와 공동으로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1016명을 대상으로 조사했을 때, 난민수용에 찬성입장을 밝힌 것은 33%, 반대는 53%였다. 2018년 제주 예멘 난민 사태 당시(찬성 24%, 반대 56%)와 반대 의견이 비등했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아프간 난민의 일부라도 대한민국이 받아들이는 조치를 마련하기 위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가 여론의 호된 반발에 직면하기도 했다. 장 의원이 전날인 23일 “항의전화하는 분들의 언어폭력이 도를 넘고 있다. 폭력을 멈춰달라”고 호소했을 정도다.
정부도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서훈 국가안보실장은 전날인 23일 아프간 난민 수용여부에 “국민적 수용성을 고려해 종합적인 판단을 해야 하는 대단히 복잡하고 신중한 문제”라고 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 교수는 이와 관련, “대선을 앞두고 있어 정치권이 ‘표’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 유권자들의 적지 않은 수는 반대할 것”이라며 “여당도 국정을 운영하는 입장에서 책임감 없이 할 수 있는 이야기는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